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의 분류 및 관련 학문
이 책은 반도체를 주로 다루고 있어 기술과학(500)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반도체를 매개로 역사를 진단하고 예측하는 역사학(900)의 범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책의 저자(크리스 밀러)
지은이 크리스 밀러 Chris Miller는 예일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했습니다. 현재 터프츠대학교 국제관계학 대학인 플레처 스쿨에서 국제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 미국기업연구소에서 진 커크패트릭 방문 펠로, 포린폴리시연구소에서 유라시아 연구 디렉더로 활동 중입니다. 저서로 왜 소련이 중국처럼 공산당이 통제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몰락했는지를 다룬 [푸티노믹스 되살아난 러시아의 권력과 돈 Putinomics: Power and Money in Resurgent Russia], 2000년대 초 러시아에서 나타난 국가 자본주의를 탐구한 [소비에트 경제를 구하기 위한 분투 The Struggle to Save the Soviet Economy], 차르가 다스리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왜 러시아는 꾸준히 아시아를 지정학적으로 넘보고 있는지 그 의문을 풀기 위한 책 [우리가 주인이 될 것이다: 이반 대제부터 푸틴까지 러시아 동진의 역사 We Shall Be Masters: Russian Pivots to East Asia from Peter the Great to Putin)] 등이 있습니다.
3. 책의 주요 특징 및 책 읽기의 주안점
이 책의 발행일은 2022년 10월 4일 입니다.
한국에 번역되어 출간한 날은 2023년 5월 19일 입니다.
이 책의 지은이는 역사학자입니다. 역사학자가 왜 반도체에 대한 책을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들 법합니다. 이 책은 “반도체”를 다루고 있는 책이면서 동시에 21세기 기술 (특히 군사 기술)의 핵심인 반도체가 국가 간의 관계에 미친 영향을 다루는 역사책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인터뷰와 조사를 통해 “반도체"의 기술과 역사에 대해서 사실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소련의 붕괴, 일본의 경제적 부침, 한국의 부상, 중국의 전략, 양안관계 등 국가간 관계와 반도체의 관련성을 저자의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반도체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일독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중국의 미래, 양안통일 문제에 대해 경제정치, 지정학, 군사적으로 분석하는 책이 많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다루는 분량은 적지만 오히려 깊은 인사이트를 주고 있습니다.
4. 책의 구성과 저자의 서문에 나타난 책을 쓴 목적은?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냉전의 칩
2) 아메리칸 월드의 회로망
3) 리더십의 상실
4) 되살아난 미국
5) 집적회로에 갇힌 세계
6) 해외 이전은 혁신인가?
7) 중국의 도전
8) 반도체로 숨통을 조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 책은 세 대륙에 걸친 그 흐름을 역사 기록과 100여 명이 넘는 과학자, 엔지니어, CEO, 정부 관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추적한다. 반도체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규정해 왔고, 국제 정치의 향방과 세계 경제의 구조를 가를 것이며, 군사적 힘의 균형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장 현대적인 이 장치는 복잡하고 논쟁적인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는 기업과 소비자뿐 아니라 야심찬 정부와 전쟁의 필요성까지 이끌어 내고 있다. 우리는 수십조 개의 트랜지스터와 소수의 대체 불가능한 기업이 만들어 내는 세상에 살고 있다. 오늘날 이렇게 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실리콘 시대의 기원으로 돌아가 보아야 한다.]
5. 글 중에서 인상깊었고 책의 주제에 어울릴만한 문장
1) 냉전의 칩
[진공관은 마치 전구처럼 불빛을 내뿜었기에 벌레가 꼬이기 십상이었고, 엔지니어들은 주기적인 "디버깅debugging"을 통해 벌레 때문에 생긴 문제를 해결해야했다.]
[1965년 <일렉트로닉스>는 무어에게 집적회로의 미래에 대한 짧은 글 한 편을 청탁했다. 무어는 적어도 향후 10년간 매년 페어차일드반도체는 실리콘 칩에 집적하는 트랜지스터 수가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 연산력이 지수함수적으로 늘어나리라는 이 전망은 곧 '무어의 법칙'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미래 기술 예측이었다. …… 1965년 한 해 생산된 집적회로 중 72퍼센트가 여전히 군사 목적으로 팔리고 있었다. 하지만 군사 목적의 수요에 맞춘 기능은 민간 영역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었다.]
2) 아메리칸 월드의 회로망
[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미국 일각에서는 일본의 하이테크 산업을 모두 해체해 버리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끔찍한 전쟁을 시작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이 항복한지 몇 년 후, 워싱턴의 국방 관료들은 "약한 일본보다 강한 일본이 더 낮은 리스크”라는 공식 정책을 채택했다. 일본이 핵물리학을 연구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시도가 짧게 있었으나, 그 후 미국 정부는 일본이 기술과 과학 강대국으로 재탄생하도록 지지해 주었다. 관건은 일본이 경제를 재건하여 미국이 주도하는 시스템의 일원으로 포섭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일본을 트랜지스터 세일즈맨으로 만드는 것은 미국의 냉전 전략의 핵심이었다.]
