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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평]돈의 정체(금, 달러, 비트코인-돈과 금융) – 이병욱

무지2024 2024. 8. 10. 16:42

1. 책의 분류 및 관련 학문

 

  이 책은 전형적인 경제학(320), 세부적으로는 금융경제학의 범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책의 저자(이병욱)

 

  지은이 이병욱은 2022년 현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주임교수와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인공지능연구원(AIR)의 부사장으로도 재직 중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 KAIST 전산학과 계산 이론 연구실에서 공부하고 공학을 전공한 금융 전문가로, 세계 최초의 핸드헬드-PC 개발에 참여해 한글 윈도우 CE1.02.0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공동 개발했습니다. 1999년에는 전 보험사 보험료 실시간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전문회사 ㈜보험넷을 창업해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후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명 보험사 및 손해 보험사에서 CMO, CSMO 등을 역임하면서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 총괄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파생상품인 ELS를 기초자산으로 한 변액 보험을 개발해 단일 보험상품으로 5천억원 이상 판매되는 돌풍을 일으켰고, 매일 분산 투자하는 일 분산 투자 변액 보험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품 판매 독점권을 획득했습니다. 인공지능연 구원에서 머신러닝 기반의 금융 솔루션 개발에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등에 다양한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가상자산의 실체 2/e』과 대한민국학술원이 2019 교육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한 블록체인 해설서』, 한국금융연수원의 핀 테크 전문 교재인 헬로, 핀테크』, 『헬로, 핀테크!: 핀테크 기반기술이 있습니다. 한국금융연수원, 패스트 캠퍼스 등에서 다양한 동영상 강연을 제공하고 있으며, MBC 100분 토론, MBC 스트레이트, KBS, SBS 등에 출연해 가상자산과 디지털 금융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 바 있습니다.

 

3. 책의 주요 특징 및 책 읽기의 주안점

 

  이 책의 발행일은 202213일입니다.

 

  은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발명한 허구의 존재 중 만큼에 이해하기 힘든 것도 없을 것입니다. 돈 혹은 화폐에 대해 다룬 여러가지 책이 있지만 이 책은 비교적 읽고 이해하기 쉽게 서술된 책입니다.

  또한 이 책은 인간이 발명하고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화폐라는 관점에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를 옹호하는 글과 같이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4. 책의 구성과 저자의 서문에 나타난 책을 쓴 목적은?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화폐의 등장

 2) 은행의 탄생

 3) 경제학의 태동과 금본위제

 4) 미국의 달러

 5) 기축통화의 탄생

 6) 명목화폐

 7) 비트코인과 가상자산

 8) 화량 지표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쓴 취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경제학자나 금융공학자는 모두 최고 부자들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돈을 벌 수 있는 법칙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돈 버는 법을 알려준다고 써 놓은 책이 집에 있다면 모두 쓰레기통에 넣는 것이 더 유익할 것이다.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을 이해하거나 ''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둘을 모두 가진다면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또 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의 정체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썼다. 돈의 정체를 배운다고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돈이 무엇인지 모르면 경제적으로 지배당하고, 착취당하며 부자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돈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은 당장 부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경제 상황을 스스로 이해하는 안목을 통해 자신의 판단에 따른 결정을 할 수 있는 기초를 세우는 길이다. 부자는 단지 '아는 것' 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기회가 찾아와야 하고 용기가 뒤따라야 하는 등 복합적인 요소가 필요하다. 그러나 알지 못하면 소중한 기회가 눈앞을 스쳐가도 알아보지 못할 것은 당연하다. 이 책은 금융문맹을 악용해 전 세계 극소수의 금권 지배계층이 어떻게 세상을 착취하며 불로소득을 얻고 있는지 알려준다. 그들을 극복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가 그들의 수법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금융 글자'를 배우는 것이다. 최소한의 문맹에서 탈출해 더 이상 그들의 장난질에 놀아나지 않는 것이 부자가 될 수 있는 첫걸음인 것이다.]

 

5. 글 중에서 인상깊었고 책의 주제에 어울릴만한 문장

 

1) 화폐의 등장

 

[결국 물물교환에서 주화로 이르기까지의 변천 과정은 모두 경제적으로 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인간의 경제적 합리성이 발현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주화를 제조할 수 있는 권한은 국가나 최고 지배계층들이 독점했다. 지배계층들은 주화를 만들 때 신청인이 제출한 원재료의 일부, 예컨대 금덩어리의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내고 나머지만을 녹여 주화로 제조한 다음 돌려줬는데, 훗날 이 차액은 시뇨리지라고 불리게 됐다.

  시뇨리지(seigniorage)라는 말은 중세 봉건시대에 영주(시뇨르, seigneur)들이 화폐를 주조하며 이득을 챙겼던 것에서 비롯됐다. 화폐는 국가가 통제하면서 주화로 발전하는 데, 주화는 국가가 규격화해 통제한 화폐를 의미한다. 일반인들이 주화를 얻으려면 금이나 은 등을 가지고 영주 등 지배세력이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주화 주조창으로 가야만 했다. 그러면 영주들은 가져온 금의 일부를 떼어 수수료로 챙기고 나머지 부분만 녹여 일정한 규격과 모양의 합법적 화폐 형태인 주화로 모양을 만들어줬고, 이때 떼어낸 금덩어리 등으로 수수료를 챙긴 영주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초기의 주화는 대체로 주화 자체의 가치가 실질적인 내재가치를 그대로 나타냈다. 예를 들어 금화 두 개로 소 한 마리를 살 수 있다면, 그 금화 두 개를 모두 녹여서 만든 금덩어리로도 소 한 마리를 살 수 있었다. 따라서 초기에는 주화를 만들 때의 시뇨리지는 크게 없었다. …… 그러나 끝없는 사람의 욕심은 더 큰 시뇨리지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쉽게 말해, 늘 일정하게 '보장'돼야 하는 주화의 무게와 순도에 지배계층들이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MEMO : 화폐의 기능적 정의에서는 보통 편의성은 필수 요건으로 거론하지 않지만 화폐의 발달이 꾸준히 사용의 편의성을 지향해 온 것은 사실이므로, 현대 화폐의 조건에 있어서 편의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진정한 화폐는 반드시 교환에 있어서의 편의성도 갖춰야 한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결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섬의 돌에 버금가는 사용의 불편함 때문이다.]

