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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평]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 한청훤

무지2024 2024. 7. 10. 12:25

1. 책의 분류 및 관련 학문

 

  이 책은 중국의 경제, 사회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중점적으로는 시진핑의 개인적, 시대적 사상을 중심으로 중국 정치의 미래를 예측하는 내용으로 정치(340)의 범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책의 저자(한청훤)

 

  지은이 한청훤은 경기도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자랐습니. 학창 시절부터 중국의 역사와 철학, 문학에 빠져 지냈습니. 대학에서는 중어중문학을 전공했고, 중국 유학을 거친 뒤 그 나라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 그 후 15년 가까이 주로 전기차, 디스플레이, 반도체 필드에서 일해오며, 중화권 시장 개척을 위해 많은 중국 대기업들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수행해 습니. 중국에서 5년간 거주했고 그때 중국인이었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습니. 오랫동안 읽어온 수많은 중국 관련 문헌들과 직접 체험하고 부딪혔던 중국의 현실을 융합해 내려 힘쓰고 있으며, 그간 여러 매체들의 요청을 받아 중국 시평을 기고했던 바 습니. 현재는 아내와 초등학생 두 딸과 함께 경기도 용인에서 살고 습니다.

 

3. 책의 주요 특징 및 책 읽기의 주안점

 

  이 책의 발행일은 202283일 입니다.

  한국에서는 윤석열 정권이 2022510일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바이든이 트럼프의 재임을 막고 2021120일 대통령으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시진핑의 3연임이 20221022일 확정됐습니다.

  이 책은 중국에서 기존의 관례를 깨고 시진핑의 3연임을 확정해 나가는 시점에 쓰여졌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는 중국전문가도 아니고 대중적인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하는 작가도 아닙니다. 아내가 중국인이고 중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으며 중국 사업을 한 경험이 있어서 중국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은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관성이 있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서 중국을 분석한 관점도 시의적절하다고 봅니다.

  전문가가 쓴 중국에 관련된 책이 많이 있지만, 일반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을 분석하는 책을 부담없이 읽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4. 책의 구성과 저자의 서문에 나타난 책을 쓴 목적은?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중국이라는 폭풍우 곁에서

   2) 차이나 리스크의 기원과 축적

   3) 쫓기는 제국, 못자는 황제

   4)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관통하는 고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분명히 말해두고 싶다. 나는 한국에 있어 중국이라는 나라가 실제적인 위험이자 거대한 리스크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나라의 산적한 문제들이 쌓여 형성된 '차이나 쇼크'가 시간이 갈수록 우리 사회에 더욱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 우리는 냉정하게 중국 문제를 바라보고, 이 문제를 입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려 시도하고 있는가? …… 종합적인 시각에서 중국의 여러 현안과 대내외적인 갈등을 다루려는 노력은 좀처럼 찾기가 쉽지 않았다. …… 그러다가 문득 이 문구가 떠올랐다. 한때 온라인상의 야구팬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문구, "답답해서 내가 친다"가 그것이었다. …… 한국과 중국, 두 나라 사이에 있는 두 딸이 살아갈 미래에는 참된 상호 이해에 바탕을 둔 평등하고 건강한 한중 관계가 가능하길 바란다. 양국 간에 진정 평화로운 시대가 열렸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강력한 동기였음을 끝으로 고백한다.]

 

5. 글 중에서 인상깊었고 책의 주제에 어울릴만한 문장

 

1) 중국이라는 폭풍우 곁에서

 

[한반도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인지 속에서 가장 오랫동안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위협을 느낀 대상은 거의 항상 대륙(중국)이었을 것이고, 최근의 강렬한 기억을 남긴 역사적 사건 때문에 일시적으로 열도(일본)로 바뀌었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과거 자신들의 지위를 되찾아가자 우리의 국가적인 위협에 대한 직관적 사고의 방향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파악할 수 있다. 즉 최근 한국사회에서 부상한 반증 정서가 다른 나라보다 유달리 극성스러워 보이는 것도 '천 년의 적'이 귀환한 것에 대한 오랜 기억과 반응이 다시 깨어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구한말에 지어진 독립문도 건립 당시에는 일본이 아니라 청나라로부터의 자주 독립국임을 상징하는 의미가 더 지배적일 정도였다.]