[무어의 법칙은 연산력의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 예언했다. 하지만 무어의 통찰이 현실화되려면 트랜지스터의 크기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그걸 조립할 더 많고 더 값싼 노동력이 필요했다. …… 칩 회사가 여성을 고용한 이유는 더 낮은 임금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여자는 남자보다 노동 조건 개선 요구가 심하지 않았다. 생산 관리자들은 남자에 비해 손이 작은 여자가 반도 체조립 및 완성된 반도체를 테스트하기에 유리하다고 믿고 있기도 했다. 1960년대, 플라스틱 기판에 실리콘 칩을 부착하는 과정은 이러했다. 칩이 올라가야 하는 위치를 노동자가 현미경으로 확인한다. 조립 노동자가 두 부품을 고정시키면 기계에서 열과 압력, 초음파 진동이 가해져 실리콘이 플라스틱 기판과 결합하게 된 다. 칩에 전력을 공급하는 얇은 골드와이어 역시 손으로 붙여야 했다. 마지막으로 칩을 테스트하려면 일종의 미터기에 꽂아야 했는데 그 역시 손으로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칩의 수요가 하늘 높이 치솟음에 따라 그런 일을 하기 위한 사람 손의 수요 역시 급등했다. …… 반도체 업계는 세계화라는 말을 아무도 쓰지 않았던, 그런 말이 등장하기 10년 전부터 세계화를 진행하고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시아 중심 공급망의 기틀을 다지기 시작한 것이다.]
[전쟁이 끝난 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베트남전에서 사용한 스패로미사일 중 명중한 것은 9.2퍼센트에 지나지 않았고, 66퍼센트는 고장이었으며, 나머지는 그저 빗나가 버렸다. …… 당시 34세로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프로젝트 엔지니어였던 웰든 워드Weldon Word는 이 상황을 바꾸고 싶었다. …… 1960년대초부터 워드는 마이크로 전자 기술의 군사적 사용을 통한 킬 체인kill chain (타격 순환 체계. 움직이는 목표를 탐지하고 파악하여 결정을 내리고 공격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옮긴이)의 혁신을 구상하고었다. 인공위성과 비행기에 실린 고급 센서로 목표물을 포착한 후 추적하고, 목표를 향해 유도 미사일을 날려서 파괴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다. …… 베트남전쟁은 폭탄과 마이크로 전자 기술이 결합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탐구해 본 실험장이었으며, 그리하여 군사 체계와 미국의 군사력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되었다는 것을, 소수의 군사 이론가와 전자 엔지니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은 알 길이 없었던 것이다.]
3) 리더십의 상실
[1980년대는 미국 반도체 산업 전체에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실리콘밸리는 스스로가 세계 첨단 기술 산업의 정상에 올라 있다고 생각했지만, 20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한 그들은 이제 실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일본과 서로 목숨 걸고 경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지도자급 인물들은 자국의 과학적 역량에 대해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소니의 연구 책임을 맡고 있던 저명한 물리학자 기쿠치 마코토가 한 미국 언론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탁월한 엘리트"를 보유한 미국처럼 천재가 많은 나라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런데 기쿠치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에는 "평균보다 떨어지는 지능'을 지닌 이들이 "긴 꼬리처럼 따라붙어 있기 때문에, 대량 생산에 있어서만은 일본이 미국보다 나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포크는 이렇게 강조했다. '총칼로 벌이는 전쟁이 아니라 기술, 생산성, 품질로 싸우는 경제 전쟁입니다'. 스포크가 볼 때 실리콘밸리 내부의 싸움은 공정한 싸움이었지만, 일본의 D램 제조 업체들과의 싸움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지식재산권 도둑이었고, 자신의 시장은 걸어 잠그고 있었으며,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저렴하게 자본을 충당하고 있었다.]
[제리 샌더스가 볼 때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약점은 자본 조달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다. …… 첨단 제조 설비를 건설하는 일에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므로, 자본 조달 비용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 다. 대략 2년에 한 번씩 칩은 세대교체를 하고 새로운 설비와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1980년대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었고 미국의 금리는 21.5퍼센트까지 치솟았다.]
[학자들은 일본의 거대한 재벌 그룹이 미국의 작은 스타트업에 비해 제조에서 누릴 수 있는 우위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을 만들고 붙였다. 하지만 진실은 단순했다. 니콘이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GCA는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정부를 무시해 왔던 그들이지만 이제는 워싱턴에 도움을 요청하기를 한 것이다. 체리 샌더스가 선언했다. 반도체는 "1980년대의 원유와 같은 것이며, 그 원유를 통제하는 자가 전자 산업을 통제하게 된다." …… 1970년대 실리콘밸리의 기업은 국방 계약에 목을 매는 대신에 민간용 컴퓨터와 계산기 시장에 골몰해 있었고, 정부의 존재 따위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1980년대가 되자 그들은 어색한 태도로 다시 워싱턴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밍스에서의 회동을 마친 샌더스, 노이스, 스포크는 다른 CEO들과 손잡고 반도체 산업을 지원해 달라고 워싱턴에 로비를 하기 위해 미국 반도체산업 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를 결성했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은 미국을 격분시켰다. CIA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번역 회람되었다. 성난 하원 의원 한 명은 당시까지만 해도 영어로 공식 출간되지 않았던 그 책의 내용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의회 기록에 집어넣기까지 했다. ……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 의견 때문이 아니라 책에 담긴 사실 때문이었다. 미국은 메모리 및 분야에서 뒤집기 어려울 정도로 뒤처져 있었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지정학적 변동이 뒤따르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 미국의 공급망 전략은 공산주의자를 몰아내는 데 혁혁한 공헌을 했지만, 1980년대에 이르자 그 전략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건 일본으로 드러났다. …… 만약 일본이 반도체 산업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지배할 수 있다면, 그들이 미국의 지정학적 우위를 빼앗고자 할 때 무엇으로 막을 수 있단 말인가?]