 

[HEMO : 사실 당백전의 실패에는 단순히 악화의 유통뿐만 아니라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다.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국가에서 세금을 징수할 때 정작 당백전은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점은 뒤에서 설명할 현대 통화 이론과도 맞물린다. 세금을 낼 수 없는 화폐는 심각한 결함을 가진 것이며 사실상 화폐로서의 가치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유사하게 비트코인이 화폐 취급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국가에서 세금을 징수할 때, 비트코인을 인정해줘야만 한다.]

 

[이쯤에서 화폐의 정의를 알아보자. …… 화폐는 물물교환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자연 발생한 것이므로, 교환의 매개수단이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 화폐는 극소수의 일부 집단만이 인정하는 매개수단이 아닌 누구나 인정하는 '범용적'인 매개수단일 필요가 있고 이 때문에 한 국가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대체로 법으로 그 유통을 강제한다. …… 화폐의 속성 중 가장 주요한 것은 가치 척도의 기능이라 할 수 있다. 가치의 척도란 사물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잣대의 역할을 의미한다. …… 가치의 척도 역할을 수행하려면 쉽게 변하지 않는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 …… 어떤 목적물이 가치의 척도 기능을 수행하려면 반드시 오랜 기간의 '신뢰'를 축적해야만 한다. …… 가치 저장의 기능이란 일정한 구매력을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의미한다. …… 화폐의 가치 저장 기능에는 가치의 불변성이 포함된다. …… 비트코인처럼 가치의 요동이 심한 것은 가치 저장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비트코인은 시중에서 매매가 되므로 그저 가치가 '들어 있을 뿐' 화폐의 '가치 저장의 기능' 과는 거리가 멀다. …… 한편, 진정한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세 가지 이외에도 몇 가지 부수적인 속성이 필요하다. 사용의 편의성이 그 중 하나다. …… 비트코인 역시 구조적 결할 때문에 사용하는 데 최소 10분이 걸리며 경우에 따라 길게는 수 년 이론적으로는 평생 거래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비트코인은 화폐의 세가지 속성 중 단 한 가지도 갖추지 못한 것은 물론 편의성마저 없다.]

 

[영어의 머니money는 우리말로는 대개 화폐로, 커런시 Currency는 주로 통화로 번역한다. …… 통화通貨란 일반적으로 수많은 화폐 중 각국이 자국에서 통용되도록 법으로 강제한 화폐를 말한다. 통화란 유통화폐流通貨幣의 줄인 말이다. 다른 말로는 법정화폐 또는 법정통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 같은 맥락에서 비트코인 등 여러 코인을 지칭하는 각종 정부 문건에도 초기에는 가상통화라는 말을 사용했다가 지금은 모두 가상자산이라는 말로 바꾸고 있다. 비트코인은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가상통화라는 말은 매우 부적절한 용어였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달러나 원화, 유로화는 모두 화폐이지만 우리나라의 통화는 원화 하나뿐이며, 미국의 통화도 미국 달러 하나밖에 없다.]

 

2) 은행의 탄생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많은 금융용어는 14세기의 이탈리아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은행을 의미하는 뱅크bank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어의 방코banco에서 유래했으며, 방코는 영어의 벤치bench , 긴 의자를 의미 하는 단어다. 당시 유대인들이 대부분이던 환전상들은 시장 거리 한구석에 환전업무를 위해 긴 의자를 설치했는데, 바로 그 의자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 당시 환전 비율 때문에 시비가 종종 일어났고, 경우에 따라 탁자나 의자를 부숴 버리는 폭력적 상황도 일어나곤 했는데, 이때 부서진 의자라는 뜻의 방코 로타 hanco rotta라는 말에서 파산을 의미하는 뱅크럽시bankruptcy 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현재 은행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인 방카banca 역시 방코banco에서 유래했다. 또한 현금을 의미하는 캐시cash는 계산대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카사cassa에서 유래하는 등 기초적인 금융의 용어는 대부분 이탈리아에서 유래했다.]

 

[물물교환에서의 거래는 상대방이 필요한 물건을 갖고 있을 경우에만 성립되므로 그러한 사람을 찾기 위한 탐색 비용이 발생했다. 이는 돈을 빌릴 때도 마찬가지다. 돈을 빌리려면 '여윳돈이 있는' 누군가를 찾아 헤매야 하며, 그 누군가에게 돈을 빌릴 조건을 개별적으로 흥정해야만 한다. 이는 여윳돈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돈을 빌릴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 헤매는 비용이 발생한다. 이때 은행은 돈을 빌리려는 사람과 돈을 빌려줘 이자수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을 '중개'해주는 간접금융 역할을 한다. …… 은행의 이러한 '간접금융' 역할은 화폐의 '간접교환'의 역할과 유사하게 경제활동에 있어 탐색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 여주게 되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경우 절박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극단적인 방법까지도 동원하고 있는데, 세계 최초로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직접 주식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2020년말 기준으로 45.1조 엔(473조 원)의 주식을 매수해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일본의 후생연금펀드(GPIF, 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가 보유한 주식 총액인 44.8조 엔(470조 원)보다 더 많다. 473조 원은 일본 전체 주식 시가총액의 7%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일본 주식 최대 보유자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인 것이다. 일본은행의 주식매입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인위적 시장개입이며 일본 주식시장의 과열과 거품을 부채질하고 있다.]