 

[2013년 시진핑 정권 출범과 2016년 사드 사태 발발이라는 변곡점이 오기까지 현대 중국을 과거 역사책 속의 중국과 연장선상에서 인식하며 경계하는 한국인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여전히 한국인들의 본능적인 위험 인식에 있어 중국은 멀고 먼 후순위였으니 말이다.]

 

[시진핑은 자신의 장기 집권에 대한 명분 쌓기용으로 20211111일 중국 공산당 창당 이래 세번째 역사결의 채택을 밀어붙였다. 그런데 이에 대해선 과거 마오쩌둥의 반제국주의 노선 채택,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당화 같은 실질적·결정적 의미를 담았던 역사결의와 달리 모호하고 공허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신랄한 평이 우세한 실정이다. 만일 2022년 연말 중국 당대회에서 이렇게 빈약한 명분을 통해 억지로 3연임에 성공할 경우, 시진핑에게 자신의 장기집권을 사후에나마 정당화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단 하나밖에 없다. 모두가 예측하다시피 양안통일 카드다. …… 그리고 이 카드가 쓰이는 유력한 시간대로는 시진핑의 3연임 결정 후인 2023년부터 네 번째 임기가 결정될 중공 당대회가 있는 2027년 사이가 꼽히고 있는 중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과 대만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이제 '가능성'의 차원이 아니라 점점 더 '현실'의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2) 차이나 리스크의 기원과 축적

 

[시진핑 세계관에는 두 개의 축이 있으며, 우리는 그 축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지금 중국이 보여 주는 위험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 그럼 시진핑의 두 축이란 무엇인가?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마오쩌둥 시절의 긍정적 유산을 계승하여 덩샤오핑 시대의 부작용과 부정적인 면을 극복하자는 일종의 신()마오주의자이면서 동시에 미국과 서구의 몰락과 중국의 부상을 기정사실로 믿는 반서구적 전통보수주의자이다. 신마오주의와 전통보수주의, 이게 시진핑 세 계관을 가장 핵심적으로 압축한 두 가지 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에게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구의 몰락과 중국의 굴기 시대가 도래했음을 확신한 계기가 되었다면, 보시라이 사태는 시진핑으로 하여금 덩샤오핑 시대의 유산이 가진 부정적인 면을 그간 홀대받던 마오쩌둥의 유산으로 극복할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시진핑 시대는 2013년부터 시작되었지만, 한국과 전 세계에 차이나 쇼크를 가져올 시진핑 정권의 이념적 노선은 집권 이전 4년 동안의 기간인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형성 되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문화대혁명은 개인적으로는 평생 동안 갈 정신적 트라우마였을 것이고, 국가적으로는 중국 전체를 파탄으로 내몰았던 국가적 대참사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이 마오쩌둥 사후 광범위한 당내 합의를 통해 4인방과 극좌 세력을 숙청하고, 마오쩌둥의 모든 극좌 정책을 뒤집어 개혁개방 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비교적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역대 중국 최고 지도자들 중 모두가 이 시절을 지옥과도 같은 끔찍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시절을 미화하고 심지어 긍정적인 추억으로 간직하는 예외적인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그가 바로 시진핑 이다.]

 

[시진핑은 마오쩌둥이 자신에게 준 시련을 '철없던 어린 시진핑''인격적으로 성숙한 어른 시진핑'으로 거듭나게 해준 소중한 훈련의 장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스톡홀름 증후군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의 행위와 의도를 긍정하고 내면화하듯이 말이다. 사실 시진핑의 이 결론은 마오쩌둥이 문화대혁명을 일으키고 혁명 동지들을 하방시켰던 의도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이었다. 마오쩌둥이 자신의 동지들과 가장 가까운 부하들을 산간벽지와 궁벽한 농촌, 공장 등으로 하방시킬 것을 결심했을 때, 그는 권력을 잡은 뒤 혁명정신을 잃어버리고 우경화된 그들이 기층 민중의 삶 속에서 부대끼며 반성하고 다시 혁명화되어 거듭나기를 기대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오쩌둥의 의도를 궁극적으로 긍정한 시진핑의 이러한 결론은, 비극적 동시대를 겪었던 대다수 다른 이들의 결론에 비하면 비주류라고 할 수 있었다. 실제로 1976년 마오쩌둥의 죽음과 4인방의 체포로 문화대혁명이 종료된 후 중국 공산당이 문혁에 내린 공식적 평가는 "당과 국가, 인민에게 건국 이래 가장 엄중한 좌절과 손실을 겪게 했으며 "이는 "마오쩌둥 동지가 발동하고 영도했다로 정해졌다.

