1. 책의 분류 및 관련 학문
이 책은 철학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겠으나 일부는 진화론, 순수과학적 요소가 섞여 있습니다.
2. 책의 저자(대니얼 대닛)
대니얼 대닛 Daniel Dennett은 1942년 3월 28일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철학과를 거쳐서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철학자이지만 과학에도 관심이 많아서 과학철학(그중 생물철학)과 인지과학분야에서 유명합니다.
리처드 도킨스는 "대닛은 나의 지적인 영웅이다." 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과학을 강조하고 생애에 과학자들과 함께 한 시간이 더 많으나, 철학이나 철학사를 배울 것을 종용하였습니다. 철학이라는 역사를 통해 자신이 어떠한 철학적 '실수'를 하고 있는지 교훈을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철학은 인간의 사고 역사이며, 잘못된 사고가 어떤 것인지를 알려준다는 것. 이에 따라 과학자들이 가끔 너무 단순한 가설, 사고를 보인다는 점을 경계했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의식이라는 꿈》, 《주문을 깨다》, 《자유는 진화한다》,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스스로 평하길 자신의 철학을 망라하여 정리한 책)》 등이 있습니다.
3. 어떤 사람에게 맞는 책일까?
철학책 혹은 철학자가 쓴 책이 그렇듯 일반적인 책에 비해서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닙니다.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대한 과학적 방법론을 이용해 연구하는 분야”로 정의 내립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단어이지만 [마음]이 무엇이고 어떻게 정의 내려야하는 지는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최근 뇌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뇌, 신경, 뉴런의 구조 등이 많이 밝혀지고 있고 일부는 마음을 단순한 전기신호로 정의하고자 합니다만 [마음]은 인간에게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보입니다. 이 책은 [마음]을 진화적 관점에서 철학적, 과학적으로 접근합니다. 진화심리학을 포함한 심리학에 대한 관심을 더 깊숙한 곳까지 확장시키고자 할 때 필요한 책일 것입니다.
4. 책의 구성과 저자의 서문에 나타난 책을 쓴 목적은?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마음의 종류
2) 지향계란 무엇인가?
3) 몸과 그 마음
4) 생산과 검증의 탑
5) 생각의 탄생
6) 우리 마음과 다른 마음
저자는 이 책을 쓴 취지에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는 철학자지 과학자는 아니다. 철학자는 답을 주기보다는 물음을 던지는 데 더 재주가 많은 사람이다. …… 이 책의 주안점은 내 물음을 소개하는 데 있다. 어떤 물음은 아무런 결론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독자들은 유념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지만 나의 물음은 이제까지는 제법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다. …… 나는 다음에 이어지는 글에서 단순한 마음과 복잡한 마음을 오가다가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로 되돌아오는 방식을 통해 우리가 사람의 마음이라고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그제야 우리는 거기서 맞닥뜨리는 차이점을 분석하고 거기에 함축된 의미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5. 글 중에서 인상깊었고 책의 주제에 어울릴만한 문장
1) 마음의 종류
[이 세상에는 어떤 종류의 마음이 있나? 그리고 나는 그것을 어떻게 아나? 앞의 물음은 있음, 곧 존재론에 관한 물음이고 뒤의 물음은 앎, 곧 인식론에 관한 물음이다. 이 책의 목표는 이 두 가지 물음에 확답을 주려기보다는 왜 이런 물음에 대답해야 하는가를 보여 주는 것이다.]