4) 되살아난 미국
[미국의 반도체 산업이 일본의 도전을 받아 고전하고 있을 때, 심 플롯 같은 카우보이 경영자들이 밥 노이스가 말한 "죽음의 나선" 을 막아내면서 놀라운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부활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스타트업과 방만한 조직을 쥐어짜는 구조조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미국은 일본이 차지하고 있던 D램 거대 기업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통해 일본을 뛰어넘었다. 국제 경쟁에 직면한 실리콘밸리는 무역을 중단하는 대신에 대만과 한국으로 더 많은 오프쇼어링 offshoring 을 하며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모든 실리콘밸리의 테크 거인들이 일본에 학살당해 D램 칩에서 손을 떼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워드와 조 파킨슨이 메모리 칩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점을 심플롯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감자 농부였던 그는 일본과의 경쟁으로 인해 D램 칩이 상품 시장commodity market의 품목이 되었다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감자 농사를 오래 지어 왔던 그는 가격이 하락해 있고 다른 모든 경쟁자가 청산하고 있을 때야말로 상품 시장에 진입할 최고의 시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심플롯은 마이크론에 1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그 후 수백만 달러를 더 쏟아부었다.]
[D램 산업에 종사하는 다른 이들이 그렇듯 마이크론의 엔지니어들 역시 물리 법칙을 왜곡해 가며 더 치밀한 D램 칩을 만들었다. 바로 개인용 컴퓨터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메모리 집이었다. 하지만 기술 우위만으로 미국의 D램 산업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텔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충분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마이크론이 아이다호에 끌어모은 엔지니어들은 태평양 건너편 라이벌을 창의성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측면에서 모두 능가했다. 고통스러운 10년이 지난 후 미국의 반도체 산업은 결국 1승을 거두었다. 그 승리는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감자 농부가 지니고 있던 상인의 지혜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로브와 인텔에는 운도 따랐다. 1980년대 초 일본 생산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구조적 상황이 일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1985년에서 1988년 사이, 미국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가 두 배 올랐고 미국의 수출가가 저렴해졌다. 1980년대를 지나며 미국의 금리도 가파르게 내려왔고 인텔의 자본 비용이 낮아졌다. …… 그로브의 인텔 재건은 실리콘밸리 자본주의의 교과서적 사례가 되었다. 그는 인텔의 비즈니스 모델이 고장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텔의 창업 아이템이었던 D램을 포기함으로써 인텔을 스스로 "파괴"했다. 대신에 인텔은 PC용 칩 시장의 목줄을 움켜잡았다. 매년 혹은 2년 간격으로 더 작은 트랜지스터를 적용하고 더 많은 연산력을 갖춘 새로운 세대의 칩을 발표했다.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 앤디 그로브의 신념이었다. 인텔을 구해 낸 것은 혁신도 전문성도 아닌 그의 편집증이었다.]
[실리콘밸리는 메모리 칩 분야에서 일본의 국제적 경쟁 맞서는 최선의 방법은 한국에서 훨씬 더 저렴한 공급원을 찾아 내는 동시에 미국의 연구개발 에너지를 이미 상품화된 범용 D램보다 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발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밤 노이스가 앤디 그로브에게 말했듯이, "한국인 등과 함께하면" 그들이 일본 생산자들보다 더 저가로 판매할 테니. 일본이 "비용에 상관하지 않고 덤핑을 하는 전략을 쓰더라도 세계 D램 시장을 독점하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결국 일본의 칩 제조사들은 "치명적”인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노이스는 예측했다. 그리하여 인텔은 떠오르는 한국의 D램 생산자들을 환영했다. 인텔은 1980년대에 삼성과 함께 합작 투자에 합의한 여러 실리콘 밸리 기업 중 하나다. …… 제리 샌더스가 한 설명을 빌리자면, 단순한 논리였다. "적의 적은 친구다. “]
[미드가 이 문제를 고심하고 있을 때 누군가 그에게 린 콘웨이 Lynn Conway 소개해 주었다. …… 콘웨이는 실리콘밸리 칩 제조사들이 엔지니어라기보다 예술가처럼 일한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 콘웨이와 미드는 결국 일련의 수학적 "설계 규칙desing rule"을 만들어 냈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칩 설계를 자동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 DARPA는 또 각 대학이 최신 컴퓨터를 갖추고 반도체 산업 관료와 학자가 고급 와인을 나누며 연구 문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무어의 법칙이 살아남을 수 있게끔 기업과 교수를 돕는 것이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지키는 데 결정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행보였다. 반도체 업계 역시 칩 설계 기술을 연구하는 대학에 기금을 댔고 반도체연구협회 Semiconductor Research Corporation를 설립해 카네기멜 론과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 연구 보조금을 주었다. 1980년대 내내 이 두 학교의 학생 및 교수진 핵심 그룹은 연이어 스타트업을 세워 반도체 설계를 위한 소프트웨어 도구'software tools 하는 그 전까지 존재한 적도 없었던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 냈다. 그렇게 DARPA와 반도체연구협회 자금 지원 프로그램의 수혜자 들이 만든 기업 중 세 곳이 남았고, 오늘날 모든 반도체 회사는 그 세 회사가 만들어 낸 도구를 사용하여 칩을 설계하고 있다.]
[그다음 1990년의 위기가 닥쳐왔다. …… 일본은 세상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정부가 지원하는 과잉 투자라는 불안한 토대 위에 세워져 있었다. 값싼 자본이 새로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는 일을 도왔을 뿐 아니라, 일본의 칩 제조사들로 하여금 이윤 걱정을 하지 않고 더 많이 찍어 내도록 하는 역할을 해 왔다. 마이크론이나 한국의 삼성 같은 경쟁자들이 일본 경쟁자들의 설 자리를 빼앗고 있는 동안에도 일본에서 가장 큰 반도체 생산 업체들은 D램 생산량을 두 배씩 늘리고 있었다.]