* 1981627일 열린 공산당 제116중 전회에서 통과된 중국 공산당 2번째 역사결의로서, 정식명칭은 '건국 이래 당의 약간의 역사 문제에 관한 결의(关于建国以来党的若干 历史问题的决议)이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공산당이 자신들의 체제를 규정하는 정식 명칭인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뜯어 보자. 거기서 '중국 특색이라는 표현이 중국 공산당의 절대적 영도를 뜻한다면, '사회주의'는 국영부문을, '시장경제'는 바로 민영 부문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수 있다. 산업화의 진전을 위하여 국영 부문과 민영 부문 두 부문을 적절히 통제하고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함축하고 있던 의미였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한 국가 내에서도 세계화가 얼마나 이중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세계화가 낳은 (주로 소수 부유층인) 수혜자와 (주로 다수 저소득층인) 피해자의 실체를 노골적으로 드러냄으로써 향후 미국의 트럼프, 영국의 브렉시트, 유럽의 극우 정당 부상 등 글로벌 포퓰리즘의 시발점이 된다. 금융위기 이후 무한히 계속될 것 같았던 세계화의 흐름은 이때부터 극적으로 위축되기 시작하며, WTO와 세계무역 규범이 크게 약화되고 세계 자유주의 질서가 흔들리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는 훗날 각국이 경쟁 국가의 견제를 위해 수출이나 수입 규제 같은 무역 거래 조치를 외교적·정치적으로 활용하게 되는 신냉전시대의 예고편이었다. 그리고 중국에 있어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 무엇보다 '중국의 시대'가 왔음을 확신하는 결정적 징조였다.]

 

[위기에는 영웅이 필요한 법, 중국은 이때, 훗날 표현을 빌리자면 '세계경제의 구원자'로 등장한다. 미국이 한참 여기저기 번지던 불을 끄기 바쁘던 200811월 초, 중국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당시 사상 최대규모인 총 4조 위안(780조 원)의 재정 정책과 적극적 금융완화책을 발표하며 여전히 허우적대던 미국과 자신들을 극적으로 대비시킨다. 중국은 막대한 돈을 풀어 내수 소비와 건설 경기를 진작시켰고, 발 빠른 금리 인하와 대출 완화로 중국경제는 미국발 경기침체 영향에서 극적으로 반등하게 된다. …… 중국 경제의 반등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세계경제가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특히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20092월 말에 간신히 통과되고 미국 금융기관들의 정상화 기틀이 마련되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그해 5월 나오기 전까지, 그 기간 동안 세계 경제의 경기 침체 하방 압력을 사실상 중국 혼자서 방어하는 형국이었다. 당시 세계 GDP 성장의 절반을 중국이 담당할 정도로 중국의 기여는 절대적이었 다. 미국의 경기부양 규모가 여야 간 당파싸움으로 계속 확정이 지연되다가 처음 계획안보다 크게 줄어 간신히 통과한 것에 비해, 중국이 막대한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재빠르게 결정하고 집행한 모습은 마치 미국 정치의 비효율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중국 공산당의 유능함이 더욱 강조되는 듯해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 미국의 경기부양책 규모가 전체 GDP5%인 데 비해서 중국의 경기부양책 규모는 무려 자국 경제 규모의 20%에 달했다.]

 