[나는 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과 뇌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앎은 성격이 다르다. 나는 뇌가 있다는 것을 지라라는 장기가 있다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안다. 다시 말해서 간접적으로 안다. 나는 나의 지라를 본 적도 없고 뇌를 본 적도 없다. 그러나 교과서에 모든 정상인은 뇌와 지라를 하나씩 갖고 있다고 나와 있으므로 나는 나에게도 뇌와 지라가 하나씩 있다고 거의 확신한다. 그런데 나는 나의 마음과는 아주 가깝다. "나는 내 마음이다." 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만큼 가깝다(데카르트가 한 말은 결국 그것이다. 그는 자신은 레스 코기타스(mes cogitas), 곧 '사유하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마음이 무엇인지는 책이나 스승을 통해 배워야 할지 모르지만 나에게 마음이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말에 기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과연 정상인인지 남들처럼 마음을 갖고 있는지 문득 의심하는 순간 나는 데카르트가 갈파했듯이 그런 의심에 젖는 것이야말로 나에게 정말로 마음이 있음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음을 가졌는가에 대하여 아무리 그럴듯한 의문을 제기해도 결국은 서로가 주고받는 말 때문에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말에 왜 이런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말에는 의심과 모호함을 허물어뜨리는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은 늘 있었던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마음이 있지만 마음이 태초부터 있었던 영구불변의 존재는 아니다. 우리는 단순한 마음(그것이 마음이었다면 말이다.)을 지닌 존재에서 진화했고 그 단순한 마음을 지닌 존재는 더 단순한 마음을 지닌 존재에서 진화했다. 지금부터 40억~50억 년 전, 적어도 이 지구에는 간단하건 복잡하건 마음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어떤 변혁이 어떤 순서로 왜 일어났을까?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는 억측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지만 중요한 단계들은 밝혀졌다. 일단 그 이야기를 하고 나면 적어도 우리의 어려움을 파악할 수 있는 틀이 생길 것이다.]
2) 지향계란 무엇인가?
["우리는 자기 복제 로봇의 직계 자손이다."라는 견해에는 더 이상 심각한 반론이 제기되지 않는다. 우리는 포유류고 모든 포유류는 파충류 조상에서 나왔으며 파충류의 선조는 어류였고 어류의 조상은 벌레와 비슷한 해양 생물이었으며 그 해양 생물은 다시 몇억 년 전에 단순한 다세포 생물로부터 나왔고 그 다세포 생물은 지금부터 약 30억 년 전에 자기 복제하는 거대 분자에서 유래한 단 세포 생물에서 나왔다. …… 우리는 모든 침팬지, 모든 벌레, 모든 풀잎, 모든 삼나무와 조상이 같다.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하자면 우리의 증조할머니의 증조할머니의 증조할머니는 로봇이었다! 우리는 그런 거대 분자 로봇의 후예일 뿐만 아니라 지금도 그런 로봇으로 이루어져 있다. 헤모글로빈 분자, 항체, 신경 세포, 시청각 반사 기제, 신체(물론 뇌도 포함된다.)는 알고 보면 이 놀라우리만큼 멋지게 설계된 작업을 묵묵히 수행하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자율 신경계는 마음이라기보다는 식물의 '양육혼'과 맥을 같이하면서 살아 있는 체계를 기본적으로 보전하는 데 주력하는 제어계라 할 수 있다. …… 이런 세포와 세포의 조합은 마치 자신이 상황을 지각하고 거기서 규정된 방식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특수한 원인을 집요하고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하인 내지는 아주 작고 단순한 머리를 가진 행위자처럼 움직인다. …… 가장 단순한 것에서 가장 복잡한 것에 이르는 이 모든 존재를 지향계 (intentional system)라고 부르겠다. 그리고 지향계가 행위(가짜 이든 진짜이든)를 한다고 가정하는 관점을 지향적 자세(intentional stance)라고 부르겠다.]
[지향계는 그 행동이 지향적 자세에 의해서 예측되고 규명되는 모든 존재를 일컫는다. 자기 복제하는 거대 분자, 자동 온도 조절 장치, 아메바, 식물, 쥐, 박쥐, 사람, 체스를 두는 컴퓨터는 흥미도에서는 차이가 많을지 모르지만 하나같이 지향계다. 지향적 자세의 핵심은 어떤 존재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 그 존재를 행위자로 예우하는 것이므로 우리는 그 존재가 영리한 행위자라고 가정해야 한다.]
