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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리]우리 본성의 착한 천사 – 스티븐 핑커

무지2024 2026. 2. 8. 14:17

 

1. 책의 저자

 

  지은이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1954년 캐나다 몬트리움의 영어권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백길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가 1979하버드 대학교에서 실험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MIT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은 후에는 하버드 대학교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조교수를 지냈으며, 1982년부터 2003년까지 MIT 교수를 거쳐 2003 년부터 지금까지 하버드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과 언어, 본성과 관련한 심도 깊은 연구와 대중 저술 활동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이자 인지 과학자로 꼽히고 있다. 주요 연구 주제인 시각 인지와 언어 심리학 연구로 미국 심리학 협회(1984, 1986), 미국 국립 과학 학술원(1993)영국왕립 연구소(2004), 인지 뇌 과학 협회(2010), 국제 신경 정신 병학회(2013) 등이 주는 상을 받았으며, '올해의 인문주의자', <프로스펙트 매거진> '세계 100대 사상가, <타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 <포린폴리시> '세계 100대 지식인'에 선정되었다. 일반 대중을 위해 펴낸 6권의 책들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핑커는 자신의 대중적 저술 기획을 크게 언어 3부작과 마음 3부 작이라고 소개한 바 있는데, '언어는 생물학적 적용'이라는 아이디어에 기반해 언어의 모든 측면을 개괄한 언어 본능』(1994)이 언어 3부작의 첫 번째 책이라면, 상상과 추론에서 감성과 유머와 재능까지 마음의 (언어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 나타나는 논리 구조를 분석한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1997)가 마음 3부작의 첫 책이다. 그리고 특수한 현상 하나를 선택,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각도에서 조사함으로써 언어와 마음의 본질을 조명한 단어와 규칙」(1999)(언어 3부작의 두 번째), 인간 본성에 관한 아이디어와 그것의 도덕적, 감정적, 정치적 색채를 탐구한 서판』(2002)(마음 3부작의 두 번째) 에 이어, 단어로 생각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들여다본 생각거리』 (2006)로 언어 3부작과 마음 3부작을 동시에 마무리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2012)는 마음 3부작에서 탐구했던 인간 본성의 과학을 집대성한 책이다.

 

2. 책의 발행일

 

  이 책은 2011년에 출간되었고 한국어 번역본도 2014년에 발행되었다

 

3. 글 중에서 인상깊었고 책의 주제에 어울릴만한 문장

 

(*) 서문

 

[여섯 가지 경향성(2장에서 7장까지) : 번째 변화는 ······ 최초의 농업 문명으로 전이한 사건이다. ······ 폭력적 사망의 비율이 5분의 1로 줄었다. ······ 평화화 과정(Pacification Process) ······ 번째 변화는 ······ 중세 후기부터 20세기까지 유럽 국가들의 살인율은 과거의 10분의 1에서 50분의 1 사이로 낮아졌다. ······ 중앙 권력과 상업 하부 구조를 갖춘 큰 왕국으로 통합 ······ 문명화과정(Civilizing Process) ······ 번째 변화는 ······ 17세기와 18세기 이성의 시대 및 유럽 계몽 시대에 시작되었다, ······ 인도주의 혁명 (Humanitarian Revolution) ······번째 주요한 변화는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에 벌어졌다. ······ 평화(Long Peace) ······ 다섯 번째 경향성도 전투에 관한 것이지만, 좀 더 작은 차원이다. ······ 냉전이 끝난 1989년 이래 모든 종류의 조직적 충돌이 - 내전, 집단 살해, 독재 정부의 억압, 테러 - 세계적으로 감소했다. ······ 새로운 평화(New Peace) ······ 마지막으로, 1948년 세계 인권 선언 발기로 상징되는 전후 시대에는 더 작은 규모의 공격성, 이를테면 소수 집단, 여성, 아이, 동성애자, 동물에 대한 폭력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 나는 이것을 권리 혁명(Rights Revolutions)이라고 부르겠다.]

 

[다섯 가지 내면의 악마(8) : 공격성은 단일한 동기가 아니고, 하물며 점증하는 욕구는 더 아니다. ······ 포식적(predatory) 혹은 도구적(instrumental) 폭력은 단순히 목적에 대한 실용적 수단으로서 동원된 폭력이다. 우세(dominance) 경쟁은 권위, 위세, 명예, 힘의 욕구로서, 개인 간의 마초적 허세로 드러날 수도 있고 인종, 민족, 종교, 국가 집단 간의 패권 경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복수심(revenge)은 보복, 처벌 정의를 지향하는 도덕주의적 욕구를 부채질한다. 가학성(sadism)타인의 괴로움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데올로기üdeology)는 공유된 신념 체계를 말한다. 보통 유토피아적 전망을 품고 있고, 무제한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무제한의 폭력을 정당화한다.]

 

[가지 선한 천사(9) :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하지는 않지만(선천적으로 악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폭력으로부터 멀어져 협동과 이타성을 추구하도록 이끄는 동기들을 갖고 태어난다. 감정 이입(empathy) ······ 자기 통제(self-control) ······ 도덕 감각(moral sense) ······ 이성(reason) ······ 호모 사피엔스의 최근 역사가 말 그대로 덜 폭력적인 방향으로 진화했을 가능성, 즉 게놈의 변화라는 생물학적 의미에서 실제로 진화했을 가능성을 살펴볼 것이다.]

 

[다섯 가지 역사적 힘(10) : 리바이어던(Leviathan), 즉 힘의 적법한 사용을 독점하는 국가와 사법 제도 ······ 상업(commerce)은 모두가 이길 수 있는 포지티브섬 게임이다. ······ 여성화(feminization)는 여성의 이해와 가치를 좀 더 존중하는 방향으로 문화가 변한 것을 말한다. ······ 세계주의(cosmopolitanism)의 세력들, 가령 문해 능력, 이동성, 매스미디어는 ······ 공감의 범위를 넓힌다. 마지막으로 인간사에 지식과 합리성을 더 많이 적용하는 능력은 - 이성의 에스컬레이터(escalator of reason) - 폭력의 순환이 헛되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자신의 이해를 타인의 이해에 앞세우는 행위를 줄이고, 폭력의 개념을 재구성함으로써 폭력을 경쟁에서 승리해야 할 행위라기보다는 해소해야 할 숙제로 보게 한다.]

 

(2) 평화화 과정

 

[침팬지의 공격성은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우리와 침팬지의 공통 특질을 갖고 있었던 과거의 어느 영장류 종에서 처음에 폭력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엿보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폭력성은 내적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쓰이는 속성이라는 진화 이론의 예측, 달리 말해 잠재적 이익이 크고 위험이 적은 상황에서만 폭력이 사용된다는 예측을 확인해 볼 기회를 준다. ······ 침팬지들의 살해에는 다윈주의적 논리가 있을까? ······ 침팬지들은 경쟁 수컷과 그 새끼들을 없앰으로써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 그러면 새 영역의 먹이에 대한 접근성을 자기 자신, 자신의 새끼들, 자신과 교배하는 암컷들의 몫으로 독점할 수 있고, 그러면 암컷들은 더 많이 출산할 수 있다. ······ 녀석들의 관심은 그저 영역을 점령하는 것이고, 위험이 적은 상황이라면 경쟁자를 제거하는 것이다. 진화적 편익은 간접적으로, 또한 장기적으로 발생한다. 위험에 대해서라면, 침팬지들은 불공평한 싸움만 고름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한다. 자신이 저쪽보다 31이상 우세한 경우만 고르는 것이다. ······ 그런데 보노보는 치명적 습격을 전혀 하지 않는다. ······ 보노보는 영장류치고 몹시 이상하다. 행동뿐 아니라 해부 구조도 그렇다. 보노보는 성체라도 머리가 새끼처럼 작고, 몸이 가볍고, 성차(性差)작고, 그 밖에도 여러 유아적인 특징들을 지닌다. ······ 보노보의 독특한 해부 구조를 대형 유인원의 계통수 속에 배치해 보면, 녀석들이 유형 성숙 (neoteny)에 의해서 유인원의 일반적인 몸 구조로부터 멀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든다. ······ 늑대에서 유래한 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유형 성숙은 가축화를 거친 종에서 종종 나타난다. ······ 보노보는 유인원 중에서 별종이라고 봐야 옳다. 인간은 아마도 침팬지와 더 가까운 동물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우리가 예상해도 좋은 것은 단 하나의 대대적인 변화뿐이다. 그 변화는 자신의 경계 내부에서 폭력을 줄이려는 의도를 드러냈던 최초의 사회 조직이 등장함으로써 벌어진 일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중앙 집권화된 국가, 리바이어던이었다. 최초의 국가들은 시민들의 협상에서 도출된 사회적 계약에 의거하여 힘을 부여 받은 연합체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보호비 명목으로 금품을 뜯어내는 조직에 더 가까웠다. 강력한 마피아가 지역 주민에게서 자원을 갈취하면서 적대적인 이웃 지역이나 다른 주민들로부터 안전하게 지켜 주겠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 덕분에 폭력이 줄었을 때, 피보호자들만큼이나 지배자들도 이득을 보았다. 농부가 자기 가축들끼리 서로 죽이는 것을 막는 것처럼, 통치자는 자기 백성들끼리 습격과 혈수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을막으려 하기 마련이다. 백성들에게는 그것이 자원을 뒤섞거나 원한을 청산하는 행위일지라도 통치자에게는 말짱 손실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부의 한 가지 비극적 아이러니는 발전 노상에 있던 식민지들이 유럽의 지배에서 해방된 뒤 왕왕 도로 전쟁으로 빠져들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제는 현대적 무기, 조직화된 군벌, 부족 장로들을 거역할 자유가 주어진 상황이다 보니 전쟁이 예전보다 격화되었다. 3장에 서 다시 말하겠지만, 이런 현상은 폭력의 역사적 감소를 거스르는 역류인 동시에 리바이어던의 폭력 감소 효과를 증명하는 예시이기도 하다.]