[소련의 로켓은 여전히 강력했다. 소련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에서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고 컴퓨터 산업은 뒤처졌으며 피통신과 감청 기술 또한 밀려났다. 그에 따른 군사적 결과는 재앙일 수밖에 없었다. …… 이제는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손쉽게 격퇴해 버린 미국의 새로운 힘은 엄청난 것이었다. …… 통상적인 군사력만 보자면 그리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인 것도 아닌데, 한때 막강한 힘을 자랑했던 국가가 비참한 종말을 향해 가고 있었다. 1990년대 러시아 반도체 산업은 수치스러울 정도로 몰락했다. 러시아의 반도체 생산 설비는 맥도날드의 해피밀 장난감에 들어갈 작은 칩을 만들고 있었다. 냉전은 끝났고 실리콘밸리가 이겼다.]
5) 집적회로에 갇힌 세계
[전화기에서 자동차, 식기세척기까지 모든 제품에서 칩의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것이다. 창의 논리에 따르면 이런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은 반도체 생산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지 못하니, 반도체 제조에 특화된 전문 기업에 아웃소싱할 것이다. 게다가 기술이 발전하고 트랜지스터가 작아지면 제조 설비의 가격과 연구개발 비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칩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업만이 가격 경쟁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경영진은 설득되지 않았다. 1976년 당시, 반도체를 설계하지만 자체 제조 시설을 갖추고 있지는 않은 "팹리스fabless" 기업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모리스 창은 그런 회사가 곧 나올 것이라 했지만 어디까지나 예상이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이미 충분한 돈을 잘 벌고 있었고, 그러니 존재하지도 않는 시장에 승부를 거는 건 너무 위험한 일로 보였다. 그의 아이디어는 조용히 폐기되었다. 창은 파운드리foundry라는 개념을 절대 잊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때가 무르익을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반도체 설계에서 린 콘웨이와 카버 미드가 이룬 혁명이 칩 설계가 제조와 훨씬 더 쉽게 분리되도록 만들었다. 미드의 비유에 따르면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나눈 것은 인쇄술의 발명에 비견할 만한 사건이었다.]
[이러한 공생 관계는 대만과 실리콘밸리 서로에게 이로웠다. TSMC 이전에도 반도체 설계에 집중하면서 자체 제조 설비를 갖추지 않고 제조 공정을 아웃소싱하려는 작은 회사가 몇몇 있었다. 대부분 실리콘밸리에 자리 잡고 있던 그런 "팹리스" 업체들은 종 종 더 큰 반도체 기업을 설득해 유휴 설비를 빌려 자신들의 칩을 만들곤 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춘 회사들에 비해 언제나 차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더 나쁜 건 그렇게 협업하는 파트너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훔칠까 봐 늘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TSMC는 절대 칩을 설계하지 않고 그저 만들기만 하겠노라고 모리스 창은 약속했다. …… 반도체 산업에서 모리스 창의 파운드리 비즈니스 모델은 새로 "저자", 즉 팹리스 칩 설계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했다. 그로 인해 모든 종류의 기기에 칩이 탑재되고 연산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게 한 이 디지털 시대의 인쇄기술은 인쇄업의 독점과 맞물려 있었다. 반도체 제조의 경제학은 무자비한 합병을 불러왔던 것이다. 가장 많은 칩을 생산하는 기업은 이미 그만 한 강점을 누리고 있으며, 그 위에서 수율을 끌어 올리고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며 자본을 동원할 수 있다. TSMC의 사업은 1990년대 내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제조 공정은 쉼 없이 개선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구텐베르크가 되고자 했던 모리스 창의 계획은 그에게 훨씬 더 큰 힘을 실어주었다. 당시에는 이 사실을 깨달은 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모리스 창과 TSMC 그리고 대만은 세계 최신 반도체 생산을 독점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ASML은 전 세계 각지에서 공급받은 부품을 조립하여 리소그래피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핵심 부품을 타 회사에서 공급 받는 것은 위험이 따르는 일이었지만 ASML은 그 위험과 함께하는 방법을 익혀 나갔다. 일본 경쟁사들은 모든 것을 자체 제작하려 애쓰고 있었던 반면에 ASML은 시장에 존재하는 최고의 부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ASML이 극자외선 장비 개발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다양한 부품을 종합하여 시스템을 구축하는 능력은 ASML 의 가장 큰 강점으로 거듭났다. ASML의 두 번째 강점은 의외의 면에서 나왔다. 바로 네덜란드에 있다는 것이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미국과 일본 사이에 무역 분쟁이 심화되고 있던 그 무렵, ASML은 중립 지대로 보였다. 미국 회사들은 ASML을 니콘이나 캐논을 대체할 신뢰할 만한 대안으로 여겼다. …… ASML이 필립스를 모태로 출발했다는 역사마저 놀라운 방식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 필립스는 TSMC의 창업 단계에서 투자를 했던 회사로, 신생 파운드리 기업에 반도체 제조 노하우와 지식재산권을 제공하며 협력했다. 결국 ASML은 판매 시장을 안고 출발한 셈이 되었다. TSMC의 팹이 필립스의 반도체 제조 공정을 따라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 ASML과 TSMC는 반도체 산업의 변방에서 작은 회사로 출발했지만 함께 성장해 나가며 파트너십을 쌓아 나갔다. …… ASML과 TSMC의 협력 관계는 1990년대의 세 번째 "리소그래피 전쟁'을 암시했다. …… 1980년대 무역 전쟁으로 인해 여전히 민감했던 정부는 미국의 연구소들이 일본의 니콘이나 캐논과 협업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 결국 남은 리소그래피 회사는 ASML뿐이었다. …… 극자외선 장비를 생산하는 과학 네트워크는 전 세계에 퍼져 있었다. 미국, 일본, 슬로베니아, 그리스 같은 여러 나라의 다양한 과학자들이 힘을 합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극자외선 장비의 제조는 세계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독점이 강화되었다. 단 하나의 회사가 관리하는 단 하나의 공급망에 리소그래피의 미래가 좌우될 예정이었다.]