3) 몸과 그 마음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가장 경제적인 구조가 반드시 가장 효율적이지도, 가장 작지도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자연의 입장에서는 이렇다 할 기능이 없는 수많은 요소를 끌어안는 (또는 내버려두는) 것이 더 경제적일 때가 많다. 그런 요소들은 복제와 발전의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라 없애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간단한 이유 때문이다. 돌연변이는 어떤 유전자를 누락시키지 않고 그저 '꺼 버리는' 암호를 삽입한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
[우리는 지향적 자세를 가지고 이런 양식을 묘사한다. 유기체 안의 가장 단순한 설계 특성, 심지어는 점멸 스위치보다도 간단한 항구적 특성도 지향적 자세로 정교하게 설명할 수 있다. 식물과 식물의 경쟁자는 마치 사람처럼 주체적 행동을 하는 듯하다! 초식 동물에게 유린당한 진화의 역사를 가진 식물은 보복 수단으로 그 초식 동물을 겨눈 독성을 키울 때가 많다. 여기에 맞서 초식 동물은 소화기에서 이 독성에 대한 내성(耐性)을 키우고 다시 식물을 먹는다. 첫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식물이 더 강한 독성이나 날카로운 바늘로 무장하는 날이 불원간 온다. 대응과 맞대응은 군비 확장 경쟁처럼 나날이 가속화된다.]
[지향적 자세의 뚜렷한 특성은 다른 두 종류의 기본적 예측 태도 또는 예측 전략과 비교할 때 뚜렷해진다. 그것은 물리적 자세(physical stance)와 구조적 자세 (design stance)다. 물리적 자세는 물리학의 통상적인 연구 방법이다. 물리적 자세에서는 물리 법칙과 눈앞에 놓인 사물의 물리적 구성을 이미 아는 지식을 토대로 헤아린다. 손에서 벗어난 돌멩이가 땅바닥에 떨어지리라고 예측할 때 나는 물리적 자세에 기대는 것이다. 나는 돌멩이에 믿음이나 욕망이 깃들여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저 질량 또는 무게로만 그 돌멩이를 이해한 다음 중력의 법칙에 기대어 예측 값을 내놓는다. 무생물이나 인공물의 경우 물리적 자세는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다.
구조적 자세는 우리가 늘 애용하는 지름길 이다. …… 이것이 특정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으며 그 구조와 설계에 알맞게 움직일 것이라고 가정할 따름이다. …… 구조적 자세에 바탕을 둔 예측은 보통 잘 설계된 인공물에서 진가를 발휘하지만 살아 있는 생명과 그 생명을 구성하는 성분 같은 대자연의 작품에도 잘 먹혀든다. …… 구조적 자세에 바탕을 둔 예측이 물리적 자세에 바탕을 둔 예측(안전하지만 계산하기 지겨운 예측)보다 위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욱 위험하면서 더 신속한 예측은 지향적 자세에서 나온다. 설계된 존재를 일종의 행위자로 움직인다고 여기면 지향적 자세는 구조적 자세의 하위 범주로 볼 수도 있다.]
[잠을 자거나 혼수 상태에 빠진 동물에서 보듯이 호르몬계는 감지 기제와는 별개로 활동한다. 뇌가 죽어 인공 호흡 장치에 의지하여 목숨을 이어 가는 사람을 '식물 인간'이라고 한다. 식물 인간은 신체 유지계만의 활동으로 목숨을 유지한다. 감지력은 잃었지만 이런저런 감응력은 살아남아 몸의 균형을 유지한다.]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이론가는 마음이 하는 일이 정보 처리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마음은 몸을 다스리는 제어계의 임무를 맡고 있으므로 이 제어 작업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판별하고 저장하고 변형하고 처리해야 한다. …… 신경계(자율 신경계라고 해도 좋고 나중에 나온 중추 신경계라고 해도 좋다.)를 변환기(혹은 입력기)와 실행기(혹은 출력기)를 통해 몸이라는 현실과 이어진 정보망으로 여기는 것은 참 그럴싸해 보인다. …… 하지만 이 중요한 이론적 발상은 심각한 혼란을 빚기도 한다.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은 '이중 변환의 신화(Myth of Double Transduction)'다. 먼저 신경계가 빛, 소리, 온도 따위를 신경 신호(신경 섬유로 전달되는 자극의 연쇄)로 바꾸고 이어서 중앙의 특수한 부위에서 이 신경 신호를 또 다른 매질, 곧 의식의 매질로 바꾼다는 것이다! …… 오늘날 마음을 연구하는 과학자 중에서 이런 비물질 매질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 이런 생각이 먹혀드는 이유는 뻔하다. ……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고 (변환하고)평가한 다음 '배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중앙의 행위자, 우두 머리, 청취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에서 물질은 두 가지 요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하나는 속도고 또 하나는 신경계 곳곳에 변환기와 실행기가 퍼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 말고는 달리 중요한 이유는 없다고 생각 한다.]