 

3) 경제학의 태동과 금본위제

 

[애덤 스미스는 ……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자유경제를 상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 그는 사회는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열정과 행위로 한데 어울려 사회 전체가 이익과 조화를 이루므로, '보이지 않는 손'이 이러한 균형을 맞취 가장 적절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준다는 이론을 펼쳤다. …… 그러나 애덤 스미스의 자유 방임주의는 자본주의의 독과점과 금융자본의 전횡 앞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는 20세기 초반 대공황을 초래했으며,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따르던 경제학은 크게 수정 된다.]

 

[메이너드 케인스는 …… 자유경제가 표방 하는 '보이지 않는 손' 대신 정부가 개입하는 재정정책을 강력하게 주장한 인물이다. 재정정책fiscal policy이란 재정 즉, 국가 또는 지방 공공단체가 행하는 경제활동을 통해 경제를 부양하는 정책을 말한다. 그 형태는 세금을 받는 세입과 지출을 하는 세출 즉, 정부의 수입과 지출에 관계된다. 재정정책은 보이지 않는 손을 신봉하는 미국식 자유방임과 달리 경제 정책에는 정부 권력이 적절히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재정정책이 가장 빛을 발한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뉴딜 New deal 정책을 꼽을 수 있다. …… 케인스는 금본위제를 반대한 대표적 인물이기도 한데, …… 금본위제를 야만적 유산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국가의 통화량을 금 보유량 증감에 연동시키지 않고 당국이 재량껏 관리조절하는 '관리통화제도 Managed Currency System'를 주장했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자유경제 시장체제를 옹호하는 학자로서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통화폐의 물량 조절에 있다는 소위 통화주의를 창시한 사람이기도 한다. …… 밀턴 프리드먼은 케인스가 주장한 재정정책, 즉 큰 정부를 부정했으며, 대신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창했다. 통화정책Monetary Policy 이란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양을 늘리거나 줄임으로써 경제활동 수준을 조절하려는 정책 행위를 뜻한다. 그는 대공황의 원인을 당시 연방준비위원회가 적절히 돈을 시중에 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통화정책주의자들은 통화량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므로 통화 공급량만 적절히 조절한다면 인플레이션을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통화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화주의자들은 지속적인 통화 공급을 위해 금본위제를 강하게 반대한다. …… 한편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자신의 자원을 이용해 이익을 증대시키는 활동에 임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 인물이며, 이는 기업의 존재 이유를 오로지 주주이익의 극대로 보는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4) 미국의 달러

  

[지폐를 발행할 때마다 해당하는 금을 보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1930년 초반 연방정부는 급기야 사람들의 일상적인 태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양만큼의 금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가 됐다. 1933년 미국 32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Roosevelt는 대통령령을 동원하고 법령을 개정해 금본위제를 강제로 중단시키며 금 태환을 중지시킨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금을 국유화하기 시작했다! 모든 미국 시민은 (약간의 장식품을 제외한) 금을 소유하는 것이 일체 금지됐고, 달러는 금으로 태환되지 않았다. …… 이에 따라 1934년부터 1973년까지 미국의 통화 시스템은 진정한 금본위가 아닌 금본위를 표방한 유사 시스템으로 변형돼 운영된다.]

 

5) 기축통화의 탄생

  

[1823122일 미국의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James Monroe)는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대통령 이래 지켜온 미국의 고립주의적 외교방침을 다시 한 번 밝혔다. 그 내용은 미국은 유럽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일체 간섭하지 않으며, 동시에 유럽의 미국 대륙에 대한 어떠한 간섭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에 대한 것이다. 또한 유럽의 식민지 정책을 배격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두 번의 세계대전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를 먼로주의(Monroe Doctrine) 라고 부른다.]

 

[브래튼 우즈 협정에서는 참가국 44개국 사이에서 다음과 같은 합의사항을 도출한다. 첫째, 오직 미국 달러화만을 기축통화 Key Currency로 설정하는 금본위제를 전 세계에서 실시한다. 둘째, 1온스당 미국 35달러에 고정시킨다. 셋째, 다른 모든 나라의 통화는 미국 달러에 환율을 고정시키되 1% 범위내에서만 조정할 수 있는 재량을 부여한다. 또 이 제도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 간 거래 시 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국제통화제도를 관장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 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 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International Bank of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이 설립됐다. IBRD는 이후 세계 은행 World Bank으로 이름이 바뀐다.]