 

[인간 본성에는 세 가지 주요한 싸움의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도 확인했다. 이득(포식적 습격), 안전(선제적 습격), 평판(보복적 습격)이다. 또한 우리가 숫자로 확인한 바. '모두가 우러러볼 공통의 힘이 없었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전쟁이라 부를 만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는 주장도 사실이었다.]

 

[최초의 리바이어던은 폭력의 문제를 하나 풀었으나 또 다 문제를 만들어 냈던 셈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살인과 전쟁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줄었지만, 대신 독재자, 성직자, 도둑 정치가(kleptocrat)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여기에서 우리는 평화화라는 단어에 숨은 음흉한 뜻을 깨우친다. 그것은 단순히 평화를 가져오기만 하는 과정이 아니었다. 강압적인 정부가 절대적인 통제를 가하는 과정이었다. 인류가 이 새로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몇 천 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심지어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아직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3) 문명화 과정

 

[유럽인들은 전반적으로 덜 죽이는 방향으로 변했지만, 살인의 몇몇 패턴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남자가 전체 살인의 약 92퍼센트를 저질렀고(영아 살해는 제외한다). 특히 20대에 많이 저질렀다. 도시는 1960년대의 살인을 상승을 겪기 전만 해도 대체로 시골보다 안전했다. 그러나 바뀐 패턴도 있었다. 첫 몇 백 년 동안에는 사회의 상층과 하층이 엇비슷한 비율로 살인을 저질렀지만, 일단 살인율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하층 보다 상층이 더 급격히 감소했다. 다른 역사적 변화는 무관한 타인을 죽이는 행위가 자신의 아이, 부모, 배우자, 형제를 죽이는 행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줄었다는 점이다. 살인 통계에서 흔한 이 패턴은 베르코의 법칙이라 불린다. 베르코의 법칙은 남자끼리의 폭력이 여자와 혈연이 관련된 가정 폭력에 비해 시대와 장소에 따른 변동이 더 크다는 법칙이다. ······ 수백 년이나 이어진 유럽의 살인을 감소가 어떤 의미인지 따져 보자. ······ 유럽은 도시화, 세계주의, 상업화, 산업화, 세속화를 겪을수록 점점 더 안전해졌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 현상을 유효하게 설명하는 유일한 이론,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견해를 떠올리게 된다. 엘리아스의 문명화 과정 이론 ······ 엘리아스의 이론은 유럽의 폭력 감소를 더 폭넓은 심리 변화 탓으로 돌린 셈이다 ······ 명예의 문화는 - 재깍 복수하는 태도 - 품위의 문화로 - 감정을 기꺼이 통제하는 태도 - 바뀌었다. 이런 이상(理想)은 문화 공급자들이 귀족에게 제공한 명시적 지침에서 생겨났고, ······ 어린 아이들의 사회화과정에 흡수됨으로써 급기야 제2의 천성이 되었다. 또한 그 표준은 상류 계층에서 그들을 흉내 내려 애쓴 부르주아에게, 부르주아에서 더 낮은 계층에게 흘러내려 결국 전체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엘리아스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애초에 어떤 외생적 유발 기제가 변화를 개시했는지를 짚어 보았다. 그는 정확히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유럽이 봉건 영지와 봉토로 조각조각 나뉘었던 수백 년의 무정부 상태를 끝내고 진정한 리바이어던으로 통합된 일이었다. ······ 군사 역사학자 퀸시 라이트에 따르면, 15세기 유럽에는 독립적 정치 단위가 5000개 있었다(주로 남작령이나 공국), 17세기 초 30년 전쟁 시기에는 그것이 500개로 줄었고, 19세기 초 나폴레옹 시대에는 200개가 되었고, 1953년에는 30개 미만이 되었다. ······ 리바이어던이 통제권을 쥐자,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 이제 개인이 부를 쌓는 방법은 일대에서 제일 악독한 기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궁정에서 왕과 측근들에게 호의를 구하는 것이었다. ······ 중세 후기에 벌어진 두 번째 외생적 변화는 경제 혁명이었다. ······ 포지티브섬 게임은 폭력의 동기도 바꾼다. 당신이 다른 사람과 호의나 잉여를 교환한다면, 그가 죽는 것보다는 살아 있는 편이 당신에게도 더 좋다. 그리고 당신에게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예상해 볼 동기가 주 어진다. 그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만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쉽기 때문이다. ······ 자유 시장은 사실 감정 이입을 장려한다. 훌륭한 사업가는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 ······ 문명화의 두 힘은 서로를 강화한다. ······ 국가 통제의 중앙 집중화와 폭력의 독점, 장인 길드와 관료 제도의 성장, 물물교환에서 화폐로의 전환, 기술 발전, 상업 발달, 갈수록 더 넓은 지역의 개인들이 상호 의존의 그물망을 이루는 것이 모두가 하나의 유기적 전체를 이룬다. 그 속에서 잘 살고 싶은 사람은 감정 이입과 자기 통제력이 제2의 천성이 될 때까지 계발해야 한다.]

 

[남부가 북부보다 명예의 문화를 발달시킨 점을 어떤 외생적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노예 경제 유지에 필요한 잔혹함이 한 요소일지도 모르지만, 남부에서도 제일 폭력적인 지역은 노예 농장에 전혀 의존하지 않았던 오지들이다. ······ 최초의 이주자들이 유럽의 어느 지역에서 왔던가 하는 점에 주목했다. 북부에는 청교도, 퀘이커, 네덜란드인, 독일인 농부들이 정착했던 데 비해 남부 내륙에는 주로 스코틀랜드-아일랜드인들이 정착했다. 그 중에는 양치기가 많았고, 중앙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영국 제도 변두리의 산악 지대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많았다. 니스벳과 코언은 어쩌면 목축이 명예 문화의 외생적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 사람들이 산악 지대에서 목축을 하는 까닭은 그곳에서는 작물을 기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악 지대는 국가가 정복하고 평화화하고 다스리기 어려워, 무정부 상태일 때가 많다. 그렇다면 자력 구제 정의의 직접적 유발 기제는 목축이 아니라 무정부 상태인 셈이다. ······ 따라서 영국 후미진 지역에서 온 이주자들이 남부 후미진 지역에 정착했다고 가정하는 것, 그리고 그런 지역들이 오랫동안 무법 상태였기 때문에 명예의 문화가 장려되었다고 가정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4) 인도주의 혁명

 

[정치학자 제임스 페인은 폭력의 역사를 다룬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에서 이런 의견을 냈다. 고대에는 고통과 죽음이 너무나 흔했기 때문에 고대인들이 타인의 생명에 낮은 가치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자신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 풍습이라면, 설령 그 대가가 타인의 목숨을 바치는 것일지라도, 그런 행위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다. 나아가 그들이 신을 믿었다면, 인간 제물은 신에게 이득을 요구하는 방법으로서 쉽게 떠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대인은 신을 믿었다. "그들의 원시적인 세상은 전염병, 기근, 전쟁 등 위험과 고통과 기분 나쁜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자연스레 그들은 '대체 어떤 신이 이런 세상을 창조했을까?' 하고 자문했을 것이다. 그럴싸한 대답은 사람들이 피 흘리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가학적인 신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신이 인간의 피를 매일 일정량 요구한다면, 아예 사전에 공급하는 것이 어떨까? 내가 아니라 저 사람의 피라면 더 좋고.]