[마음이 물리적 기제나 매질의 화학 성분을 무시할 수 없는 까닭은 이런 물리적 기제가 해야 하는 작업을 해내기 위해서는 마음도 자신이 다스리는 기존의 몸과 소통할 수 있는 물질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엄연한 생물사적(生物史的) 사실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
[나는 내 몸이 아니라 내 몸의...... 주인이라는 직관의 의미를 캐는 철학적 사고 실험은 수없이 이루어졌다. 심장 이식 수술의 경우 우리는 남의 심장을 받고 싶어 하지 내 심장을 기증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반면 뇌 이식 수술에서는 우리는 기증자가 되고 싶어 한다. 우리는 몸이 아니라 뇌와 함께 가고 싶어 한다. …… 정보만 완벽하게 보존된다면 나는 공상과학적인 원격 이동(teleportation)으로 여행할 수 있다. 원리적으로는 그렇다. 그렇지만 신경계에 관한 정보만이 아니라 몸 전체에 관한 정보를 보낼 수 있어야만 이것이 가능하다. 철학자들은 안 그렇게 생각할 때가 많지만 나는 내 몸에서 매끄럽게 떼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 이를테면 가치관, 재능, 기억, 기질 같은 것은 신경계뿐 아니라 나의 몸에도 담겨 있다. 마음과 몸에 대해 데카르트가 천명한 악명 높은 이원론의 유산은 상아탑을 넘어 보통 사람의 생각에도 깊숙이 박혀 있다. …… 데카르트와 격투를 벌이는 우리 같은 사람 안에도 마음(다시 말해서 뇌)을 몸의 주인 내지는 배의 선장으로 이해하려는 습벽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다. 이런 통념에 젖다 보면 마음을 수많은 신체 기관의 하나로 보는 중요한 관점을 놓친다. 마음이 주도권을 잡은 것은 진화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마음을 우두머리가 아니라 부리기 까다로운 일개 하인(자신을 보호하고 먹여 살리며 자신의 활동에 의미 를 부여하는 몸을 위해 일하는 존재)으로 여겨야만 마음의 기능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몸에도 마음이 이미 있다면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또 하나의 마음은 무엇 때문에 생긴 것일까? 몸 하나에 마음 하나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말인가? 때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몸에 바탕을 둔 원시 마음은 수십억 년의 세월 동안 생명을 유지시키는 과업을 묵묵히 수행했지만 상대적으로 느리며 무디다. 지향성도 근시안적이고 쉽게 속아 넘어간다. 세상과 치밀하게 겨루려면 더 빠르고 멀리 내다볼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런 마음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든다.]
4) 생산과 검증의 탑
[인류학자들은 도구의 사용이 지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았다. …… 이것은 도구의 사용과 지능의 관계가 쌍방향적임을 시사 한다. 도구를 인식하고 유지하는 데(도구를 만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에는 지능이 필요하지만 한편으로 도구는 도구를 갖게 되었다는 혜택을 입은 존재의 지능을 높여 준다. 탁월하게 설계된 도구일수록(그 도구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할수록) 그것을 사용하는 존재에게 더 많은 지능을 선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탁월한 도구라 할 수 있는 것이 그레고리가 '마음의 도구'라고 부르는 언어다.]