 

[1971813,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 에서 닉슨은 연방준비회 의장, 재무부 장관 그리고 재무부 국제담당재무 국장과 비밀 회동을 가진다. 그날 아침은 마침 영국이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외환 데스크에 전화를 걸어 무려 30억 달러에 이르는 준비금을 금으로 태환해 달라고 요구한 직후였다. 그동안 브레튼 우즈의 금본위 체제를 지키기 위해 같이 고군분투하던 영국마저 달러 대신 금으로 태환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시장에는 적지 않은 파장이 있을 것은 자명 했다. …… 캠프 데이비드 회의가 열린 지 3일 뒤인 815, 닉슨은 1944년 체결된 브레튼 우즈 체제를 포기하고 금태환을 중지하겠다고 전격적으로 선언한다. …… 미국이 브레튼 우즈 체제를 포기하면 그간 유지해온 고정환율은 사실상 무의미해지고, 이후 실질적으로 전 세계는 변동환율제를 취하게 될 것이었다. 그 당시 닉슨이 취한 일련의 경제정책을 시장은 닉슨 쇼크Nixon Shock라고 불렀다.]

 

[1945214미영소 3국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전함 USS 퀸시Quincy 호를 타고 귀국하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앞의 홍해로 연결되는 수에즈 운하의 한가운데 있는 그레이터 비터Greater Bitter 호수에 잠시 정박한다. 그리고 얼마 뒤 이 배에는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인 압둘 아지즈Abd al-Asi가 승선하고 두 사람은 비밀리에 정상 회담을 가진다. 이 회담이 바로 미국의 달러 패권 주의를 더욱 공고히 해준 페트로 달러petro dollar 시스템의 시작이었다. 미국은 군사가 없는 사우디에 병력을 파병해 보호해 주고, 그 대신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지역의 원유 가격을 달러로만 판매하기로 한 협약이 그 회담의 주요 골자다. …… 이때부터 원유 가격은 오직 달러로만 표시되고, 달러로만 결제하는 시대가 시작됐으며, 원유를 사려는 모든 나라는 먼저 미국 달러를 확보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미국 달러는 전 세계적으로 막강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었다.]

 

[1971년까지 38달러에 머무르던 금값은 이후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하다 한두 번 주춤했지만 2020810일을 기점으로 2,03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1972년의 43달러에서 47.2배 상승한 것이며, 이름 금리로 환산하면 연복리 8.3%로 불어난 셈이다. 통화제도 분석가이자 30년 이상 위기 관리자로 활동해온 제임스 리카즈 James는 금은 최고의 보험이라 평가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금의 매력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상황 모두에서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오면 금값은 1970년대와 마찬가지로 상승할 것이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도 1930년대와 마찬가지로 저절로가 아니라 정부의 명령에 의해 금값은 상승한다. 금은 모든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라는 상황 모두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는 몇 안 되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금은 최고의 보험이다.“ ]

 

[사실 보기에 따라 금은 딱히 쓸데가 없는 광물로 볼 수도 있다. …… 이 때문에 금도 내재가치가 없다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내재가치의 의미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가치는 사람의 '신뢰'가 만드는 것이다. 그 믿음이 보편타당해질 때 내재가치의 크기는 더욱 커진다. …… 간접교환의 대상은 모두 내재가치가 있다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들이며, 결국 지구상의 대부분 국가는 자연스럽게 금과 은을 간접교환 매개체의 최종 승자로 선택하게 된다. …… 내재가치는 1871년 빈 대학교의 카를 맹거Carl Menger 교수가 소개한 '주관가치 이론'에 가깝다. 주관가치 이론이란, …… 어떤 재화의 내재가치란 그 재화를 이루고 있는 물질의 속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도 아니며, 또한 그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 소요된 노동의 양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단지 각 개인들이 그 재화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평가한 중요성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 자산 중 강제적, 인위적으로 내재가치가 부여된 거의 유일한 것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명목화폐 즉, 지폐라고 불리는 종이돈이다. …… 이 때문 이 명목화폐에는 내재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6) 명목화폐

 

[앞서 화폐가 되기 위한 여러 조건을 살펴보았지만 화폐는 궁극적으로 세금을 낼 수 있는 기능이 있어야 제 구실을 할 수 있다! ……흥선대원군의 당백전은 세금을 낼 수 없었고, 궁극적으로 크게 실패했다. 금본위 초창기의 미국 역시 지폐를 발행했으나, 국가 간의 관세는 반드시 금으로만 내도록 했고, 명나라도 은으로만 세금을 내도록 통일했던 것을 기억하자.]

 

[미국의 화폐 발행권은 연방준비은행이 갖고 있다. 연방 준비은행은 민간 은행이며 정부 기관이 아니다. …… 정부가 돈이 필요할 때는 국채를 발행한다. 즉 빚을 지는 것이다. 발행한 국채는 경매를 통해 어느 정도 민간에도 판매하지만 대부분의 물량은 연방 준비은행이 구입한다. 연방 준비은행이 미 국채를 구입하는 방법은 새로 찍어낸 달러를 통해서다. 민간 은행인 연방준비은행은 원하는 만큼 달러를 찍은 다음 미 국채를 산다. …… 결국 국가 부채는 늘어나고 종이에 달러를 인쇄한 연방 준비은행의 주주들은 꼬박꼬박 이자를 받아간다. …… 이렇게 생긴 연방준비은행의 이익은 매년 6% 씩 배당금의 형태로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화폐 발행권을 민간에 부여한 채 민간 주주들에게 배당을 지급하면서 화폐를 발행하는 이 제도는 전세계적으로도 독특한 화폐 발행 방법이다.]