 

[페인은 채무자에 대한 태도의 역사야말로 삶의 모든 측면에서 폭력이 감소해 온 신비로운 과정을 잘 보여 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서구 사회는 처음에는 채무자를 노예로 만들거나 처형했다. 다음에는 그들을 구금했고, 그 다음에는 그들의 자산을 몰수하여 빚을 갚게 했다. 페인은 자산 몰수조차도 일종의 폭력이라고 지적한다. ······ 설령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일종의 폭력이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기에, 그런 관행마저 차츰 사라졌다. 파산법은 채무자 처벌이나 자산 몰수에서 벗어나 채무자에게 새로 시작할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오늘날은 많은 나라가 채무자의 집. , 연금, 배우자 자산을 보호한다. 개인이나 회사가 파산 선언을 하면 많은 빚을 탕감 받을 수 있다. 아마도 채무자 감옥 시절의 사람들은 이런 관용이 자본주의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으리라. 자본주의 는 빚의 변제에 기반한 제도이니까, 그러나 상업 생태계는 이 수단을 잃은 대신 신용조회, 신용 등급 평가, 대출 보험, 신용카드 등등 차용자를 법적 강압 조치로 위협하지 않고도 경제생활을 지속시키는 보완책을 진화시켰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새에 폭력의 한 종류가 통째 증발했고, 같은 기능을 대신할 메커니즘이 현실에 나타났던 것이다.]

 

[인도주의 혁명을 설명할 때 암묵적 규범이냐 명시적인 도덕적 논증이냐 둘 중 하나로 결정할 필요는 없다. 두 요인은 서로 영향을 미쳤다. 감수성이 변했기 때문에 관습을 의문시하는 사상가들이 쉽게 모습을 드러냈으며, 그들의 논리가 더 쉽게 청중을 확보하고 채택되었다. 논리는 관리 수단을 휘두르는 사람들을 설득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술집이나 식탁의 일상적인 토론에도 끼어들어 전체 문화의 감수성에 스며듦으로써 한 번에 한 명씩 여론을 바꿨다. 그리고 위에서 어떤 관습을 법으로 금지한 탓에 일상에서 그 행위가 사라지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현실적인 선택지들의 메뉴에서도 그 행위가 지워진다. ······ 사람들의 환경에서 과연 무엇이 바뀌었기에 인도주의 혁명이 시작되었을까? 하나의 후보는 문명화 과정이다. 근대로의 전환기에 사람들이 자기 통제를 더욱 연마했음은 물론이고 감정 이입 능력도 키웠다는 엘리아스의 주장을 떠올려 보자. ······ 역사학자 헌트는 문명화 과정의 또 다른 파생 효과를 지적한다. 바로 위생과 예절의 개선이다. 도구를 써서 먹는다든지, 섹스를 은밀한 공간에서만 한다든지 하는, 신체 분비물을 남의 눈에 안 띄게 처리하고 옷에 묻히지 않는다든지 하는. ······ 인간은 오물과 신체 분비물에 대한 혐오감을 타고난다. ······ 사람들은 본능적 혐오감에서 도덕적 혐오감으로 쉽게 넘어가기 때문에, 불결한 것을 곧 타락하고 추악하여 경멸할 만한 것으로 취급한다. ······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명화 과정과 인도주의 혁명은 시기가 맞지 않는다. ······ 나는 인도주의 혁명의 개시를 거든 외생적 변화로서 쓰기와 읽기 능력의 성장이 제일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 독서는 관점 취하기(perspective-taking)의 기술이다. ······ 누군가의 관점을 채택한다는 의미의 '감정 이입 (empathy)'은 그에 대해 연민을 느낀다는 의미의 '감정 이입'과는 다르다. 그러나 전자는 자연스럽게 후자로 이어진다.]

 

[나는 이런 도덕적 발견의 과정이 인도주의 혁명에서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본다. 나는 이 설명을 한 단계 더 밀어붙이려 한다. 수많은 폭력적 제도가 그토록 짧은 기간에 무릎을 꿇었던 것은 각각을 처단한 논리들이 이성의 시대와 계몽 시대에 등장했던 일관된 철학의 계보에 속했기 때문이다. 홉스, 스피노자, 데카르트, 로크, 데이비드, 메리 아스텔, 칸트, 베카리아, 스미스, 메리 울스톤크래프트, 매디슨, 제퍼슨, 해밀턴, 스튜어트 . 이런 사상가들의 생각은 하나로 뭉쳐 단일한 세계관을 이루었다. 우리는 그것을 계몽주의적 인도주의(Enlightenment humanism)라고 부를 있다.]

 

[반계몽주의는 19세기에 세를 떨친 여러 낭만적 운동들의 원천이었다. 그중 일부는 예술에 영향을 미쳐, 숭고한 음악과 시를 남겼다. 다른 일부는 정치 이데올로기가 되어, 폭력의 감소세를 뒤집는 끔찍한 사건 들을 낳았다. '피와 흙(blood and soil)'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전투적 민족주의가 그런 이데올로기였는데, 민족 집단과 그 유래가 된 땅은 독특한 도덕적 특징을 지닌 유기적 총체이며 그 장엄함과 영광이 개별 구성원들의 생명과 행복보다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었다. 또 다른 이데올로기는 낭만적 전투주의였다. "전쟁은 고귀하고, 고무적이고, 고결하고, 영예롭고, 영웅적이고, 흥미진진하고, 아름답고, 신성하고, 짜릿하다."는 생각 이었다(물러가 간추린 표현이다.). 세 번째는 마르크스 사회주의였다. 역사는 계급 간의 영예로운 투쟁 과정이고, 결국 부르주아의 복종과 프롤레타리아의 우세로 정점을 이룰 과정이라는 생각이었다. 네 번째는 국가 사회주의였다. 역사는 민족 간의 영예로운 투쟁 과정이고, 결국 열등한 민족의 복종과 아리안인의 우세로 정점을 이룰 과정이라는 생각이었다.]

 

(5) 긴 평화

 

[대체 어떻게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 일본 제국의 잔혹한 침략, 홀로코스트, 스탈린의 숙청, 굴라크(소련 강제 노동 수용소 옮긴이), 두 번의 원자폭탄 투하 등등의 많은 재앙이 겨우 10년 안에 발생했단 말인가(이전 20년 동안 벌어진 제1차 세계 대전과 수많은 전쟁과 집단 살해는 말할 것 도 없다)? ······ ‘20세기는 역사상 가장 피비린내 나는 세기였다.' 이 말은 무신론, 다윈, 정부, 과학, 자본주의, 공산주의, 진보적 이상, 남성 등등 갖가지 악의 화신들을 나무라는 상투어가 되었다. 그런데 이 말이 과연 사실일까?]

 

 

[무엇이 탁월한 군사학자들로 하여금 '놀라운 규모의 변화, '전쟁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불연속', '일찍이 역사에 없었던 일'과 같은 경솔한 표현을 쓰게 만들었을까?그 답이 명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바로 핵폭탄이다. 핵폭탄 때문에 전쟁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해졌고, 지도자들은 겁을 먹어 확실해졌다. 핵 공포로 인해 구축된 균형이 그들을 억제하여, 인류 전체는 아니라도 문명을 전멸시킬 홀로코스트로 격화할지도 모르는 전쟁을 박았다. ······ 면밀한 검토에 따르면 핵 절멸의 위협이 긴 평화에 기여 했다는 가설은 사실이 아니다. 우선, 대량 살상 무기가 전쟁을 향한 진군에 제동을 걸었던 예는 일찍이 한 번도 없었다. ······ 다이너마이트 ······ 세균 무기, 독가스, 신경가스, 다른 화학 무기들이 전쟁을 억제하지 못했다면, 오늘날 핵무기라고 해서 그럴 이유가 없다. ······ 게다가 핵 평화 이론은 핵무기가 없는 나라까지 전쟁을 삼가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 마지막으로, 핵 평화 이론은 그동안 실제로 일어난 전쟁 중 비핵세력 핵보유국을 자극한 경우가 (혹은 핵보유국에게 굴복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설명하지 못한다. 핵 위협은 정확히 그런 대결을 억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북한, 북베트남, 이란, 이라크, 파나마, 유고슬라비아가 미국에게 반항했다. 아프가니스탄, 체첸 반군이 소련에게 반항했다. 이집트가 영국과 프랑스에게,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에게, 베트남이 중국에게 아르헨티나가 영국에게 반항했다. 소련은 미국만 핵무기를 가졌고 자신은 갖지 않았던 시기(1945-1949)에 동유럽에 지배력을 확립했다. 핵보유국을 몰아세운 나라들의 행동은 자살 행위가 아니었다. 존재 흔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핵 대응의 은근한 위험은 허풍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정확히 예상했다.]