6) 해외 이전은 혁신인가?
[팹리스 모델 덕분에 혜택을 본 미국 반도체 회사들은 엔비디아와 퀄컴 외에도 많다. 수십억 달러를 써 가며 자체 제조 시설을 갖추는 대신에 새로운 반도체 설계에만 몰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혀 새로운 유형의 반도체가 탄생하게 되었는데 그런 칩은 팹리스 설계 회사가 실제로 만들 수 없는 것들이었다. TSMC와 일부 파운드리의 힘을 빌어야만 했던 것이다. FPGA programmable gate arrays는 각기 다른 목적에 따라 최적화해 사용할 수 있는 적응형 칩으로, 이 분야의 선구자 격인 회사는 자일링스와 알테라 Altera 인데, 두 회사 모두 설립 초기부터 반도체 제작을 외주로 맡기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단지 새로운 유형의 칩이 생겼다는 것이 아니었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과 함께 고급 그래픽, 병렬 처리를 가능케 함으로써 팹리스 회사들은 전혀 새로운 유형의 컴퓨터 세계를 만들었다.]
[샌더스가 AMD에서 은퇴한 지 5년 후 AMD는 반도체 설계와 제조 사업부를 분리한다고 발표했다. …… 아부다비 정부의 투자 부문인 무바달라Mubadala 가 새로운 파운드리 기업의 주요 투자자가 됐는데, 첨단 산업보다 석유로 유명한 나라에서 이런 투자를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 AMD의 팹을 이어받은 이 새로운 회사 글로벌파운드리즈 GlobalFoundries는 전에 없이 살벌하고 자비 따위 없는 환경 속에서 파운드리 업계에 뛰어들었다.]
[삼성의 파운드리 기술력은 TSMC와 어느 정도 견주어 볼 만한 수준이었지만, 생산력에서 TSMC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삼성의 사업 영역 중에는 반도체 설계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로 떠올랐다. TSMC는 그저 수십여 고객들을 상대로 칩을 만들며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 외에 다른 목표가 없었지만, 삼성은 자체적으로 스마트폰과 소비자용 가전을 생산하고 있었으니 결국 고객 중 다수와 경쟁하고 있는 셈이었다. 경쟁사들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에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담긴 설계도를 보내면 그것이 결국 삼성 제품에 반영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TSMC와 글로벌 파운드리즈는 그런 이해관계 상충을 겪을 일이 없었다.]
[모리스 창은 그 중심에서 선언했다. “TSMC는 모든 이의 혁신을 동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혁신, 우리에게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의 혁신, 우리 고객의 혁신, 지식재산권 제공자의 혁신, 이것이 바로 연합군의 힘입니다." 이는 막대한 재정적 함의를 담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모리스 창은 자신감 있는 태도로 과시했다. "TSMC 와 우리의 10대 고객이 함께 지출하는 연구개발 비용은 삼성과 인텔을 합친 것보다 큽니다."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함께 하는 구식 모델은 TSMC를 중심으로 형성된 반도체 업계 전반의 공격 앞에 고전하고 있었다.]
[오늘날 애플이 요구하는 제작 역량과 기술을 가진 회사는 TSMC뿐이다. 그러니 모든 아이폰의 뒷면에 새겨져 있는 "캘리포니아의 애플 설계. 중국에서 조립은 큰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표현이다. 아이폰에서 가장 대체 불가능한 부품이 캘리포니아에서 설계되고 중국에서 조립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오직 대만뿐이다.]
[인텔만이 반도체 설계와 제작을 한 회사에서 완료하는 통합 모델을 완고하게 고수하고 있었다. 인텔 경영진은 그것이 반도체를 양산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었던 것이다. 인텔의 설계와 제조 공정은 서로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이 인텔 지도부의 주장이었다. 그에 비해 TSMC는 퀄컴 스마트폰 프로세서부터 AMD 서버 칩까지 모두에 적용될 수 있는 범용 제조 공정을 고수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통합 모델에도 일부 장점이 있을 테니 인텔의 판단이 어느 정도 옳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통합 모델에는 분명한 단점이 존재했다. …… 인텔 지도부는 반도체 설계와 반도체 제조 양쪽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러다가 둘 다 죽을 쑤고 말았다. 인텔의 첫 번째 난관은 인공지능이었다. …… 1980년대 이래 인텔은 CPU라고 하는 유형의 칩에 특화해 왔다. …… CPU는 무한히 많은 용도로 사용 가능하지만 하나의 계산이 끝난 다음에야 다른 계산을 할 수 있다. 반면에 GPU는 많은 계산을 동시에 처리하도록 설계된다. 이러한 구조를 "병렬 처리parallel processing "라 하는데, 병렬 처리가 컴퓨터 게임의 이미지 픽셀 처리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사실이 곧 드러난 것이다. …… 그리하여 컴퓨터가 고양이를 알아볼 수 있도록 훈련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놀랍게 단축되었다. …… 엔비디아가 됐건 클라우드 센터를 운영하는 대형 IT 기업이 됐건, 그들로 인해 인텔의 데이터센터 시장용 프로세서의 준독점 판매 시절도 막을 내렸다. …… 인텔은 2010년대 초 TSMC와 맞대결을 벌이기 위해 파운드리 시장에 숟가락을 넣었다가 큰 코를 다치고 있었다. …… 이는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함께하는 통합 모델이 인텔 경영진의 주장처럼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조용히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은 2010년대 내내 단 한 건의 대형 고객을 유치하는 선에 머물고 말았다. 그리고 몇 년 후 문을 닫았다.]