 

[미국이 얻는 시뇨리지 11 만원은 자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달러를 필요로 하는 타국의 수요가 넘쳐나면 이 시뇨리지는 다른 나라의 노동력으로 메꿔진다. 미국이 달러를 마구 발행해도 인플레이션이 잘 생기지 않는 원리도 이점에서 기인한다. 미국의 빚은 미국인만 갚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인구가 같이 갚는 기이한 구조로 고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교역 불균형의 심화와 실물과 태환되지 않는 지폐의 결합이 만들어낸 기형적 상황으로, 거대 국가의 빚을 중소국들이 자신들의 노동력을 동원해 대신 갚고 있는 셈이다. MEMO미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 달러로 되갚는다고 명기된 '달러 표기 채권으로 발생하 외국의 정부가 이 채권을 샀다고 가정하자. 채권의 만기가 되면 미국은 다시 달러를 해 이름 메꾸거나, 새로운 '달러 표기 채권'을 발행하면 된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자국 폐인 '비르 표기' 채권을 발행하면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정부 '딜러 표기' 채권을 발행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사람들은 조금 관심을 보일 것이며, 에디오피아 정부는 달러를 빌리고 달러로 갚아야 한다. 달러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양적완화Quantitative Racing란 중앙은행이 국가나 지방의 공공단체가 발행한 채권을 무제한으로 매입해 시중에 돈을 공급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 중앙은행이 새로 찍어낸 지폐를 국가나 지방의 공공단체가 국채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빌림으로써 시중에 돈을 공급하는 것이다. …… 그런데 사실 이러한 양적완화의 원조는 일본이었다. …… 2001319일 일본의 중앙은행은 전대미문의 경제실험을 시작한다. 잃어버린 10년으로 경제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새로운 통화정책을 실시해 시중에 무한정 돈을 풀기로 결정한 것이다. …… 1992GDP 대비 62% 수준이던 일본의 국가 빚은 …… 2016년 기점으로 GDP 대비 219%에 이른다. 아베가 총리가 된 이후 가속화된 일본의 시중에 돈 풀기 정책을 통상 아베노믹스AveNomics라고 부른다. …… 아베노믹스의 정책이 과연 성공적이었는가에 대한 의견들은 분분하다. 대부분의 돈이 주식시장 등 투자 시장으로만 흘러갔기 때문이다.]

 

[현대 통화 이론 MMT, Modern Monetary Theory 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물론 몇 가지 조건은 있지만) 정부는 세수를 넘어서 지출해서는 안 된다는 전통적 경제학 논리를 무시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서 정부는 화폐를 계속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MMT가 기존 경제학과 가장 다른 점은 화폐 발행 목적을 조세 경수로 본다는 것에 있다. 과도한 통화량의 증가도 세금의 징수로 얼마든지 조절 할 수 있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 MMT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일본의 예를 거론한다. 2013년부터 거의 무한정 엔화를 찍어냈지만 인플레이션이 겨우 2%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MMT 이론이 작동한다는 근거라고 주장한다. 한편 MMT를 할 수 있는 국가는 한정된다. 마구 돈을 찍어 대는 것은 사실 기축통화를 가진 국가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결국 국제 교역에서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 전 세계적으로 꾸준하고 안정된 수요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는 미국 달러나 유로화, 일본의 엔화는 찍어 댄 돈이 야기하는 인플레이션이 주변국으로 전이돼 희석되는 구조가 된다. 이는 MMT란 기축통화를 가진 국가가 통화팽창의 부작용을 주변국으로 희석 시켜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다수의 타국가에 전가시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 폴 크루그먼Paul Robin Krugman 같은 주류 경제 학자들은 MMT란 대중을 호도하기 위한 포퓰리즘 정치이론에 경제학적 용어라는 가면을 씌운 것뿐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MMT는 어떠한 실물과도 태환되지 않는 종이돈이 탄생시킨 검증되지 않은 주장일 뿐일 수도 있다. 태환되는 돈은 정치적 목적으로 마구 찍어 댈 수가 없다. 화폐 발행에 금과 같은 자연환경의 견제와 제약이 빠진다면 먼 훗날에 결국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전 세계는 미국의 채권을 갖고 있으며, 이 채권은 미국의 달러로 표시돼 있다. 즉 미국 입장에서는 달러를 새로 발행하면 언제든지 갚을 수 있는 빚이며, 앞서 본 대로 금 태환되지 않은 종이돈인 미국의 달러를 찍어내는 데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것이 MMT의 무서운 점이다. 미국이 달러를 더 발행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기면 이 압력은 미국의 채권을 갖고 있거나 미국의 달러를 소지하고 있는 전 세계로 전가된다. 중국은 자국민의 노동력을 투입한 재원으로 미국의 채권을 매입했으며, 그렇게 보유한 미국의 채 권 평가액은 미국의 달러 발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현대의 명목화폐 체계는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는 즉시 국가의 부채가 늘어나는 식이다. 이 때문에 현재 미국의 부채 수준은 202012월 기점 으로 GDP132.6%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48.4%로서 상대적으로 양호 한편이며, OECD에서 최상위권에 속한다.]

 

[수익(revenue, income)과 이익은 단어가 유사해서 가장 많이 혼동되는 개념이지만, 가장 간단한 개념이기도 한다. 수익은 매출(sales)이라는 말로도 흔히 쓰인다. 예컨대 100 원의 재료비와 150원의 인건비 기타 200원의 임대료 및 기타 비용을 들여 만든 물건 을 700원에 판매했다고 하자. 이때 수익(revenue, 매출)700원이지만, 이익(profit) 700원짜리 물건을 만들고 팔기 위해 들어간 모든 비용인 450(=100+150+200) 을 제외한 250(=700-450)이 된다. 금융기관 문서에는 수익을 보통 'top line'이라 부르고, 이익은 'bottom line'이라 부른다. 한편, 영어에서 'income'이라는 단어는 간혹 이중적으로 쓰이는데 수익(revenue)의 의미로도 쓰이지만, 경우에 따라 순이익(net income)의 의미로서 이익처럼 쓰인다. 이는 문맥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 주의 해야 한다.]