 

[평화가 공포의 건강한 자식도 절멸의 쌍둥이도 아니라면, 대체 무엇의 자식일까? 우리는 전후에 융성하여 전쟁에 대항했던 보편적 세력으로 볼 만한 외생적 변수를 즉, 평화의 일부가 아닌 다른 변화를 짚어 낼 수 있을까? ······ 영구 평화론에서 칸트는 국가 지도자들이 더 착해지거나 온화해지지 않아도 전쟁 동기가 감소하게끔 만드는 세 가지 조건을 이야기했다. 첫째는 민주주의이다. 민주 정부는 국민들 사이의 갈등을 합의된 법률로써 해소시키도록 설계되었다. 민주 국가는 다른 국가를 대할 때도 이 윤리를 외면화한다. ······ 민주주의 평화는 간혹 자유주의 평화의 특수한 사례로 여겨진다. 이 때 '자유주의'란 고전 자유주의를 뜻하지 않는다. 정치와 경제의 자유를 강조하는 입장을 말하지, 좌파 진보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주의 평화 이론은 온화한 상업의 원리를 포함한다. ······ 민주주의 평화는 한 쌍의 국가가 둘 다 민주 국가일 때만 강하게 작용하지만, 상업은 둘 중 한쪽만 시장 경제일 때도 효과를 보인다. ······ 칸트가 영구 평화론에서 상정한 '자유 국가들의 연방'은 국제적 리바이어던에는 한참 못 미치는 형태였다. 그것은 지구적인 초거대 정부라기보다는 차츰 범위를 넓혀 가는 자유 공화국들의 클럽이고, 무력의 독점보다는 도덕적 정당성이라는 유연한 힘에 의존한다. 현대에 그와 동등한 것을 찾자면 오히려 정부 간 국제기구(IGO)이다. ······ 결론은 칸트 가세 가지를 모두 옳게 맞혔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평화를 선호한다. 무역은 평화를 선호한다. 정부 간 국제기구 소속도 평화를 선호한다.]

 

[현실주의를 변호하는 사람들은 ······ 그들이 기저에 깐 인간 본성 이론이란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 이고 합리적인 동물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 인간은 또한 도덕적 동물이다. 인간의 행동이 공평무사한 윤리적 분석에 비추어 도덕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인간의 행동은 감정, 규범, 터부를 기반으로 하는 도덕적 직관에 따른다는 뜻이다. ······ 그렇다면, 삼각형의 세 가지 칸트적 원인들과 더불어 무엇보다도 궁극적인 또 하나의 칸트적 원인도 긴 평화에 기여했을 것이다. 선진국의 유력한 구성원들이 따르던 규범이 진화하여, 전쟁은 인류의 안녕을 대가로 치르기 때문에 본질상 비도덕적이라는 믿음을 흡수하게 되었을 것 이다. , 전쟁으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음이 확실한 드문 상황에서 반 전쟁이 정당화된다는 믿음을 흡수하게 되었을 것이다. ······ 무엇이 선진국들로 하여금 전쟁을 인도주의적으로 피하도록 만들었을까? 외생적 원인은 무엇일까? ······ 텔레비전, 컴퓨터, 위성, 원격 통신, 제트기 여행, 과학과 고등 교육의 유례없는 확장이다. 소통의 권위자 마셜 매클루언은 전후의 세계를 '지구촌'이라고 불렀다. ······ 인간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범위가 자연적 상태에서 촌락이라면, 그 촌락이 전 지구로 확장되었을 때, 우리는 친척과 부족으로만 이루어진 촌락에 살던 때보다도 동료 인간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품을지도 모른다. ······ 어떤 사람들은 냉전의 종식과 소련의 평화로운 해체도 20세기 말에 사람과 사상의 이동성이 커진 현상과 연결지어 생각한다.]

 

(6) 새로운 평화

 

[장에서는 이런 새로운 비관론을 부추긴 세 가지 조직적 폭력을 살펴보자. ······ 평화는 이런 종류의 갈등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 번째 조직적 폭력은 강대국 간 전쟁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전쟁들을 아우른다. 특히 주목할 것은 내전, 그리고 개발 도상국들이 주로 겪는 군부 게릴라, 준군부의 전쟁이다. ······ 번째 조직적 폭력은 특정 인종이나 정치 집단에 대한 대량 살해이다. ······ 번째는 테러이다. ······ 정치학자들이 이런 종류의 파괴를 측정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최근의 일인데, 분석 작업은 놀라운 결론에 도달했다. 모든 종류의 살해들이 감소세였던 것이다. 감소는 극히 최근의 일이라서 지난 20년 안짝이다. 앞으로도 지속되리라고 확신하기는 어려우므로, 잠정성을 고려하는 의미에서 나는 이것을 새로운 평화(New Peace)라고 부르겠다.]

 

[냉전 종식과 이데올로기 쇠퇴 외에, 지난 20년 동안 내전을 약간 줄이고 지난 10년 동안 전투 사망자를 크게 줄인 또 다른 요인은 무엇이었올까? ······ 민주주의, 경제 개방, 국제 사회 가입이라는 세 요소를 고려해 보자. ······ 충분한 민주주의가 전쟁을 억제한다면, 약간의 민주주의라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그게, 내전에 대해서는 그렇지가 않다. ······ 혼합 정치 ······ 완전한 민주주의도 완전한 독재도 아닌 통치 형태이다. 정치학자들은 준민주주의, 집정관 체제, 허접스러운 정부라고도 부른다. ······ 전 세계의 충돌, 통치, 국가적 허약함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혼합 정치에서는 민족 간 내전, 혁명전쟁, 쿠데타 등등 "사회적 전쟁이 발발할 확률이 민주 국가보다 6배 높고, 독재 국가보다도 2.5배 더 높다.“ ······ 일인당 소득이 같을 때, 민족이나 종교가 다양한 나라, 소수 종교나 언어를 정책적으로 차별하는 나라, 소득 불평등이 심한 나라의 내전 발발 확률이 딱히 더 높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인구가 많고, 산악 지형이고, 신생 정부이거나 불안정한 정부이고, 석유를 상당량 수출하는 산유국이고, (아마도) 젊은 남성의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 발생하기 쉬웠다. ······ 민주주의가 내전의 횟수를 줄이지 못한다는 사실은 앞에서 말했다. 미덥지 못한 혼합 정치일 때는 더욱 그랬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내전의 심각성만큼은 줄이는 듯하다. ······ 민주 국가에서 벌어진 내전의 전투 사망자는 비민주 국가 사망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 번째 지주인 세계 경제에의 개방성은 이보다 더 강력하여, 내전의 확률과 심각성을 둘 다 끌어내리는 듯하다. 이때 개방성은 무역, 해외 투자, 조건부 원조, 전자 매체에의 접근성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 세 번째는 국제 조직이다. 그중에서도 내전 감소의 공을 크게 주장할 만한 조직이 있다. 국제 평화 유지군이다. ······ 평화 유지군의 존재는 휴전 후 전쟁이 재발할 위험을 80퍼센트나 낮췄다.]

 

[우리 유감스러운 종이 저지르는 다채로운 폭력 중에서도 집단 살해는 유별나다. 가장 극악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집단 살해(genocide)라고 부르든(인종, 종교, 민족 등등 벗어날 수 없는 어떤 소속 상태를 이유로 사람들을 죽이는 것), 정치 살해(politicide)라 고 부르든 (정치적 소속을 이유로 사람들을 죽이는 것), 국가 살해(democide)라고 부르든 (정부나 군부가 어떤 이유에서든 민간인을 대량 살해하는 경우), 분류에 따른 학살은 피해자의 행동이 아니라 존재를 표적으로 삼는다. ······ 매슈 화이트는 그 동안 발표된 추정치들을 종합하여 검토한 결과, 국가 살해에서 8100만 명이 죽었고 인재로 간주할 수 있는 기근에 저 4000만 명이 죽었다고 계산했다(주로 스탈린과 바오쩌둥 때문이었다). 도합 12100만 명이다. 한편 전쟁에서는 교전 중 군인 3700만 명과 민간인 2700만 명이 죽었고, 추가로 전쟁으로 인한 기근 때문에 1800만 명이 죽었다. 도합 8200만 명이다. ······ 홉스가 말했던 폭력적 동기의 삼인조가 - 이득, 두려움, 억제 개인 간 다툼의 불씨를 넘어 민족 간 전쟁의 원인으로 비화하기 때문이다. ······ 다른 두 가지 유해 요인이 더 추가되기까지한다. ······ 인간의 마음에는 본질주의적 습관이 있어, 사람들을 범주로 나눠 뭉뚱그린다. 그리고 그 범주 전체에 도덕 감정을 적용한다. 이 조합 때문에. 개인이나 군대의 홉스식 경쟁이 집단 간 홉스식 경쟁으로 바뀔 수 있다. 지금까지 나는 집단 살해를 이렇게 설명했는데, 불행하게도 집단 살해에는 구성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솔제니친이 지적했듯이, 사람을 수백만명 죽일 때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 ······ 이런 분석의 궤도가 옳다면, 집단 살해는 인간 본성(본질주의, 도덕화, 직관적 경제감각 ), 홉스식 안전의 딜레마, 천년 왕국 이데올로기, 지도자에게 주어진 기회가 섞여 유독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생겨나는 셈이다.]