7) 중국의 도전
[중국의 문제는 반도체 제작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반도체 생산과 관련된 거의 모든 단계마다 중국은 해외 기술에 심각하게 의존하고 있었고, 그 모든 의존 관계는 중국의 지정학적 경쟁자인 대만, 일본, 한국, 혹은 미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반도체를 설계하기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 도구는 미국 기업이 독점하고 있었다. 조지타운대학교 안보와 신기술센터 Center for Security and EmergingTechnology 에서 학자들을 상대로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설계 프로그램 세계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퍼센트도 채 되지 않았다. 많은 칩을 설계하는 트랜지스터 패턴의 구성 요소인 핵심 지식재산의 경우에도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2퍼센트다. 나머지 대부분은 미국 아니면 영국이다. 중국은 세계의 실리콘 웨이퍼와 칩 제조에 필요한 소재의 4퍼센트를 공급한다. 또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장비에서는 1퍼센트, 반도체 설계 시장에서는 5퍼센트를 차지한다. 반도체 제조 사업에서는 단 7퍼센트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조 시장은 고부가가치의 첨단 기술과 무관한 영역이다.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놓고 볼 때 반도체 설계, 지식재산, 장비, 제조, 기타 다른 단계 등을 종합해 보면 중국 기업은 6퍼센트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에 조지타운대학교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39퍼센트, 한국은 16퍼센트, 대만은 1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었다. …… “돌격대와 특공대를 꾸려 전선을 돌파해야 한다"는 시진핑의 요구는 실로 절박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라는 계획을 수립했다. 2015년 현재 85퍼센트에 달하는 반도체 수입 비중을 2025년에는 30퍼센트까지 줄이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중국은 약점을 안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실리콘밸리와 관계를 형성하는 대신에 끊어 버려야 한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한국, 네덜란드, 대만이 반도체 생산 공정의 중요 단계를 독점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미국 반도체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되었던 덕분이다. …… 만약 중국이 이 생태계에 참여해 더 큰 몫을 가져가고자 했다면 중국의 야망은 아주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베이징의 목표는 미국과 그 우방이 만들어 낸 시스템 속에서 더 나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었다. 시진핑은 "성재를 공격하라"고 외쳤고, 이것은 시장 점유율을 조금 더 끌어올리라는 말이 아니었다. 반도체 산업에 통합되는 게 아니라 반도체 산업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였다. …… 반도체 독립의 구상은 세계화의 종말을 약속하는 것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거래되며 가장 가치 높은 상품의 생산을 뒤바꾸겠다는 것이었다. 2017년 다보스 포럼에서 시진핑은 진부하기 짝이 없는 연설을 했다. 하지만 그에게 박수를 보내던 청중 중 그 이면에는 심지어 포퓰리스트 도널드 트럼프마저 상상하지 못했던 과격한 세계 경제 개편의 구상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업의 눈으로 보자면 IBM, AMD, 암이 중국에서 맺은 계약은 그 나름대로 합리적인 비즈니스 논리를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모아 놓고 보면 기술 유출의 위험을 키운 행동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내는 칩 설계 산업은 미국이 거의 독점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위기에 놓인 것이다. 화웨이가 한국의 삼성이나 일본의 소니가 수십 년 전에 해냈던 것을 성공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잘 보여 줄 수 없었다. 바로 첨단 기술 생산 방법을 배우고, 세계 시장에서 승리하고,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미국의 선도적 테크 기업에 도전하는 일을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화웨이는 모든 환경에 컴퓨터가 사용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 시대를 앞서갈 수 있는 고지를 이미 차지한 것처럼 보였다. 차세대 통신 기반 설비인 5G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니케이아시아>의 분석에 따르면 화웨이의 통신 시스템 가격 중 약 30퍼센트는 미국산 반도체 및 기타 부품이 차지한다. 하지만 핵심 프로세서 칩은 화웨이의 하이실리콘 반도체 설계 사업부가 중국 내에서 설계한 것이며, 제작은 TSMC에서 이루어졌다. 화웨이가 기술 독립을 이루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해외에서 생산하는 여러 특화된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으며, 회사 내에서 설계한 칩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TSMC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화웨이가 각 무선 시스템에서 가장 복잡한 전자 기기 중 일부를 만들고 있다는 첫 그 모든 구성 요소를 어떻게 조합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사업부는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지니고 있음을 입증했다. 그러니 중국의 반도체 설계 회사들이 실리콘 밸리의 대형 업체들만큼 TSMC의 큰 고객이 될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만약 2010년대 말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2030년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실리콘밸리와 견줄 수 있는 영향력을 갖게 될 터였다. 이것은 단지 테크 업계와 무역의 이동만 뒤바꾸는 일이 아니다. 군사력 역시 새로운 균형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냉전의 승부는 미국 미사일의 유도 컴퓨터 주위를 도는 전자들에 의해 결정되었다. 마찬가지로 미래의 싸움은 전자기파 스펙트럼 속에서 결판이 날 수 있다. 전자 센서와 통신 장비에 온 세상의 군대가 더욱 의존할수록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데 필요한 스펙트럼 공간에 접근하기 위한 싸움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 2007년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핵 시설을 공습했을 때,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레이더를 교란하거나 해킹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던 시리아의 방공 시스템을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와의 전쟁에서 다양한 레이더와 신호 교란기를 동원하고 있다. …… DARPA는 GPS 신호나 인공위성에 의존 하지 않는 대안 항법 체계를 연구 중이다. GPS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미국의 미사일이 목표물을 맞힐 수 있게끔 하려는 것이다. 전자기파 스펙트럼을 두고 벌이는 싸움은 반도체에 의한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될 것이다. 레이더, 전파 교란, 통신은 모두 복잡한 무선 주파수 칩과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에 의해 관리된다. 이들 칩이 개방된 스펙트럼 공간에서 신호를 발산하고, 특정한 방향으로 보내며, 적의 센서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8) 반도체로 숨통을 조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의 어떤 경영자는 한 백악관 관료에게 이 상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전달했다. "우리의 근본 문제는 우리의 최대 고객이 우리의 최대 경쟁자라는 겁니다.“
국가안전보장회의에 모인 대중국 강경파들은 미국 반도체 산업을 스스로가 빠진 모순에서 구해 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 미국은 강력한 수출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중국 강경파의 믿음이었다. …… 이는 미국이 새롭게 손에 넣은 강력한 무기였다. 이제 미국은 세상 그 어떤 칩 제조사든 문을 닫게 만들 수 있었다. …… 일단 푸젠진화반도체가 핵심 장비를 공급하는 미국 회사에 청구 금액을 지불하자 미국 정부는 수출을 끊어 버렸다. 그로부터 몇 달 지나지 않아 푸젠진화반도체의 생산은 중단되었다. 중국이 만들어 낸 최신 D램 기업이 무너진 것이다.]