[물론 이러한 과감한 재정 정책을 통한 성공적인 경제위기 극복 경험은 훗날 중국에 큰 부작용을 가져오게 된다. 경기침체 시기 때마다 부동산이나 SOC 투자를 통해 건설경기를 자극한다거나, 국영기업 대상 대출 완화 같은 단기적 경기부양 카드를 꺼내 쓰는 정부 당국의 패턴이 이때부터 형성되어 결국 중국 경제를 막대한 부채의 늪에 빠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상당히 시간이 지난 후에나 불거질 문제였으며, 어찌 되었거나 이때 중국은 외부의 칭찬과 객관적 성과 지표에 스스로도 크게 고무된 듯 싶었다. 중국이 도광양회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생각과 야심에 대해 거침없이 외부에 표출하기 시작한 게 이즈음부터였다. 금융위기 발발한 후 중국은 공식적으로 미국 달러화 패권에 문제 제기를 하기 시작했고 중국 관영 언론들은 전 세계가 중국과 미국을 대등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호들갑을 떨며 앞다투어 보도했다. 중국의 한껏 부풀어오른 자신감은 위기가 한참이던 2008년 가을, 헨리 폴슨 당시 미국 재무부 장관을 만난 왕치산 부총리의 발언에서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헨리 폴슨의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왕치산은 오랜 기간 많은 자문을 얻던 사이인 헨리 폴슨을 만난 자리에서 금융위기 대응으로 낭패에 빠진 그에게 "당신은 나의 스승이었지, 그렇지만 지금 당신네 시스템을 보게. 우리가 더 이상 당신들로부터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시라이와 저우융캉의 정변 사태는 중국 현대사에서 1971년 당시 국방부장이었던 린뱌오(林彪)의 마오쩌둥 암살 계획 이후 근 40여 년 만에 처음 터진 정치적 쿠데타였다. 그러니 이 사건의 여파가 중국 공산당 내에서 얼마나 심각했을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 자칫하면 체제까지 흔들 뻔했던 쿠데타 사태에 대한 구조적 원인으로는 명목상 최고 지도자의 허약한 리더십과 계파 간권력 분점이 지목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취약함을 노출시켰던 집단지도체제는 그 효용을 다한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집단지도체제는 그해 가을 전국대표대회에서 정법위 개혁을 필두로 수술대에 오른다. 우선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숫자는 7명으로 축소되었고, 폐지 대상 상무 위원 자리에는 당연히 저우융캉이 권세를 누리던 정법위 서기가 포함되었다. 정법위 서기에게 있던 무장경찰 부대의 지휘권도 공산당 총서기가 겸임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산하로 넘어간다. 그리고 명목상 최고 지도자에 대한 권한 강화 조치로 군 통수권을 보유하고 있던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 자리의 임기를 총서기 임기와 통일시켜 새로 취임하는 시진핑에게 한꺼번에 넘겨주게 된다. …… 시진핑은 원래 각자 담당한 영역에서 전결권을 갖고 있던 상무위들이 자신에게 정기적인 의무 보고를 하는 체계를 만들었고, 이로써 집단지도체제는 사실상 붕괴되었다.]

 

[최근 들어 한국인들이 체감하는 차이나 쇼크가 이렇게까지 갑자기 격화된 건 중국과 시진핑의 자신감 때문만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거기에는 자신감보다 더욱 강력하면서도 더욱 절박한 어떤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건 바로 중국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불안감이다. 이러한 불안감의 배경에는 누구보다도 중국인 자신들이 잘 알고 있는 중국 내부의 리스크가 있다. , 중국 내부의 치명적인 리스크들이 차이나 쇼크의 폭과 강도를 키우고 있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시간은 중국 편이다"라면서 중국인들은 절대 조급하거나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말이 유행했다. 하지만 중국 내부를 들여다보면 더 들여다볼수록 '시간은 중국 편이 아니다'라는 걸 확신할 수 있다.]

 

3) 쫓기는 제국, 못자는 황제

 