 

[과거 수천 년 동안 집단 살해가 풍성하게 자행되었다는 사실은 20 세기가 집단 살해의 세기라는 주장을 반박한다. ······ 모든 정부들이 일반적으로 많은 희생자를 낸 것이 아니고, 한 줌에 불과한 특정 종류의 정부들이 모든 희생자를 냈다는 점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141개 체제의 총 국가 살해 사망자 중 4분의 3을 단 네 정부가 발생시켰다. 럼멜은 이들을 천만 학살자(dekamegamurderer)라고 불렀다. 소련 이 6200만 명, 중화 인민 공화국이 3500만 명, 나치 독일이 2100만 명, 1928-1949년 중국 국민 정부가 1000만 명이다.  다음으로 11개 백만 학살자(megamurderer)가 총 사망자의 11퍼센트를 냈다. 일본 제국이 600 만명, 캄보디아가 200만 명, 오스만 투르크가 190만 명 등이다. 나머지 사망자 13퍼센트는 126개 체제에게 고루 분포되었다. ······ 국가 살해는 전체주의(totalitarian) 정부들이 저지른 예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공산주의, 나치, 파시즘, 군국주의, 이슬람 체제를 말한다. 전체주의 체제들은 총 사망자의 82퍼센트인 13800만 명을 기록했다. 그 중 11000만 명은 (전체의 65퍼센트) 공산주의 체제들이 냈다. 2등은 권위주의 체제, 즉 독재적이지만 기업이나 교회와 같은 독립적인 사회 제도를 용인하는 체제로서, 2800만 명을 죽였다. 민주주의는 200만 명을 죽였는데(주로 제국 식민지에서의 일로, 세계 대전의 식량 봉쇄와 민간인 폭격도 포함되었다). ······ 20세기 전체주의 정부들의 국가 살해 사망자 수는 자국인구의 4퍼센트에 달했다. 권위주의 정부들은 1퍼센트였고, 민주주의 정부들은 0.4퍼센트였다.]

 

[하프의 임무는 집단 살해 통계를 취합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위험 인자도 확인해야 했다. 그녀는 거의 모든 집단 살해가 내전, 혁명, 쿠데타 화 같은 국가 파탄의 여파로 벌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 알고 보니, 흔히 중요하게 생각되는 몇몇 인자들은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일례로 민족 다양성 지표들은 상관이 없었다. ······ 경제 발달 지표들도 상관이 없었다. ······ 하프는 오히려 다른 여섯 가지 인자를 발견했다. ······ 첫째는 그 나라의 과거의 집단 살해 역사였다. ······ 번째 예측 인자는 근래의 정치적 불안정성이었다. ······ 세번째 인자는 통치 엘리트가 소수 민족 집단에서 나온 상황이다. ······ 나머지 세 예측 인자는 우리가 자유주의 평화 이론에서 익히 보았던 것들이다. ······ 집단 살해의 마지막 예측 인자는 배타적 이데올로기이다. ······ 그렇다면, 지난 30여 년 동안 집단 살해가 준 것은 바로 국가 간 전쟁과 내전을 줄인요인들의 상승세 때문일지도 모른다.]

 

[국가 간 전쟁, 내전, 집단 살해의 그래프처럼 이 그래프에도 놀라운 점이 있다. 새 천 년의 첫 10년은 - 흔히 테러 시대의 여명기라고들 한다. - 곡선이 상승하거나 또 한 번의 평탄기를 그리기는커녕 1980년대 와 1990년대 초의 봉우리로부터 하강하는 모습이다. 세계적으로 테러는 1970년대 말에 증가하여 1990년대에 감소했다. 그 까닭은 같은 시기에 내전과 집단 살해가 오르내린 까닭과 같다.]

 

(7) 권리 혁명

 

[전후에는 전쟁이나 집단 살해처럼 수천, 수백만 명을 죽이는 폭력에 대한 반감이 형성되었다. 반감은 차츰 폭동, 린치(lynch), 증오 범죄처럼 수백 명, 수십 명, 혹은 한자릿수의 사람을 죽이는 폭력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살인만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위해로도, 가령 강간, 폭행, 구타, 협박으로도 확대되었다. 또한 과거에는 보호 대상이 아니었던 피해자들, 가령 소수 인종, 여성, 어린이, 동성애자, 동물과 같은 취약한 계층에게까지 확대되었다. 피구 금지는 이런 변화의 바람을 보여 주는 풍향계이다. 폭력을 쓰려는 유혹에 불명예의 낙인을 찍는 노력, 심지어 범죄사하려는 노력은 시민권, 여성권, 아동권, 동성애자 권리, 동물의 권리 등등 일련의 '권리' 운동들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런 운동들은 20세기 후반부에 서로 긴밀하게 뭉쳐서 진행되었으므로, 나는 이들을 권리 혁명 (Rights Revolutions)으로 통칭하겠다. ······ 피구 금지는 때로 문명화 공세가 혼란스런 관습, 사소한 잘못, 터부를 문화에 유산으로 남긴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아동권 혁명을 포함한 모든 권리 혁명들이 물려준 이런 에티켓은 오늘날 사회에 굉장히 널리 퍼졌다. 그런 태도를 지칭하는 표현도 생겼다.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다. 혁명이 남긴 이상한 유산은 또 있다. ······ 권리 혁명이 폭력의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감소를 이뤄냈다는 것은 정량적으로도 측정되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승리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은 한편으로 통계에 무지한 탓이고, 다른 한편으로 활동가들이 사회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 그간의 진전을 부정하며 쉼 없이 목표를 조정하기 때문이다.]

 

[지난 50년 동안 이 모든 영역들이 폭력에서 멀어진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런 경향성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들 인간 본성의 강력한 흐름을 거슬러야 했다는 점이다. ······ 생물학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아브라함 일신교들은 폭력을 장려하는 법률과 믿음을 통해서 수천 년 동안 인간이 지닌 최악의 본능들을 승인해 주었다. ······ 우리는 때로 본능, 문화, 종교, 관행을 단호히 거부해야만 도덕적 삶을 살 수 있다. 권리 혁명은 이 점을 똑똑히 보여 주었다. 그 대신, 감정 이입과 이성에 기반하고 권리의 언어로 선언된 윤리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우리는 감각 있는 다른 존재들의 처지에 스스로를 대입해 봄으로써 그들의 이해를 고려하게 된다. ······ 무엇이 권리 혁명을 일으켰을까? ······ 내게 권리 혁명에서 가장 중요했던 외생적 원인을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사상과 사람의 이동성을 높인 기술들에게 돈을 걸겠다. ······ 사상과 사람의 확산은 왜 폭력을 줄이는 개혁으로 귀결될까? 여러 경로가 있다. 가장 뚜렷한 것은 무지와 미신의 타파이다. ······ 다른 인과적 경로는 사람들에게 타인의 관점을 취해 보라고 권유하는 계기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가상 현실적 경험만이 감정 이입과 관심의 범위를 넓힌 것은 아니었다. 지적 명민함도 - 그대로 일종의 지성이다. - 거들었다. ······ 이런 반성적 사고방식은 향상된 교육의 산물일 수도 있고, 전자 매체의 산물일 수도 있다. 었다. 이런 감정 이입의 기술들은 전자 시대에 더 넓고 깊게 침투했다. ······ 정보의 흐름이 도덕의 성장을 촉진하는 세 번째 경로를 보자. ······ 어쩌면 기술 발전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도덕 발전에도 해당될지 모른다. 더없이 올바른 예언자가 고립 상태에서 작성한 도덕률보다는 방대한 정보 유역에 위치한 개인과 문명이 수집한 도덕적 노하우가 그 지속성과 확장성 면에서 더 뛰어날 수 있다.]

 

(8) 내면의 악마들

 