 

[파생 거래의 중요한 두 가지 특성이 있다. 1) 어떤 경우든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누군가는 동일한 이익을 보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된다. 2) 미래의 사건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는 확률 시장, 즉 사행시장이다. 파생상품은 기본적으로 기초자산의 미래 가격에 대한 베팅으로 구성된다. 파생상품은 원래 위험 회피를 위한 보험과 유사한 형태로 시작됐지만, 시장은 크게 왜곡돼 이제는 도박과도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변질됐으며 그 시장 규모는 끝없이 커져가고 있다.]

 

[모든 금융상품은 기본적으로 사행성을 갖고 있다. 특히 보험은 미래에 발생할 확률을 기초로 만들어지는 상품이므로 사행성을 고 있다. 파생상품은 특히 사행성이 강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102항에는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다.

 *금융투자업자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246조를 적용하지 아니 한다.“

  형법 제246조는 도박에 관한 규정이다. 주식을 비롯한 금융투자 상품은 대체로 사행성에 기반하므로 기본적으로 도박죄에 해당될 소지가 있고 이 때문에 자본 시장법에서 면책 규정을 미리 만들어 둔 것이다.]

 

7) 비트코인과 가상자산

 

[비트코인이 2008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누군가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합리적인 설명이 못 된다. 시기가 우연히 겹쳤을 뿐 비트코인은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아무런 기능이 없다. 비트코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디지털 숫자를 계속 발행하도록 설계한 단순 네트워크 소프트웨어일 뿐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어떠한 장치도 없다. 한편 비트코인은 사람이 개입될 수 없는 독립적이고 투명한 존재라는 주장은 거짓이며, 실상은 bitcoin.org라는 도메인을 소유한 집단이 배타적,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 코드에 불과하다. 모든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작성하고 사람이 관리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망각하지 말자.]

 

[화폐가 갖는 교환의 매개체 역할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 범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간접교환'의 역할을 의미한다. …… 비트코인은 전송에 최소 10분이 걸리고 경우에 따라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빠른 전송을 위해서는 몇만 원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5,000원 커피 한잔을 비트코인으로 사려면 3만 원 정도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5,000원짜리 커피를 사기 위해 굳이 35,000원이 소요되는 더 느린 결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합리적인 경제활동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물건이 교환의 매개수단이 되려면 범용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그 동전의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 주어야 한다. '간접교환'을 위해서는 내가 느끼는 가치만큼 남들도 보편적으로 동일하게 그 가치를 인정해야만 한다. 법정통화를 이용한 암호화폐의 거래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결제 기능이 아닌 소유권 이전에 관한 그들만의 거래일 뿐이다. 현실 세계의 상거래에서는 암호화폐가 인정되지 않는다.]

 

[가치의 척도란 물건의 가치를 잴 수 있는 잣대의 역할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떤 물건이 가치의 잣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그 물건의 가치가 쉽게 변하면 안 된다. 금은 수천 년에 걸쳐 가치의 잣대 역할을 해왔다. 비트코인은 시세가 하루에도 크게 요동친다. …… 또한 그 시세라는 것도 중개소마다 제각기 다 달라서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 비트코인에는 가치 척도의 기능이 없다. 내재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시세란 오로지 중개소에서 사고 팔며 생성된 외부 요인이 좌우하는 '거래 가격'이 존재할 뿐이다. 비트코인은 화폐가 될 수 없다.]

 

[화폐는 나중에도 동일한 구매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가치 축적의 기능이다. 비트코인에 가치 축적의 기능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화폐가 가지는 가치 축적의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주장이다. 화폐의 가치 축적 기능은 단순히 "가치가 들어 있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동일한 구매력을 지속한다."라는 의미다. 그렇지 않다면 '간접교환' 의 역할이 불가능해진다. …… 비트코인은 하루에도 가격이 급변해 가치 축적의 기능을 갖지 못한다. 1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대상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이는 '간접 교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물건을 판매하는 상대방이 1비트코인의 시세를 예측할 수 없으므로 거래를 꺼릴 것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화폐가 될 수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법정화폐도 구매력이 변동된다.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화폐의 구매력은 그만큼 떨어진다. 따라서 어떤 국가에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그 국가의 통화는 가치 축적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초인플레이션이 큰 변동으로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화폐 본연의 기능 측면이 아니더라도 비트코인은 다른 측면에서도 화폐의 구실을 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용의 편의성이다. 비트코인은 편리한 결제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비트코인을 만든 목적은 '익명의 거래를 통한 추적 불가능한 결제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전산학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비효율적인 방식인 엄청난 반복과 중복이라는 형태를 동원했다.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려면 소위 채굴업자에게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수수료를 많이 지불할수록 처리가 빨라진다. 달리 말하면 수수료를 적게 내면 영원히 처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수수료도 비트코인 가격의 등락에 따라 들쭉날쭉한데, 적게는 수천 원에서 많게는 수만 원까지 소요 된다. …… 이런 불편한 결제 시스템을 사람들이 선택한다면 그것은 호기심일 뿐 합리적인 경제활동이 될 수 없다. 비트코인은 화폐가 될 수 없는 것은 물론 기존의 결제 시스템을 대신할 수도 없다.]