[다른 생물의 지향성은 인간이 올라선 형이상학적 단계로 결코 솟아오르지 못했다! 인간은 어떻게 그런 능력을 얻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 위해서 천재 과학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언어라는 마음의 도구를 쓸 줄 아는 그레고리 생물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자면 마음의 도구를 그것이 들어 있는 (사회적) 환경에서 추출하는 특수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
5) 생각의 탄생
[내가 제안하는 인간 지능의 으뜸가는 원천은 환경 자체에 인지 과제를 부려 놓는 우리의 습성이다. 우리의 마음(곧 우리 마음이 구상하는 과제와 활동)을 주변 세계에 부려 놓으면 우리가 만든 수많은 주변 장치들이 우리의 의미를 저장하고 처리하고 재생하여 우리의 사고, 곧 변형의 과정을 효율화하고 강화하고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폭넓게 이루어지는 이 부려 놓기의 관행은 동물 뇌가 주는 제약에서 인간을 해방시킨다.]
[환경 안에 있는 대상들에 딱지를 붙이는 것의 장점이 너무도 자명하기 때문에 인간은 오히려 그런 딱지 붙이기의 논리와 그런 딱지 붙이기가 효력을 낳는 조건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왜 우리는 딱 지 붙이기를 하는 것일까? 그리고 무언가에 딱지를 붙이는 데에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 다른 외부의 원인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위 결과라고 확신 할 수 있는,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이 필요하다. …… 아무리 단순하더라도 의도적인 표시는 가장 원시적인 문자의 선구자인 셈이다. 그것이 한 발 발전하여 나온 것이 외부 세계에 만들어진 전문 정보 저장계라 할 수 있다. 딱지 붙이기를 가능하게 하는 체계적 언어가 존재하지 않아도 이런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자. 아무리 임기응변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라도 기억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제몫을 해 낼 수 있다.]
[자주 관찰되는 현상은 아니지만 집을 떠나 병원에서 지내게 된 노인들은 육체적으로는 더없이 편한 대우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수가 있다. 심지어 그들은 노망기를 보이기도 한다. 음식을 먹고 옷을 입고 몸을 씻는 기본적인 활동조차 제대로 해 내지 못한다. 그러니 더 큰 흥미를 낳는 활동 은 아예 엄두도 못 낸다. 그런데 막상 집으로 돌아가면 혼자서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 나간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은 집이라는 환경 안에 너무도 낯익은 표지, 몸에 밴 행동을 유발하는 자극제, 무엇을 해야 하고 어디에 음식이 있고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하며 전화기는 어디에 있는지 등을 일깨워 주는 신호를 투여해 온 것이다. 새로운 종류의 학습을 하기에는 뇌의 기능이 둔화되었지만 노인은 그처럼 지겹도록 낯이 익은 세계에서라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 그런 노인을 집 밖으로내모는 것은 사실상 마음의 주된 영역에서 그를 단절시키는 것과다를 바 없다. 그 잠재적 충격파는 뇌수술에 버금갈 것이다.]
[그런 기술은 아득히 먼 옛날 역사의 여명기나 선사 시대에 다른 사람들이 발명한 것으로서 유전의 경로가 아니라 문화라는 경로를 통해 물려받은 것이다. 사람은 이 문화 유산 덕분에 마음을 세계로 펼치는 요령을 배웠다.]