[20219, 국제정치학자인 할 브렌즈 존스홉킨스대 석좌교수와 마이클 베클리 터프츠대 정치학 교수는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 Foreign Policy)'쇠퇴하는(a declining power) 중국이 문제'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다. …… 두 학자는 이어서 "강대국들 간 전쟁은 더 이상 발전 확대를 기대할 수 없는 신흥국이 '도전의 창()'이 닫히기 전에 패권국에 덤비면서 일어난다"라며 "19141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이나 1941년 무모한 줄 알면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 지금의 중국이 모두 같은 처지'라고 서술한다. , 이들에 따르면 신흥 강대국은 파워가 계속 확장할 때에는 중국 덩사오핑의 '도광양회'처럼, 패권국에 맞먹을 수 있을 때까지 '대결'을 미룬다. 그러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패권국과 동맹 세력에 포위되어 쇠퇴기를 앞둔 시점에 이르면, 신흥 강대국은 더 늦기 전에 현재 움켜쥘 수 있는 것을 확보하려 들어 '전쟁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두 개의 중국'이 향후 중국이 겪을지도 모르는 정치적 분열의 도화선이 될 개연성 또한 존재한다. 2부에서 소개한 '보시라이 쿠데타'의 주역인 보시라이가 정변 이전 가난한 농민공들과 농민들에 대한 포퓰리즘을 통해 정치적 기반을 구축했던 걸 고려해 보면, 두 개의 중국이 장차 정치적 위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게 단순한 기우(杞憂)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도시와 농촌으로 양극화된 '두 개의 중국'이란 문제는 미국을 반드시 넘어서려는 시진핑 정권에 있어 현재 당면한 가장 시급하고 절박한 문제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만약 '두 개의 중국''하나의 중국'으로 수렴 시킬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그래서 중진국 함정을 뛰어넘은 중국의 국력이 미국을 앞지르는 게 다만 '시간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면 어떤 결론이 나올 수 있었을까? ……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개의 중국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중국에는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아마 이러한 결론은 외부에서 분석된 것보다 중국 공산당 내부가 훨씬 더 일찍 파악했을 것이다. 중국에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가장 결정적인 신호는 바로 인구 문제이다. 그 나라의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중국의 인구 구조가 급속도로 노령화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은 두 개의 중국을 해결할 충분한 '시간''동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최근 유행하는 말을 빌리자면 일본이 늙기 전에 부자가 되었고, 한국이 늙으면서 부자가 되었다면, 중국은 부자가 되기 전에 늙어버린 것이다. ……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지금도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미국은 세계적 이민 유입국이고, 그에 반해 중국은 대표적 이민 유출국인 걸 생각하면 앞으로 그 격차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데도 시간은 중국 편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중국 정부는 일단 악화된 지표를 호전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사실을 덮기로 결정하지 않았나 싶다. 이 인구조사 발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에선 3자녀 허용 정책이 발표되었고, 자녀 부양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사교육 전면 중단 같은 충격적 방법까지 동원한다. 갈수록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 거품을 빼는 과정에선 부동산 재벌 헝다 그룹의 부도 사태가 발생한다. 이처럼 150조원 가까이 되는 사교육 시장을 하루 아침에 없애버리거나,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에 대한 온갖 제재를 가하는 등의 급진적 조치를 시행하는 배경에는 시진핑의 복고적인 정치 신념뿐 아니라 이러한 심각한 인구구조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비혼 비출산이 확산되는 것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문화권의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사회현상이다. …… 하지만 이러한 공통 요인에 더해 비혼·비출산을 강화시키는 중국만의 독특한 제도적 문제가 하나 있다. 다시, 후커우 문제다. 직업을 찾아 도시로 온 농촌 후커우 출신 중국 젊은이들은 결혼 적령기가 되어도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또 결혼을 하더라도 딩크족을 선택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아이를 낳아도 후커우로 인해 부모의 직장 거주지 근처로 학교를 배정할 수 없으니, 차라리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후커우 차별로 자신이 겪은 고통이 자녀들에게 대물림되는 것을 원지 않는 점도 농민공들의 점점 더 증가하는 출산 포기와 관련된 중요한 동기로 지적되고 있다.]

 