[기술 인프라가 기밀 정보유출의 경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딱히 놀랄 일이 아니었다. 2013년 러시아로 망명한 전 국가안보국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여러 비밀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중국과의 경쟁을 근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으로 보았다. 이들은 화웨이 문제를 상업적 과제가 아니라 전략적 과제로 해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니와 삼성은 미국과 동맹 관계인 나라에 세워진 테크 기업이었다. 반면에 화웨이는 미국 최대의 지정학적 경쟁자가 배출한 대표 선수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화웨이의 확장은 위협적인 일이다.]
[2020년 5월, 트럼프 정부는 화웨이 제재를 더욱 끌어올렸다. …… 상무부에서 내린 새로운 지침은 미국산 제품의 화웨이 수출을 막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미국산 기술을 통해 만든 모든 제품의 화웨이 판매를 금지했다. 반도체 산업은 병목으로 가득 차 있기에 이러한 조치는 거의 모든 칩을 살 수 없게 되었다는 말과 같다. 미국의 제조 장비 없이는 TSMC라 해도 화웨이에 첨단 칩을 만들어 줄 수 없다. 심지어 중국이 보유한 최고의 파운드리 기업인 SMIC마저도 미국산 도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렇게 간단히 전 세계 반도체 제조업에서 떨어져 나갔다. 화웨이가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상무부가 특별히 구입 허가를 내준 소수의 칩에 불과했다. 세계 반도체 업계는 미국의 규칙에 재빨리 적응해 갔다. 미국이 배를 갈라 버리겠다고 덤벼드는 대상은 TSMC의 두 번째로 큰 고객이었지만, 그래도 TSMC 회장 마크 리우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법을 표면적으로 따르는 차원을 넘어 그 취지까지 따르겠노라고 약속했다.]
[미국이 중국 최고의 글로벌 테크 기업의 발목을 부러뜨리고 있을 때, 중국이 그 어떤 복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미국 테크 기업을 응징하겠다고 여러 차례 위협하긴 했지만 결국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베이징은 중국의 안보를 해치는 외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 unreliable entity list "에 올리겠노라 했지만, 그 어떤 기업도 그 목록에 등재되지 않았다. 화웨이가 미국에 당해서 사라져 버리는 것보다는 2등 테크 업체가 되더라도 살아남아 있는 편이 낫다는 베이징의 분명한 계산에 따른 행보였다. 결국 미국은 공급망을 끊음으로써 지배권을 강화하고 있었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화웨이 습격 사건을 두고 이렇게 곱씹었다. "무기화된 상호 의존,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중국의 기술 정책에 대한 가장 똑똑한 분석가 가운데 하나인 댄 왕Dan Wang은 미국의 규제가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새로운 정책을 촉진함으로써, "기술 지배를 향한 베이징의 추구를 가속화""했다고 주장한다. 왕이 볼 때 미국의 새로운 수출 규제가 없었다면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이 지금까지 해 왔던 산업 정책과 같은 결말을 맞이했을 터였다. 정부가 상당한 액수의 헛돈만 쓰고 끝났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미국의 압력 덕분에 중국 정부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그보다 훨씬 큰 지원을 제공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 극자외선 장비는 국제적인 공급망을 통해 제공되어야 할 수 많은 반도체 제작 기반 중 딱 하나일 뿐이다. 공급망의 모든 요소를 국산화하는 비용은 턱없이 비싸지고 결국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국제화된 반도체 산업은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을 설비 투자에 쓰고 있다. 중국이 현재 가지고 있지 못한 설비를 짓고 인력을 확충하면 이 정도 규모의 지출 액수를 따라잡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최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모두 국산화하려면 10년 이상의 기간과 그동안 수조 달러 이상의 자본 투입이 필요하게 된다. 이제 우리는 왜 중국이 말은 거창하게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국산화하려 들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베이징 역시 그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TSMC의 팹을 박살내 버릴 것이라는 생각은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왜냐하면 중국 또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고통을 받을 것이며, 이후 남게 될 최신 반도체 제조가 가능한 팹인 인텔과 삼성의 설비는 모두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 안에 있으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중국군이 대만을 침공해 TSMC의 설비를 탈취하는 것 역시 현실적인 시나리오와 거리가 멀다. 기존 설비를 빼앗는다고 한들 반도체를 만들려면 핵심 소재를 구입해야 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해야 하며, 대체 불가능한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모두 미국이나 일본 혹은 다른 나라에서 나온다. 게다가 중국의 침공이 성공한다 한들 TSMC 직원 전부를 잡을 수는 없다. 중국이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분노한 엔 지니어들 중 일부가 고의로 작업을 방해하고 전체 공정을 망가뜨려 버릴 수 있다. …… 하지만 하늘이나 바다에서 우연찮게 벌어진 충돌이 재앙과도 같은 전쟁으로 번져 결국 어느 쪽도 원치 않는 상황으로 흘러가는 경우를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 한마디로 대만이 재앙을 겪고 나면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조 달러 단위가 될 것이다. 우리가 매년 얻을 것으로 예상하는 연산력의 37퍼센트를 잃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과 그로 인한 락다운이 불러왔던 경제적 재앙보다 훨씬 값비싼 일일 수밖에 없다. 읽어버린 반도체 생산 역량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 이상이 소요된다. 코로나로 인한 반도체 공급 부족 기간 동안 우리는 신규 5G 네트워크나 메타버스 등의 지연을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대만이 정상 작동하지 못하게 되면 우리는 새로운 식기세척기도 제대로 구입하기 힘든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 더 나쁜 건 1950년대와 달리 인민해방군이 호락호락하게 물러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싸움에서 베이징은 자신들이 이기는 데 판돈을 걸고 있다.]