 

[금융 거래에 사용하는 계좌번호는 금융기관이 발행하고 이는 실명제를 통해 그 소유자를 특정할 수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에서 사용되는 비트코인 주소는 금융기관이 발급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임의로 (무한대로) 만들어 사용한다. 이 때문에 그 소유주를 특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것이 비트코인이 절대 익명으로 거래되는 근본 원인이다. …… 비트코인은 이러한 익명성으로 인해 자금 세탁에 매우 최적화돼 있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낸스 중개소는 본사가 어딘지 불분명하다. 이들은 조세 회피처인 몰타와 케이먼 제도를 오가며 본사를 옮기고 있다. …… 이때 비트코인의 힘이 빛난다. 현재 시중에 거래되는 코인은 10,000여 개를 넘어섰고, 중개소마다 취급하는 코인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전 세계 어느 중개소를 가든 예외없이 비트코인은 거래를 하고 있다. 이것이 자금 세탁과 관련해 비트코인이 가진 막강한 힘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쉽게 '환전할 수 있는 환상의 자금 세탁 매개체인 것이다. 비트코인은 부자들을 위한 완벽한 장난감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실체는 기술시장이 아니다. 코인은 단지 조잡한 코드 몇 줄로 구현된 의미 없는 디지털 숫자에 불과하다. 가상자산 시장을 지탱하는 강력한 힘은 전 세계에 거미줄처럼 형성된 중개소들이다. 이들 중개소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코인의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환치기 등 자금 세탁의 매우 강력한 기능을 제공한다. 가상 자산 시장이란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중개소들의 환전 서비스 시장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코인의 가격이 엄청나게 치솟게 된 결정적 이유는 이러한 코인이 1:1로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중개소 라는 다대다의 사행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다대다의 시장은 군중의 사행으로 그 가치가 왜곡되고 조작된다. 이는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주식시장도 사행시장이다. 다만 주식은 이러한 사행성을 최소화하고자 각종 제도가 만들어져 있다. …… 코인시장은 주식시장에서 모든 안전장치를 제거한 사행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은 제도권 금융을 공격하며 탈중앙된 금융을 지향한다고 주장하지만, 스스로 제도권 금융을 그대로 흉내내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무제한 달러 발권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스스로 무분별하게 코인을 발행하는 기행을 저지른다. 무엇보다도 탈중앙화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발행한 코인은 모두 탈중앙화와는 거리가 먼 중앙화 시스템에서 발행하고 있다. 또한 독립적이라는 주장과 달리 일부 사집단이 독점적 배타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단지 중앙 서버만 없앤다고 제도권 금융이 사라질리도 없지만, 중앙 시스템을 탈중앙화 시스템이라고 호도하는 자들만 있을 뿐 정작 탈중앙화된 시스템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쉴러 교수와 폴 크루그먼 교수는 비트코인의 거품을 경고한다. 로버트 쉴러 교수는 '입증되지 않는 기술의 펀드멘털''폭탄 돌리기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합쳐지면 경제에 거품이 끼며, 현재 비트코인이 그 전형이라고 말한다. 입증되지 않는 기술의 펀드멘털은 바로 블록체인이라는 정체불명의 도구다. 한편 폴 크루그먼 교수는 과거 20년 이상 지속된 폰지 사기의 사례는 많으며, 비트코인은 전형적인 폰지 사기이며, 10년 이상 지속되는 것이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경고한다.]

 

[미국의 예속을 벗어나기 위해 비트코인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 세계 중개소의 시세에 예속되는 선택을 한 이들의 실험은 여러모로 위험해 보인다.]

 

[코인 관련자들은 블록체인이라는 프로그램만 사용하면 독립적이고 투명한 세상이 저절로 만들어질 것 같은 망상을 퍼트린다. 그들은 블록체인으로 일체의 권력이 배제된 공간을 형성하고, 그 공간에서 구성원들이 자치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면 이상적이고 투명한 세상이 형성될 것처럼 호도하기 시작했고 이를 다오 DAO, Decentralised Autonomous Organization라고 지칭했다. DAO'탈중앙화 Decentralized 자율utonomous 기구Organization'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한마디로 사람이 개입되지 않고 프로그램이 지배 하는 세상을 상징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모순이 있다. 첫째는 '탈중앙화'라는 단어와 '독립적이고 투명한 세상'을 동의어로 호도한 것이다. 사실 이 둘 사이에는 어떠한 인과 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순히 중앙 서버를 없애고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다고 해서 투명한 세상이 온다는 엉성한 논리는 그들만의 주장일 뿐이다. 둘째, 프로그램이 지배하는 세상은 결코 독립이나 투명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프로그램은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운영하며, 지속해서 '사람'이 변경시키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블록체인은 한 번 만들어지면 영원히 변경되지 않고 운영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블록체인은 이를 독점적 배타적으로 지배하며 운영하고 있는 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이 최대가 되는 방향으로 수시로 변경한다!]