[폭력 감소현상에서 두 가지 측면이 인간 본성을 이해하는 데 심오한 의미를 띤다. (1) 폭력, (2) 감소이다. ······ 폭력은 우리 종의 기록 역사와 선사 시대에서 어느 시점에나 존재했고, 한 장소에서 발명되어 다른 곳으로 전파 되었다는 증거도 없다. ······ 폭력의 감소 덕분에, 이제 우리는 수천 년 동안 그 원인을 이해하는 일을 가로막았던 이분법을 버릴 수 있다. 인류가 근본적으로 악한가 선한가, 유인원인가 천사인가, 매인가 비둘기인가, 전형적인 홉스식의 비천한 짐승인가 전형적인 루소식의 고귀한 야만인인가 하는 이분법이다. ······ 마음이 하나 이상의 구성 요소로 만들어졌다고 보는 개념에는 일말의 진실이 있을 것이다. ······ 인간의 본성에는 포식성, 우월성, 복수처럼 폭력으로 몰아가는 동기들이 있지만, 연민, 공정성, 자기 통제, 이성처럼 적절한 환경에서는 평화로 이끄는 동기들도 있다. ······ 심리학자 리처드 트랑블레는 사람의 평생에 걸친 폭력 발생률을 측정해 보았는데, 그 결과 인생에서 가장 폭력적인 시기는 사춘기나 청년기가 아니라 그 이름도 절묘한 미운 두 살이었다. ······ 트랑블레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아이들이 어떻게 공격성을 익힐까 하고 물었다. 그러나 잘못된 질문이었다. 옳은 질문은 아이들이 어떻게 공격성을 버릴까 하는 것이다.“ ······ 우리의 정신에서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하는 것은 금지된 섹스, 폭력적 죽음, 월터 미피 풍의 신분 상승이다. 이제, 뇌로 시선을 돌리자. ······ 감각이 보낸 정보를 처리하거나, 근육과 분비샘을 제어하거나, 기억을 저장하고 인출하거나 하는 식이다. 그중에 분노 회로(Rage circuit)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 분노 회로가 언어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보아, 그것은 기능이 맺은 흔적 회로가 아니라 뇌의 나머지 부분과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인간의 폭력은 대부분 비겁하다. 불시의 일격, 불공평한 싸움, 선제공격, 새벽의 습격, 마피아의 습격, 달리는 차에서의 총격이 다 그렇다. 콜린스는 또 예측적 공황 (forward panic)이라고 명명한 증후군이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한 용어로 말하자면 광란극(rampage)이다. 어느 공격적인 집단이 상대 집단의 동정을 엿보거나 대치한 상태로 오래 걱정하고 두려워했다고 하자. 그러다가 상대가 취약한 순간을 포착하면 두려움은 분노로 바뀌고, 야만스러운 광란성이 분출된다. 그들은 도저히 멈출 수 없는 듯한 격분에 휩싸여 적을 때려눕히고, 남자들을 고문하거나 절단하고, 여자들을 강간하고, 재물을 파괴한다. 예측적 공황은 폭력 중에서도 추악하다. 그것은 집단 살해, 량학살, 치명적 인종 폭동, 포로 없는 몰살전을 낳는 정신 상태이다. 또한 경찰의 잔혹 행위에 깔린 심리이다. ······ 광란극은 위험한 상대가 전열을 가다듬어 반격하기 전에 순간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철저히 괴멸시키려는 원시 적응 전략일지도 모른다. ······ 상대가 고립되어있고 우리의 머릿수가 서너 배 더 많을 때만 벌어진다. 광란극의 본능으로 보아, 우리에게는 평소 잠잠하게 가라앉아 있다가 유리한 신호를 접하면 깨어나는 폭력성이 있는 듯하다. 폭력성은 허기나 갈증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강해지는 욕구가 아닌 것이다.]

 

[순수한 악의 신화는 종교, 공포 영화, 아동 문학, 민족주의 신화, 선정적인 언론 보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고정관념들을 낳는다. 많은 종교에서 악은 악마로 개체화되거나 - 하데스, 사탄, 베엘제붐, 루시퍼, 메피스토펠레스 - 마니교적인 이원론적 투쟁에서 자애로운 신에 대한 안티파제로 구현된다. 대중문화에서 악은 칼부림하는 사람, 연쇄 살인범, 요괴 괴물, 조커, 제임스 본드 풍 악당, 혹은 영화의 시대에 따라서 나치 장교, 소련 스파이, 이탈리아 마피아, 아랍 테러리스트, 도시의 불량배, 멕시코 마약왕, 우주의 제왕, 기업 중역으로 구체화된다. 악한은 돈과 권력을 즐기지만, 그 동기는 막연하고 조잡하다. 그가 정말로 갈망하는 것은 무고한 피해자에게 혼란과 고통을 끼치는 것이다. ······ 순수한 악의 신화는 진정한 악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좌절시킨다. ······ 한나 아렌트는 홀로코스트의 수송 담당 아돌프 아이히만의 전범 재판에 관한 글에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남자의 평범성과 동기의 평범성을 포착한 표현이 었다. 아이히만에 대한 판단이 옳았는지는 둘째 치더라도(역사학자들은 그가 아렌트의 생각과는 달리 좀 더 단호한 이데올로기적 반유대주의자였다고 본다), 아렌트는 순수한 악의 신화를 해체하는 데 예지를 발휘했다.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지난 40년 동안 사회 심리학은 - 그녀에게서 영감을 얻은 연구들도 있다. 해로운 결과를 낳은 동기들이 대부분 평범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 장에서 설명할 내면의 악마들과 다음 장에서 설명할 선한 천사들은 신경 생물학적으로 구별되는 실체들이라기보다 그저 설명의 편의를 위한 것일 때가 많다. 동일한 뇌 체계가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을 모두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시점을 바꾸어 심리학을 조감하자. 그러면서 심리 현상과 신경 해부학을 이어 보겠다. 폭력의 분류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다들 얼추 비슷하게 구분한다. 나는 폭력을 네 종류로 나눈 바우마이스터의 체계를 사용할 텐데, 그중 하나만은 둘로 더 쪼갰다. 폭력의 첫 번째 종류는 실용적, 도구적, 착취적, 포식적 폭력이라고 불러도 좋다. 이것은 가장 단순한 폭력이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 힘을 쓰는 것이다. 이때 폭력은 탐욕, 정욕, 야심 등 뇌의 탐색 체계가 설정한 목표를 추구하는 데 이용되며, 뒤가쪽이마앞엽겉질로 상징되는 개인의 지적 능력 전체가 그 과정을 이끈다.

  폭력의 두 번째 뿌리는 우세 충동이다. 경쟁자들보다 우월해지려는 동기이다(바우마이스터는 '자기중심주의'라고 불렀다). 이 충동은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자극되는 우세 체계, 다른 말로 수컷 간 공격 체계와 관계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컷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심지어 개개인에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집단들도 서로 우세를 점하고자 경쟁하기 때문이다.

  폭력의 세 번째 뿌리는 복수심이다. 피해를 똑같이 되갚으려는 동기이다. 그 직접적인 엔진은 분노 체계이지만, 탐색 체계에서도 이유를 끌어올 수 있다.

  폭력의 네 번째 뿌리는 가학성, 즉 남을 해침으로써 얻는 즐거움이다. 알쏭달쏭하기도 하고 끔찍하기도 한 이 동기는 인간 심리에 존재하는 여러 괴벽들의 부산물일지도 모른다. 특히 탐색 체계의 부산물일지도 모른다.

  다섯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폭력의 원인은 이데올로기이다. 신실한 신자들이 일군의 동기들을 하나의 교리로 엮어 낸 뒤,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들여 그 파괴적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뇌의 일부가 아니다. 뇌 전체와도 동일시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의 뇌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응보적 정의가 아닌 회복적 정의의 체계를 구축했다. ······ 성공의 묘약에는 네가지 성분이 있다고 보았다.첫째는 가감 없이 진실을 알리고 피해를 인정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 화해 성공의 두 번째 주제는 사람들의 사회적 정체성을 명시적으로 고쳐 쓰는 것이다. 달리 말해, 각자가 동일시하는 집단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 가장 중요해 보이는 세 번째 요소는 불완전한 정의이다. 사회는 원한 을 일일이 갚으려 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위해에 일정한 선을 긋고, 대대적인 사면을 허락해야 한다. 명백한 주모자들과 일부 불량한 추종자들 만을 고발해야 한다. 그들에 대한 처벌도 피의 복수가 아니라 평판, 체면, 특권에 타격을 입히는 형태여야 한다. ······ 사실이 법과 도덕의 관점에서는 한탄스럽고 비극적일 수 있겠지만, 사실 이것은 용서 가설이 예측하는 사회 질서 회복의 조건과 부합한다. ······ 마지막으로, 교전자들은 언어와 비언어의 제스처를 아낌없이 남발하며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각자의 헌신을 신호해야 한다.]

 

(9) 선한 천사들

 

[우리가 타인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 그 경험을 직접 겪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를 염려할 필요도 없다. 어떤 기분일지 알아맞히면 그만이다. 마음 읽기는 사실 두 능력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생각을 읽는 능력이고(자폐증은 이 능력이 손상된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감정을 읽는 능력이다(사이코패스는 이 능력이 손상된 경우이다.) 지능이 높은 사이코패스들 중에는 남들의 감정을 읽는 법을 익혀 그들을 더 능란히 조작하면서도 그 감정의 진정한 결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 사실 연민이라는 뜻의 감정 이입과 긴밀한 뇌 조직은 겉질이나 겉질 하부 기관이 아니라 호르몬 전달 체계이다. 옥시토신은 시상하부에서 생산되는 작은 분자로, 편도와 줄무늬체를 비롯한 뇌의 감정 체계들에 작용한다. 또한 뇌하수체에 의해 혈류로 분비되어 몸 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원래 옥시토신의 진화적 기능은 출산, 수유, 육아 같은 모성적 활동들을 활성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와 지나치게 가까이 있을 때 느끼기 마련인 두려움을 줄여 주는 이 호르몬의 능력은 진화를 거치면서 다른 관계에까지 폭넓게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성적 각성 상태, 일부일처 종에서 이성애적 유대, 부부나 친구의 애정, 비혈연 개체들의 공감과 신뢰 등이다. 그래서 옥시토신을 포옹 호르몬(cuddle hormone)이라고도 부른다. 뱃슨은 옥시토신이 이처럼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사용된다는 점에 근거하여, 모성적 돌봄이 모든 공감 능력의 전화적 선조라고 제안했다.]