[문학 비평가인 수전 손택 (Susan Sontag)은 『사진에 관하여(Om Photography)』 (1977)에서 고속 촬영 사진의 등장은 과학 기술을 혁명적으로 발전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기술 덕분에 인간은 역사상 처음으로 복잡한 시간 현상을 실시간이 아니라 자기에게 편리한 시간틀에서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 자연 상태에서 우리의 마음은 오직 특정한 속도로 일어나는 변화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더 빠르거나 더 느리게 진행되는 사건은 아예 우리의 시야에 들어 오지 않는다. 사진 분야에서 이루어진 기술의 진보는 인지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덕분에 우리는 흥미를 품은 사건을 우리의 특정한 감각에 맞게 주문 제작된 맞춤형 틀 안에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재현 기술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원천이 있다. 그것은 새로운 문제를 기존의 문제 해결 수단으로 표현하면서 사람이 (오직 사람만이) 터득한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공간적 사유로 시간을 사유하기 위해 우리가 개발한 수 없이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보자. (Jaynes, 1976) 우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 이전과 이후, 먼저와 나중(가공을 거치지 않은 자연 상태에서는 사실상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들)을 좌우, 상하, 시계 방향과 시계 반대 방향으로 표현하는 다양한 관행에 익숙하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월요일은 화요일의 왼쪽에 있으며 오전이든 오후든 4시는 시계의 오른쪽에서 3시 밑에 자리 잡고 있다. 시간의 공간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과학 부문에서 특히 그것은 그래프로 확장된다.]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놈 촘스키 (Noam Chomsky)는 (약간의 과장을 섞어) 새는 스스로의 깃털에 대해서 배울 필요가 없고 아기는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언어 사용자(혹은 깃털 사용자)를 설계하는 지난한 작업은 이미 아득한 과거에 완성되어 주어진 맥락 안의 어휘와 문법 조건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타고난 재능과 성향의 형태로 유아에게 제공된다. 아이는 숨 가쁘게 빠른 속도로 언어를 습득한다. 몇 년의 세월에 걸쳐서 매일 평균 10여 개의 새로운 단어를 배우다가 청소년기에 이르러서야 그 속도가 뚝 떨어진다. 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주 복잡한 문법적 측면을 제외한 언어의 모든 영역에 통달한다.]
[우리는 표지점, 딱지, 운반로와 사다리, 고리와 사슬 같은 정교한 기억 연상 체계를 만든다. 끊임없이 반복하고 수선하면서 자원을 가다듬어 뇌(그리고 우리가 획득한 모든 관련 주변 장치)를 체계화된 거대한 네트워크로 바꾼다. 이제까지의 증거에 따르면 사람을 제외하고는 어떤 동물도 이런 일을 하지 못한다.]
6) 우리 마음과 다른 마음
[깨달음 없이 이루어지는 이런 표상 활동을 '사고'라고 부를 수 있을까? 만일 그렇게 부를 수 있다면 우리는 이 생물이 사고는 하지만 자기가 사고한다는 것을 모른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무의식적 사고인 셈이다. 그러나 역설을 즐기는 사람만이 이런 식의 표현에 거부감을 갖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의 표현 대신 '지능은 있지만 사고는 없는 행동'이라고 말하면 오류에 빠질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사람도 물론 생각 없이 지능이 깃든 행동을 수없이 많이 한다.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이를 닦고 구두끈을 묶고 운전을 하고 심지어는 묻는 질문에 대답까지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하는 이런 활동 의 성격은 조금 다르다. 다른 생물은 생각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자신의 지능 활동에 대해 생각할 수 없는 반면 우리는 그것에 관해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운전 같은 우리의 비사고 활동 가운데 상당수는 명백하게 자의식적인 설계의 오랜 발전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비사고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우리가 언어를 배우면 뇌 안에서도 개선이 이루어지며 그 덕분에 우리는 자신의 활동을 평가하고 회상하고 반복하고 재편할 수 있다. 우리 뇌는 일종의 반향실(反響室)이 된다. 반향실이 없었다면 그저 사라져 버렸을 과정들이 그 안에서 머물면서 그 자체가 대상이 되어 버린다. 가장 오래 버티면서 그 와중에서 영향력을 획득한 과정이 우리가 말하는 의식적 사고다.]
6. 감상 및 서평
감상 및 서평은 3. 어떤 사람에게 맞는 책일까?에서 언급한 아래 글로 대신합니다.
철학책 혹은 철학자가 쓴 책이 그렇듯 일반적인 책에 비해서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닙니다.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대한 과학적 방법론을 이용해 연구하는 분야”로 정의 내립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단어이지만 [마음]이 무엇이고 어떻게 정의 내려야하는 지는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최근 뇌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뇌, 신경, 뉴런의 구조 등이 많이 밝혀지고 있고 일부는 마음을 단순한 전기신호로 정의하고자 합니다만 [마음]은 인간에게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보입니다. 이 책은 [마음]을 진화적 관점에서 철학적, 과학적으로 접근합니다. 진화심리학을 포함한 심리학에 대한 관심을 더 깊숙한 곳까지 확장시키고자 할 때 필요한 책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