[나는 도시와 농촌의 문제("보이지 않는 중국")와 인구 문제를 단순히 외부에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입장에서 살펴보는 경우를 가정해 보았다. 그러자 "신흥 강대국이 더 늦기 전, 현재 움켜쥘 수 있는 것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라는 브렌즈와 베클리 교수의 통찰에 더더욱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쇠퇴하는 중국이 문제라는 것. 중국은 '전쟁의 함정'에 빠질 정도의 조급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것이 실감되었다. 그러나 현재 베이징의 당국자들의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만드는 중국의 구조적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이 농촌 문제와 인구 문제를 어찌어찌 해결한다 하더라도 중국 경제의 잠재적 최대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바로 최근에 와서야 외부로 표면화된 부채 문제이다.]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는 공식적으로 20211월 기준 약 30 조 위안(5,61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여기에 중앙정부 21조 위안을 더하면 약 51조 위안으로 중국 GDP 45.8% 수준이며, 이는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한국의 GDP 대비 국가 부채 규모가 2020년 기준 약 48%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함정이 있다. 중국에는 지방정부 부채로 잡히지 않는 '숨겨진 부채'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각 지방정부들은 표면상 과도한 부채 증가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일종의 꼼수에 해당하는 정책을 오랜 기간 동안 펴왔다. 이른바 지방정부융자플랫폼(LGFV,地方政府融资平台)'이란 이름의 지방정부 산하자회사를 세워 해당 자회사 명의로 막대한 채권을 발행해 온 것이다. LGFV는 명목상 지방정부와 별개의 법인이었기 때문에 LGFV가 진 채무는 공식적으로 지방정부 채무에서 제외되게 된다. 중국 전역의 LGFV 채무 총액은 2020년 말 기준 약 53조 위안으로 추산되며, 이렇게 누락된 지방정부 채무를 합칠 경우 중국의 국가 부채 규모는 중국 전체 GDP100%를 초과한다. 국제적으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 60%를 훌쩍 넘는 수치이다. 여기에 중국 부채 문제의 양대 뇌관으로 꼽히는 중국 국유기업의 부채 규모인 GDP 대비 140%를 합치면, 이는 중국 전체 GDP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240%에 육박한다. …… 그리스의 경제위기가 지속되던 당시 몇 년간 그리스의 국가 채무는 단 한 번도 전체 GDP200%를 넘은 적이 없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엄청난 규모의 나라 빚 때문에 곧 망할 것이라고 비분강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중국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공기업 부채가 포함된 전체 나라 빚 규모를 따져 보면, 202112 월 기준 중국의 4분의 1에 불과한 겨우 62% 수준이다. 중국의 국가 부채 문제는 규모도 심각하지만 증가 속도를 보면 더욱 무시무시하다. 공식 기준으로 2008년 중국 지방정부 부채 규모는 불과 56천억 위안이었으니 단 13년 만에 4배가 뛰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재정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정부들이 생각해 낸 묘안이 바로 토지 사용권 판매이다. 중국의 토지는 모두 국가 소유이며, 지방정부는 자기 지역의 토지에 대해 보통 50~70년의 기한으로 사용권을 판매한다. 사실상의 토지 매각이지만, 중국에서는 '토지사용권'이란 이름으로 거래된다. 지역마다 편차가 있지만 보통 각 지방정부들은 지금까지 약 평균 30%의 예산을 토지사용권 매각 대금으로 충당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 토지사용권 매각이 크게 줄고 있다. 2021년 토지사용권 수입 감소의 경우 지방정부별로 차이는 있지만 많게는 35%에서 적게는 11.2%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개발 잠재력이 좋은 토지 규모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 이와 함께 개발 잠재력이 큰 매력적인 토지들은 이미 과거 수년간 판매가 완료되었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로 분석된다.]

 

[그렇다고 반도체 굴기를 포기할 수도 없다는 것이 중국의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 물론 시진핑 정권 입장에서는 이 모든 어려운 난제와 복잡한 리스크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카드가 하나 있다. 독자들 중에서는 15 장에서 읽었던 내용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 것이다. 바로 대만 침공을 통해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를 일거에 장악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중국 내 리스크는 중국이 외부로 투사하는 리스크로 연결된다. 그리고 중국의 대만 침공은 사실 내가 생각하는 중국 내부의 마지막 리스크와도 직결된다. 바로 현 중국 국가 주석이자 중국 공산당 총서기인 시진핑 본인이 그 리스크다.]

 

[모든 이슈를 넘어 서는 최우선 과제이자 가장 성스러운 사명이라 대만과의 통일을 위해 서는 그 무엇도 희생할 수 있다는 게 대다수 중국 인민들의 생각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시진핑의 통치와 정책에 불만이 있더라도 대만 통일 과업을 생각해서 일단은 인내하고 있다. 그리고 대만 수복과 조국 통일 실현을 위하여 결국 전쟁은 불가피한데, 이러한 비상시를 대비하기 위해 지휘권 강화, 국론 일치, 일사불란한 동원 체제 구축을 위한 사상 통일이 필수적이라는 시진핑의 논리가 중국 내부에서 먹히고 있다는 게 S의 분석이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만약 대만 통일에 실패할 경우 시진핑은 중국 인민들에게 용서받지 못하고 그의 정권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만 통일이라는 공약을 전제로 덩샤오핑 이래로 자리 잡은 권력 승계 원칙까지 어기고 권력 집중과 장기 집권을 용인해 주었는데,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하면 시진핑의 평가는 역대 최악의 지도자로 간주될 것이며 심지어 퇴임 후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예측도 덧붙였다. …… 어쩌면 이러한 전체적인 상황이 시진핑과 베이징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조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진핑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본인 입으로 수도 없이 외쳤던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몽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소한 그의 세 번째 임기인 2023년 에서 2027년 사이에는 대만을 어떻게 해서든 굴복시켜야 한다.]