 

[감정 이입의 과학이 보여 주었듯이, 공감은 진정한 이타성을 촉진할 수 있다. 우리가 다른 계층에 속하는 사람의 관점을 취하면, 그가 가상의 인물이라도, 그 계층에게 공감이 확대될 수 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사람들이 다른 생명체들의 경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들의 고통을 덜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 현상이 부분적으로나마 인도주의 혁명에 기여했다는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이다. 따라서 우리는 폭력의 역사적 감소를 설명할 때, 관점 취하기와 공감이 우리의 인지에 미친 영향을 빼 놓아서는 안 된다. ······ 감정 이입에는 어두운 면이 있기 때문이다.우선, 감정 이입이 그보다 더 근본적인 공정성의 원칙과 충돌할 때는 사람들의 안녕을 뒤엎을 수 있다. ······ 감정 이입과 공정성의 상충은 실험실에서만 관찰되는 희한한 현상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정치 지도자와 정부 관료가 감정 이입에 따라 행동한다면, 그래서 친척과 벗에게만 다정하게 특권을 나눠 준다면, 낯선 사람들에게 냉정하게 분배할 때보다 사회에게는 큰 해가 된다. ······ 감정 이입의 또 다른 문제는, 그것이 모든 사람들의 이해를 두루 고려 하는 힘이 되기에는 너무 편협하다는 점이다. ······ 감정 이입은 귀여움, 잘생긴 외모, 혈연, 우정, 유사성, 공통의 유대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타 인의 관점을 취함으로써 감정 이입의 범위를 넓힐 수는 있지만, 뱃슨이 경고했듯이 그 정도는 크지 않은 편이고 효과가 일시적일 수도 있다. ······ 감정 이입이 실제로 중요하게 작용하려면, 그런 집단들에 대한 정책과 규범을 바꾸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 단계에서야 비로소 감정 이입이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감정 이입을 얽어매는 내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도덕적 논증이 꼭 필요하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책과 규범이라야 한다. 그것이 제2의 본성이 되어, 감정 이입이 아예 필요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듯이, 감정 이입만으로도 부족하다.]

 

[신경 과학자 에티엔 쾨클랭은 이마엽의 기능을 이렇게 요 약했다. 이마엽의 맨 뒤쪽은 자극에 반응하고, 가쪽이마엽겉질은 맥락에 반응하고, 이마극은 일화에 반응한다. 우리가 전화가 울리는 소리를 듣고 수화기를 든다면,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다. 우리가 마침 친구 집에 있기 때문에 전화가 울리도록 그냥 놓아둔다면, 맥락에 반응하는 것이다. 그런데 친구가 샤워하다가 고개를 내밀고서 전화가 울리면 받으라고 지시한다면, 우리는 일화에 반응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기 통제에는 여러 차원이 있고, 그중 어느 기능이 망가져도 충동적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 ······ 청소년기는 이른바 감각 추구(sensation-seeking) 성향이라는 동기의 성쇠를 겪는 시기인데, 뇌의 탐색 체계가 자극하는 이 동기는 18세에 절정에 이른다. 또 청소년기에는 테스토스테론이 자 극하는 남자 대 남자 경쟁심이 커진다. 감각 추구 성향과 경쟁심의 증가가 자기 통제의 증가를 넘어서기 때문에, 십대 후반과 이십대 초반 청년들은 이마엽이 발달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더 폭력적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결국에는 자기 통제가 우위를 차지하고, 경험도 자기 통제를 강화한다. 스릴과 경쟁에는 대가가 따르고 자기 통제에는 보상이 따른 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배우는 것이다. 사춘기 범죄성의 궤적은 이 내면의 힘들이 반대 방향으로 밀고 당긴 결과이다. 자기 통제는 ······ 유전되는 성향이라는 데 걸어도 괜찮을 것이다. 거의 모든 심리 특질들은 부분적으로나마 유전되기 때문이다. ······ 통제력 부족을 특징으로 드러내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가 성격 특질들 중에서 유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사람이 충동과 싸울 때는, 마치 힘쓰는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기 통제에 관한 관용구는 힘의 개념을 끌어들인 것이 많다. 의지력, 의지의 , 강력한 의지, 자제력 등등. 언어학자 탈미는 자기 통제의 언어가 역학 관계의 언어를 끌어 쓴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자기 통제력을 뇌 속의 작은 인간처럼 여기고 그 인간이 완강한 반대자와 물리적으로 승강이하는 것처럼 상상한다고 말했다. ······ 그런데 많은 개념적 비유가 그렇듯이, 자기통제는 물리적 노력이라는 비유에도 신경 생물학적으로 일말의 진실이 있었다. 바우마이스터와 동료들의 놀라운 실험에 따르면, 자기 통제력도 근 육처럼 지친다. ······ 바우마이스터는 프로이트의 에고 개념이 열정을 통제하는 정신 능력을 뜻한다고 보아, 이 현상을 에고 고갈(ego depletion) 효과라고 명명했다. ······ 자기 통제력이 유전되는 특질인 동시에 시간에 따라 변하는 특질이라는 발언은 전혀 역설적이지 않다. 키가 정확하게 그런 경우이다. 어느 시점이든 사람들 중 일부는 남들보다 더 크지만 그와 동시에 지난 수백 년 동안 모든 사람들의 키가 전반적으로 더 커졌다. 인간은 자기 통제를 성찰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것을 향상시킬 방법도 함께 고민했다.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을 시켜 제 몸을 돛대에 묶었고, 선원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았다. 배가 좌초하는 일 없이 안전하게 사 이랜들의 유혹적인 노래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현재의 자신이 미래의 자신을 불리하게 만드는 기법을 가리켜 오디세우스 기법 혹은 율리시스 기법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진화라는 단어를 문화적 변화(역사)와 생물학적 변화(유전자 빈도가 세대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를 둘 다 가리키는 말로 편하게 사용한다. 문화적 진화와 생물학적 진화는 틀림없이 서로 상호 작용한다. 일례로, 유럽과 아프리카의 부족들은 가축을 키워 그 젖을 먹으면서부터 어른이 되어도 젖당을 소화시킬 줄 아는 방향으로 유전적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두 과정이 같지는 않다. 이론적으로 둘은 늘 구별된다. ······ 사람들은 폭력 감소 현상이 최근의 생물학적 진화 때문이냐고 자주 묻는다 ······ 물론 이때의 변화는 문화적 경향성이 게놈에 흡수된다는 라마르크식 변화일리는 없고, 생존과 생식의 조건들이 바뀐 데 대한 반응인 다원식 변화일 것이다. 어쩌다 보니 변화한 문화에 더 적합한 유전자를 갖게 된 개인이 이웃보다 더 많은 후손을 남겨, 다음 세대 유전자 풀에 더 많이 기여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집단의 유전자 조성이 차츰 바뀌었을 것이다. ······ 유전율(heritability)을 측정하는 방법은 적어도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출생 직후 분리되어 자란 일란성 쌍둥이들에게서 그 특질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들은 유전자는 공유하되 가정 환경은 공유하지 않는다. 둘째는 일란성 쌍둥이(유전자는 모두, 가정 환경은 대부분 공유한다.)가 이란성 쌍둥이(변이 가능한 유전자는 절반만, 가정 환경은 대부분 공유한다.) 보다 상관관계가 더 큰지 살펴보는 것이다. 셋째는 생물학적 형제(유전자는 절반을, 가정 환경은 대부분 공유한다)입양된 형제(변이 가능한 유전자를 전혀 공유하지 않고, 가정 환경은 대부분 공유한다)보다 상관관계가 더 큰지 살펴보는 것이다. ······ 그것들이 모두 0보다 한참 컸다는 사실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행동 유전학은 공격성이 유전된다고 확인한 셈이다. 자연 선택은 인구의 평균적인 폭력성을 바꿀 때 쓸 원재료를 갖고 있다.]