6. 감상 및 서평
반도체의 역사를 보면 "실리콘밸리”라는 명칭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그리고 자유주의가 어떻게 기술적인 혁신을 만들어 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련에서의 반도체 기술개발과정과의 대비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미국에서 출발하여 일본, 대만/한국으로 점유율이 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산업의 경쟁력은 기술혁신보다 더 넓은 인자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화 과정에서의 분업체계, 각 국의 보조금 정책, 생산공정 효율화 등 엔지니어링 역량, 인건비를 포함한 인적 경쟁력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보았을 때 일본, 한국, 대만, 중국은 보조금을 통해서 반도체 산업을 키웠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미국은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여 자국에 반도체 제조산업을 키우는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봉쇄를 하고 일본, 한국, 대만과는 인적 경쟁력에서 충분히 겨뤄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자국 우선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미국의 정치상황은 미국 시장 접근에서도 장벽을 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대대적인 반도체 산업 재편을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유무역에 대한 이상을 기초로 한 WTO 체제는 현재 작동을 먼춰 버렸습니다. WTO 체제에서는 보조금으로 판단될 경우 무역제재의 근거가 되었고, 그래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간접적으로 은행을 통한다거나 하는 방법을 취했고 이슈가 되는 경우 보조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응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탄소중립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는 미국, 유럽 할 것 없이 모든 나라가 천문학적인 보조금 (투자비의 50%를 정부가 직접투자하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투자는 전 지구적 환경문제를 해결한다는 윤리적 잣대라도 내밀고 있지만, 반도체 등의 투자는 안보 문제 등으로 포장되어 (실제 군사기술에 쓰이므로 안보문제가 맞지만, 이런 기준이면 군사적으로 쓰이지 않는 상품은 몇가지 없을 것입니다.) 대놓고 보조금 지급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축통화(달러 그리고 유로, 엔화 정도)를 바탕으로 충분한 보조금을 줄 수 있는 국가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화 시대, WTO 체계와는 다른 국가 전략 및 기업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에 대해서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파운드리와 설계를 동시에 하고 있는 사업구조의 문제를 지적한 것입니다. AMD는 삼성과 동일한 사업구조를 유지하다가 파운드리를 분리해 매각했고, 인텔만이 설계와 제조를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인텔은 외부 고객을 위한 파운드리 부문을 별도로 운영하다 실패하여 2018년 철수하였으나 2022년 재 진입을 발표하였습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휴대폰, 가전 등 최종제품까지 생산하는 구조입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삼성전자는 한국 대기업의 고질적인 이슈인 총수의 경영권 문제가 결부되어 있어서 앞으로의 사업변경도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사업환경 변화에 따라 AMD처럼 일부를 분리해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 확보는 자본주의 이념에 입각한 기업구조의 개선이 동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삼성전자에 비해서 파운드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SK하이닉스반도체는 사업구조로 보면 좀 더 유리한 상황입니다. 또한 SK그룹은 반도체 파운드리를 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 사업이 없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데 미국의 기술제재를 받는 국가인 중국의 생산공장 비중이 높다는 점입니다.
양안문제에 대해서 분석한 여러 책에서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라도 점령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전쟁의 목적 중 하나로 TSMC 공장을 확보하여 반도체 굴기를 완성하는 것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설비를 빼앗아봤자 껍데기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핵심 소재 구입,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술자 확보 등이 동시에 가능해야 하는데 이 또한 미국, 일본 등에 의존해 있고 TSMC 기술자의 협력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자가 우려하는 것은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란이 이루어지는 상황입니다. 양안에서의 우발적 충돌 등에 의한 대만의 재앙 상황 혹은 중국의 해상 봉쇄 등에 의해 발생하는 TSMC(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60%)의 반도체 생산/공급 차질로 인해 전세계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세계는 새로운 식기세척기도 제대로 구입하기 힘든 세상에 살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생산이 과점화된 반도체의 지정학적 의미는 다른 산업과는 차원이 다른 파급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향후 한국의 반도체 산업의 발전은 한 기업의 문제를 떠나 대한민국의 흥망성쇄를 좌우할 수도 있는 핵심 Key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