 

4)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소위 신조어까지 등장하게 된다. …… 이 모든 것은 전 세계가 미국이 만들고 운영해온 세계화 시스템에 통합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 좋은 시기는 이제 사실상 끝났다. 2022년을 기점으로 탈 냉전 세계화가 끝나고 신냉전이 확실히 도래했기 때문이다. 신냉전은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미국 및 유럽 동맹과의 충돌로, 동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미국 및 아시아 동맹들 간의 충돌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이 과거처럼 큰 고민 없이 '미국과 중국 모두와 동시에 잘 지내며'이익을 극대화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한국은 앞으로 점점 더 미중 양쪽에서 '선택의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약소국 코스프레'를 하기에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존재감이 너무 커져 버렸다. …… 이러한 과소평가된 자기 인식은 주변 강대국들의 엄포와 보복 협박에 대처하는 대응력을 약화시킨다. 2017년 중국의 한한령과 2019년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완전히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힘들겠지만, 상대적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정면으로 대처했던 후자의 결과가 비교적 명확하게 한국의 승리 쪽으로 기울었다는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신냉전이 본격 화하며 중국이 한국을 더욱 아쉬워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대만을 중심에 두고 미국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둘러싼 주요 플레이어들이 미국이 구축하는 반중 포위 전선에 속속 합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확고하게 미국에 줄을 섰고, 호주는 미국, 영국과 함께 아예 반중 군사 동맹을 맺었으며, 지역 강대국인 인도 또한 중국과의 국경 분쟁 후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 손을 잡았다. 동남아시아 각국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중 영토 분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 중국과 더 가까워질 수 없는 분위기다. 중국은 현재 한국 정도의 경제력과 군사력, 그리고 대외 영향력을 가진 국가까지 공식적으로 반중 전선에 참여할까 전전긍긍하는 중이다.]

 

[2021년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은 여러모로 상징적이었다. 한국이 정상회담이라는 형식을 통해 공개적으로 중국이 자신들의 내정 문제라고 간주한 대만(정확히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이슈를 공개적으로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경제적 보복 조치는 커녕 형식적 유감 표명만 했을 뿐 어떠한 실질적 대응 조치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과거 같으면 사드 배치보다 더욱 신경질적이고 민감하게 반응했어야 할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상 밖이었던 중국의 인내는 자신들이 처한 외교적 곤란과 한국과의 관계 유지의 절박성을 중국 스스로 절실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2021년의 그 역사적인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은 한국이 중국에 대해 갖고 있던 공포가 상당히 과장되어 있음을 드러낸 명백한 신호였다. 현재 중국에는 한한령 때 사용한 조치 외에 한국에 꺼내 들 마땅한 카드가 없으며, 무엇보다도 현재 자신들까지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 가며 한국과 마찰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 지나친 소심함보다는 확고한 자신감으로, 향후 발생 가능한 중국과의 분쟁에 대해서는 한일 무역 분쟁 때처럼 당당히 맞설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제2의 한한령을 억제하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주목하는 건 고립주의에 쏠리고 있는 미국 내 강력한 지지 여론이다. 미국이 쓸데없는 돈을 써가며 오지랖 넓게 세계 여기저기에 관여 하느니, 이제 자국 일에나 신경 쓰자는 주장을 둘러싼 미국 내 광범위한 선호가 정치적으로 표출된 게 바로 트럼프의 집권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미국 내 고립주의 여론은 점점 더 강해지는 추세가 뚜렷해 보인다. 나는 미국이 동아시아를 떠나는 그 언젠가가 어쩌면 다수의 예상보다 훨씬 빠를 수 있으며, 지금부터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결국 한국은 세 개 정도의 선택지에 몰리게 될 것이다. 중국의 동아시아 지역 패권과 '큰형님' 지위를 인정하고 정식으로 그 세력권에 편입되어 흡사 냉전 시기 핀란드 같은 중국의 준위성국가가 되든지, 혹은 자체적 핵무기 개발을 통하여 실질적 핵보유국이 되든지, 그도 아니면 중국과의 세력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일본과 동맹을 맺든지. …… 결국 세 번째, 일본 과의 전략적 동맹이라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는다. 세 번째 선택지의 문제는 실현 가능성에 집중되어 있다. 과연 한국의 여론이 일본과 타협하고 전면적으로 손잡는 것을 용인할 수 있을까? 일본에 대해 불신에 가득 찬 한국인들의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 는 전향적인 조치를 일본 정부가 결단할 수 있게끔 대화를 유도해 낼 수 있을까? 특히 과거사와 관련된 여러 이슈들,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역사 왜곡, 강제징용 배상 문제, 위안부 문제 등등 극히 민감한 현안들에 대하여 일본이 한국의 입장을 대폭 받아들이고 양보 하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서, 앞으로 일본과의 타협을 주장하는 정치 세력이 한국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현재 사실상 EU를 이끄는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는 20세기 두 차례나 참혹한 전쟁을 벌이며 한때 서로 극도로 증오하는 사이였으나. 이후 두 국가의 화해와 동맹은 전후 유럽의 번영과 평화의 가장 큰 동력 이자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독불 관계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나는 대중 외교에 있어 보다 신중하고 섬세한 포지셔닝과 레토릭만 취한다면, 미국과의 동맹 강화와 중국과의 실리 추구가 당분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또 국익의 관점에서 그게 가능한 환경까지는 최대한 이러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버텨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 체제 붕괴라는 지정학적 대폭발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사회 공동체, 그리고 모든 한국인들의 일상에 끼칠 영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심대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수습과 대응에 있어 중국의 역할은 동서독이 통일될 당시 구소련이 했던 역할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인정하기 싫더라도, 중국의 협조와 동의 없이 비교적 질서 있는 북한 붕괴 후속처리 절차는 결코 불가능할 것이다. 통일 한국이 중국과 미국 간에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 여부가 중국의 국가 이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사안이라는 건 분명하다. 그래서 중국은 한국에 통일에 대한 적극적 협조의 대가로 한미 관계와 한미 동맹, 주한미군의 지위 및 상태 변경 등과 관련된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결정적인 순간이 닥쳤을 때 한국 내의 여론과 정치 지도자들의 판단에 좌우되겠지만, 그때도 중국과의 협상과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이 점이 미중 간 신냉전이 격화되더라도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최악의 대치로 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이러한 관리는 고도의 줄타기와 섬세한 레토릭 같은 정교한 외교적 기술을 요할 것이다.]