 

8) 통화량 지표

 

[본원통화reserve base는 한국은행이 지폐나 동전 등의 화폐를 발행해서 공급한 통화를 의미하며, 현금 즉, '진짜 돈'이다. 줄여서 M0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본원통화(M0) = 화폐 발행 잔액 + 중앙은행 예치금

   화폐 발행 잔액 = 민간 보유 현금 + 은행 보유 시재금

M1 통화는 MO 통화의 범위를 확장한 것으로서, M0 통화와 함께 예금 취급기관의 결제성 예금까지 더한 개념이다. M0 통화의 범위를 넓힌 이유는 신용 창조를 통해 생성된 가공의 돈 역시 이를 보유한 사람이 현금으로 교환을 요구할 경우에 바로 지급해야 하므로 현금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며, 돈은 은행에서 다양한 금융상품 형태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M1 통화는 M0 통화의 범위를 가장 조금 확장한 개념으로 협의快義 통화, 다시 말해 좁은 의미의 통화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M1 통화 = M0 통화 + 결제성 예금

M2 통화는 즉시 현금화할 수 없는 예금까지 확장한 개념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 만기를 약정한 상품은 보통 중도해지하면 이자에 손해를 보므로 결제성 예금에 비해 현금화하는 비율이 낮고 현금화하기도 다소 힘들지만 동시에 약간의 이자만 포기한다면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M2 통화 = M1 통화 + 만기 2년 미만 금융상품

 

M3통화는 최근에 M3라는 용어 대신 금융기관 유동성이(Lf)라는 말로 표기하고다. Lf'Liquidity arregates of financial institutions'의 약자로 '모든 금융기관의 종합 유동성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M3 통화는 M2 동화의 개념을 더 확장한 것으로 만기가 2년 이상인 금융상품까지 확장한 개념이며, 장기금융상품, 생명보험 회사의 계약준비금, 중권금융의 예수금까지 포함한다.

  M3(또는 Lf) 통화 = M2 통화 + 만기 2년 이상 금융상품

광의 유동성(L)은 가장 넓은 범위의 통화개념으로 국채를 포함한 각종 채권과 어음까지 포함한다. M3에 정부와 기업이 발행한 유동 성상품과 채권, 어음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2020년의 M0를 기준으로 각 통화의 규모를 비교해보면, M1M05, M215, M320, L은 약 30배 정도 규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돈에도 속도velocity의 개념이 있다.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돈의 속도란 돈이 움직이는 빠르기를 의미한다. …… 돈의 속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한 국가의 통화 유통량과 GDP를 비교해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다. , GDPM1 통화량이나 M2 통화량으로 나눈 수치를 속도로 사용한다. …… 20203월 기준 미국 M148,494억 달러에 머물렀다. 그러나 불과 한달이 지난 20204월 기점으로 M1은 무려 161,844억 달러로 급격히 증가한다. 이 한달 사이에 시중에 무려 113,350억 달러의 돈이 공급돼 시중에 현금성 유동성이 순식간에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 크게 3가지 원인에 기인한다. …… 양적완화의 결과로서 미국에서는 20204, 22,000억 달러(2.42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통과시켰다. …… 20202월말과 3월초에 연방준비위원 회에서 정책 금리를 급격히 인하시킨 것이 큰 영향을 줬다. 셋째, 2020326일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전격적으로 0%로 설정해 은행이 시중에 유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여기서는 그중 기준 금리 변화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 이에 시장은 즉시 반응했다. …… M2는 거의 변화가 없고 M1만 급격히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M2 이상의 장기성 통화로 보관돼 있던 돈이 유동성이 큰 MI으로 대거 이동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즉 장기투자 상품에 투입된 돈을 대거 해지하고 모두 현금성 자산인 MI으로 전환한 것이다.]

 

[돈의 속도란 한 국가의 GDP를 전체 통화량으로 나눈 것이다. 돈의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시중에 투입된 돈에 비해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는 거래(생산)가 매우 더디다는 것이다. 특히 돈의 속도가 저하된 주된 원인이 시중에 공급된 돈의 양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라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그만큼 더 늘어난다는 의미가 된다. 시중에 돈이 빠르게 공급되면 전체 통화량(-돈의 속도의 분모)이 커지므로 돈의 속도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돈의 속도를 측정해보면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생산력에 비해 시중에 공급된 돈이 적절한 것인지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6. 감상 및 서평

 

  화폐의 역사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최근의 양적완화 등의 경제 정책이 어떻게 나왔는지에 대해 역사적, 논리적 개념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화폐가 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화폐는 '지속적, 범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간접교환'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전송속도, 비용, 편의성 등에서의 한계로 인해 현실 세계의 상거래에서 인정되지 않는다.

 2) 화폐는 가치의 척도가 되어야 하고 나중에도 동일한 구매력'을 발휘하는 가치축적의 기능을 가져야 하는 데 이를 위해서는 가치가 쉽게 변하면 안 된다. 비트코인은 시세가 하루에도 크게 요동치고 거래소마다 다 달라서 가치 척도 및 가치축적의 기능을 할 수 없다.

  3) 화폐는 사용시 편의성이 있어야 한다. 비트코인은 결재를 위해 전산학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비효율적인 방식인 엄청난 반복과 중복이라는 형태를 동원하고 있고, 채굴업자에게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수수료의 양에 따라 처리 속도가 달라진다. 이런 불편한 결제시스템은 기존의 결제 시스템을 대신할 수 없다.

 

  자산으로써 비트코인이 거래되고, 개인 간 양도되는 현상은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사회 혹은 정상적인 거래에서 화폐로서 기능을 하고 있는 예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가상화폐를 표방한 이상 비트코인의 존재 이유는 자산이 아니라 화폐의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저자가 지적하는 기술적인 한계 또한 아직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푸르른 생명의 소나무는 이상이나 철학이 아닌 현실이겠지요. 현실에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기능을 하는 지에 대해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이 비트코인의 미래를 예측하는 본질적인 관점이라 생각합니다.

 

  비슷한 관점으로 블록체인의 플랫폼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이더리움은 이 플랫폼에 유의미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결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더리움의 미래를 예측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합니다.