 

[최근에 생물학적 진화가 벌어져 인류가 더 폭력적이거나 덜 폭력적인 방향으로 변했을 가능성은, 이론적으로는 충분하되 실제 증거는 없는 셈이다. 한편 그것이 유전적인 변화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중거는 있다. 자연 선택으로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짧은 기간 동안 벌어진 변화라는 점이다. 자연 선택이 극히 최근에도 작용했다는 새로운 발 견들을 고려하더라도 그렇다. 인도주의 혁명에서 노예제와 잔인한 처벌의 폐지, 권리 혁명에서 소수 민족, 여성, 아이, 동성애자, 동물에 대한 폭력의 감소, 긴 평화와 새로운 평화에서 전쟁과 집단 살해의 급감은 모두 몇 십년, 심지어 몇 년 안에 벌어졌다. 때로는 한 세대 만에 벌어졌다. 그 중에서도 극적이었던 사건은 위대한 범죄 감소 시기라고 불리는 1990년 대에 미국의 살인율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던 일이다. 그것은 연간 7퍼센트에 해당하는 급격한 감소였고, 폭력의 한 척도인 살인율은 두 세대 만에 원래의 1퍼센트로 떨어졌다. 그러나 그동안 유전자 빈도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문화적, 사회적 자극이 우리 내면의 선한 천사들(자기 통제, 감정 이입)의 설정을 조절함으로써 폭력성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으므로, 우리는 최근의 생물학적 진화를 끌어들이지 않고도 폭력 감소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내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들 중에서 이성을 마지막으로 소개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사회에 일정 수준의 문명이 자리 잡으면, 폭력을 그보다 더 줄이는 데 가장 희망을 걸 만한 것이 바로 이성이다. 다른 천사들은 우리가 인간으로 존재한 기간 내내 우리와 함께했지만, 그럼에도 기나긴 세월 동안 전쟁, 노예제, 독재, 제도적 가학성, 여성 억압을 방 지하는 데 별반 성공하지 못했다. 감정 이입, 자기 통제, 도덕 감각은 물 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들은 자유도가 너무 낮고 적용이 너무 제한적 이라서, 최근 수십, 수백 년의 발전을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는 감정 이입의 범위를 충분히 넓힐 수 있다. 그러나 그 탄력성 은 혈연, 우정, 유사성, 귀여움에 따라 제한된다. ······ 자기 통제는 근육처럼 더 강화할 수 있지만, 우리가 내면에서 유혹을 느끼는 해악만을 막아 준다. 그리고 1960년대의 슬로건들은 한 가지 면 에서는 옳았다. ······ 도덕 감각은 여러 사회적 역할과 자원에 적용할 수 있는 세 종류의 윤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 적용은 딱히 도덕적이라기보다 부족적, 권위적, 청교도적일 때가 더 많다. ······ 이성은 어떻게 이런 요구들을 만족시킬까? 그것은 이성이 무제한적인 조합 체계이기 때문이다. 이성은 새로운 발상을 무수히 생성할 수 있는 엔진이다. 우리가 일단 기초적인 자기 이익 추구 능력과 타인과의 소통 능력을 갖추면, 다음에는 이성 고유의 논리가 이성을 더욱 추진한다. 그러다가 때가 무르익으면, 이성은 점점 더 많은 사람의 이해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과거의 추론에서 결함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현재에 맞게 개선하는 것도 늘 이성의 몫이다.]

 

(10) 천사의 날개를 타고

 

[평화들, 혁명들에서 중요하게 작용했으리라고 짐작하기 쉽지만 내가 아는 한은 그렇지 않았던 몇몇 요인을 짚고 넘어가자. 이런 힘들이 사소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이런 힘 들이 폭력 감소 요인으로 일관되게 작용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무기와 군비 축소> 역사적으로 무기의 파괴력과 치명적 싸움의 인명 피해 사이에서 상관관계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 기술 결정론이 폭력의 역사를 설명하는 데 실패한다는 점은 사실 그다지 놀랍지 않다. 인간의 행동은 단순히 자극에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지향한다. 대개의 폭력 사건에서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죽음을 바라는가 아닌가 하는 점이 제일 중요하다.

 <자원과 힘> 베트남 전쟁의 텅스텐 이론은 사람들이 땅, , 광물, 전략적 영토와 같은 유한 자원을 놓고 싸우기 마련이라는 자원 결정론의 한 예다. ······ 자원 통제와 폭력이 긴밀하게 연관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 진화 심리학자들이 알려 주었듯이, 남자들은 부유하든 가난하든 여자, 지위, 우세를 놓고 늘 다룬다. 경제학자들이 알려주었듯이, 부는 자원이 묻힌 땅 자체에서 오는 게 아니라 재주, 노력, 협동을 통해 그 자원을 유용한 물건으로 바꾸는 데서 온다. ······ 그렇다면 자원 경쟁은 자연의 상수가 아니다. 그것은 폭력을 비롯한 여러 사회적 힘들의 그물망에 내재된 요인이다.

 <종교> 오늘날 종교적 우파들과 그 동맹들은 종교를 평화의 힘으로 역설하지만, 그 말은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종교를 변호하는 사람들은 20세기 집단 살해 이데올로기의 양대 산맥이었던 파시즘과 공산주의가 둘 다 무신론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것은 전자에 대해서는 틀린 말이고, 후자에 대해서는 초점이 빗나간 말이다.]

 

[폭력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던 힘들을 살펴보자. ······ 전형적 모형인 죄수의 딜레마를 다시 떠올리자. 그 이름표를 바꾸어, 평화주의자의 딜레마라고 부르자. ······ 우리는 이 수치들에서 폭력의 이중적 비극을 읽을 수 있다. 첫 번째 비극적 요소는, 세상이 이런 보수 구조일 때 평화주의자가 되는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이다. 상대가 평화주의자라 면, 나는 그의 취약성을 이용하고픈 유혹을 느낀다(승리의 10점이 평화의 5 보다 낫다.). 상대가 공격자라면, 나는 그에게 착취 당하는 희생자가 되느니 (처참한 100의 손실을 겪는다.) 전쟁의 괴로움을 견디는 편이 낫다(50점의 손실이다). 어느 쪽이든 공격이 합리적 선택이다. 번째 비극적 요소는, 피해자의 손실(이 경우 -100)이 공격자의 이득(10)과는 비교도 안 되게 더 크다는 점이다. ······ 폭력의 역사적 감소 요소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바로 이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요소들은 모두 평화주의자의 딜레마에서 보수 구조를 바꿈으로써 양측이 평화의 상호 이득을 누리는 왼쪽 위 칸으로 끌리게 만들어야 한다.

  <리바이어던> 리바이어던은 피지배자들의 보수 행렬에서 '공격' 칸들에만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리바이어던이 네 칸에 무차별적으로 벌금을 부과하고, 자신이 권력을 지키고자 피지배자들을 함부로 다룬다면, 피해를 방지하기는커녕 더 많은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온화한 상업> 개념은 둘 다 평화주의자가 되는 선택지에 교환을 통한 상호 이득의 당의정을 입힘으로써 평화주의자의 딜레마를 푼다.

  <여성화> 여성 친화적 가치들은 왜 폭력을 줄일까? 남녀의 기본적인 생물학적 차이가 우리의 심리에 남긴 유산이 한 원인이다. ······ 평화주의자의 딜레마에서 승리의 보상과 패배의 대가 중 일부분이 - 가령 80퍼센트 - 가 남성의 자아를 부풀리는 결과와 손상시키는 결과에 해당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여성 행위자들이 선택지를 결정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심리적 보수들은 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 승리보다 평화가 더 매력적이고, 패배보다 전쟁의 대가가 더 크다.

  <확장하는 공감의 범위> 마지막 두 평화화 세력은 폭력의 심리적 보수를 엉클어 놓는다. 첫째는 공감의 범위 확장이다. 우리가 세계주의적 사회에서 다양한 표본 집단의 사람들과 접촉하고 그들의 관점을 취할 기회를 많이 겪으면 그들 의 안녕에 대한 우리의 감정 반응이 바뀐다고 하자. 이 변화에서 도출되는 논리적 결론으로서, 우리와 그들의 안녕이 속속들이 통합된다고 하자. 우리가 말 그대로 적을 사랑하게 되고, 남들의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하자. 그렇다면 잠재적 적의 보수가 우리 자신의 보수와 합쳐질 것이고 (역도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공격보다는 평화주의가 압도적으로 더 선호 할만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 감정 이입의 범위 확장과 이성의 에스컬레이터는 문해 능력, 세계주, 교육 등 몇 가지 동일한 외생적 원인들에 의해 추진된다. 두 요인 은 평화화 메커니즘도 같아, 둘 다 평화주의자의 딜레마에서 나와 상대의 이해를 통합시키는 것으로 설명된다.]

 

[진화가 빚어낸 형태 그대로의 인간 본성은 행렬에서 왼쪽 위의 평화로운 칸으로 모두를 이동시키는 과제를 감당하지 못한다. 탐욕, 두려움, 우세, 정욕 등등의 동기들이 줄곧 우리를 공격 쪽으로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팃포탯 보복의 위협이라는 중요한 억제책이 있지만, 그것은 게임이 반복될 때만 협동을 가져온다. 게다가 현실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눈금이 자기 위주 편향으로 잘못 조정되어 있으므로, 팃포탯 위협이 안정적 억제가 아니라 오히려 혈수의 악순환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그러나 인간 본성에는 평화의 칸으로 올라가려는 동기들도 포함되어 있다. 공감이나 자기 통제가 그렇다. 또한 우리에게는 언어를 포함한 소통의 통로들이 있고, 조합론적 추론이라는 개방된 사고 체계도 있다. 우리가 토론의 도가니에서 그 체계를 더욱 정련한다면, 나아가 문자를 비롯한 문화적 기억을 통해서 그 산물을 축적한다면, 우리는 보수 구조를 바꿀 전략을 개발함으로써 모두에게 평화의 칸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전략 중 하나로, 우리는 현실의 또 다른 추상적 속성에 초이성적으로 호소할 수 있다. 그 속성이란 관점의 교환 가능성, 즉 개인의 편협한 관점이 남들의 관점보다 결코 더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깨닫는 순간 양측의 보수는 통합되고, 딜레마는 잠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