 

6. 감상 및 서평

 

   저자는 중국의 양안통일에 대한 절박감, 혹은 필연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저자가 주장하듯 중국본토와 타이완의 통일에 대해 중국공산당이나 중국본토 국민들이 이를 역사적 과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이 타이완과 분리된 시기와 유사한 시점부터 우리는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어왔습니다. 남북 정치세력 및 국민들까지도 지상과제로 인식되어 온 남북통일이 최근에는 필수적으로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회의적인 의견이 다수인 것이 현실입니다. 북한은 남한과 국토면적, 인구, 군사력 등에서 비교적 유사한 상황이고 두 나라의 통일과정은 각국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한국전쟁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력균형을 이루는 상황은 오랜기간 지속되는 것이 역사적으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독도를 외부세력이 점령했다거나 제주도가 독립을 선언했다고 가정하면 이에 대한 국민여론과 군사적 대처는 북한에 대한 것과는 상황이 다를 것입니다.

 

  타이완에 대한 중국본토의 의식도 이와 유사할 것입니다. 세력균형에서 중국본토가 압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이완 문제는 한국에서의 독도, 제주도와 같은 입장일 것입니다. 중국 공산당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문제이겠지요.

 

  중요한 것은 1949년 이후로 현상유지되던 타이완을 중국본토에서 무력으로라도 점령하는 시기일 것입니다. 저자는 2027년을 유력한 시기로 주장합니다. 시진핑의 정치적 운명, 중국의 경제/인구 문제 등의 절박함 등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하지 않는 국제적인 전쟁 상황도 무력사용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응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저자는 미국의 고립주의로 인해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떠나는 경우를 가정했을때 3개의 선택지가 있다고 봅니다.

1) 중국의 동아시아 지역 패권 인정 및 그 세력권에 편입

2) 자체적 핵무기 개발을 통한 실질적 핵보유국 지위 달성

3) 중국과의 세력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일본과 동맹 체결

  저자는 3)안 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과의 동맹이 군사대국화, 전쟁을 할 수 있는 일본으로 나아가는 일본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것이고, 일본에 유리할 것으로 보이나, 일본과의 협력, 동맹이야기가 나오면 매국노라는 프레임으로 인해 논의가 한발자국도 못나가는 현재 한국의 정치 현실은 올바르지 않다고 봅니다. 다양한 선택지와 함께 논의의 장에 올려놓고 냉정한 분석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